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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격투기

최홍만은 효도르의 희생양

효도르 vs 최홍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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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고등학교 동기들 망년회 모임에서 모 스포츠 신문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동기가
"최홍만이 효도르한테 뒤지게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라는 말을 했었다.
아무래도 기자다 보니 정보가 빨라서 풍문처럼 들리던 얘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오늘 드디어 경기가 공식 발표됐다.
[ 관련기사 : 최홍만·효도르, 오는 31일 맞대결 펼쳐 ]

최홍만은 입식타격을 중심으로 하는 이종격투기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효도르는 그라운딩 기술까지 허용하는 종합격투기에서 활동을 한다.
그럼 도대체 어떤 룰로 진행이 된다는 것인가?
기본적으로 종합격투기 룰이란다. 그렇다면 이건 의도가 분명하다고 본다.


씨름선수라 안 넘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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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만이 경기가 결정되고 난 다음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씨름선수 출신이라 잘 넘어지지 않는다고...
[ 관련기사 : 최홍만 각오 "난 씨름선수 출신…쉽게 안 넘어져" ]

씨름선수니까 잘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한다.
근데 한가지 착각하는게 있다. 씨름은 상대를 가격하지는 않는다.
정신없이 맞다보면 어느 순간 쓰러져 있을 수도 있고
맞지 않으려고 신경쓰다 보면 당연히 상대의 테이크 다운 방어에 소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씨름은 샅바 싸움이다. 그러나 종합격투기에는 샅바란 없다.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고 씨름과 종합격투기는 천지차이라는 얘기다.
아무리 스파링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상대는 종합격투기 Top1인 선수다.
그리고 스파링은 연습이지 실전은 아니지 않은가?

이기려고 덤벼드는 실전 경기 경험이 전무한 최홍만이기에
씨름선수 출신이라는 말이 오히려 독이 될 듯 하다.
나중에 "씨름선수라며?"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왜 효도르 측에서 제안했을까?

이번 경기는 효도르 측에서 제안을 했다고 한다.
최홍만이는 이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굳은 각오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홍만 개인에게는 자랑스러워할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 들떠서 종합격투기 룰로 하는 것에 동의를 해서는 안 되었다고 본다.

효도르는 M-1 글로벌이라는 단체에 소속이 되어 있다.
물론 이 단체에 소속은 되어 있어도 어느 단체의 경기에 참여해도 되는 조건으로 안다.
그러나 그것은 말만 그럴 뿐이다. 아무리 그런 조건이라 하더라도 효도르가 M-1 글로벌에
참여하게된 것은 자국인 러시아 격투 산업을 키우자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 때문일 것이다.

효도르가 그런 조건이라도 UFC에서 싸우지 않는 이유 또한
효도르가 UFC에서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즉 효도르와 싸우고 싶으면 M-1 글로벌로 와라는 게 목적이라는 거다.
결국 M-1 글로벌은 효도르를 최대한 활용하여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 희생양이 바로 최홍만이라는 것이다.

왜 하필 최홍만일까? 다른 많은 선수들도 있는데...
싸이칸엔터테인먼트의 김정률 회장의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인지도도 있고 현저한 체격 차이로 사람들에게 재미도 주면서
이목을 집중시킬 수도 있고 K-1 연말 이벤트의 후광(연말 시청률은 매우 높다.)으로
손쉽게 이슈화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만약 레미 본야스키와 같은 선수에게 제안을 했다면 레미가 종합격투기 룰을 승낙할까?
세미 슐츠는 이미 종합격투기에서 패배를 당해봤기 때문에 안 하려고 할 꺼 아니겠는가?
결국 여러 모로 봤을 때 종합격투기 룰을 적용시키면서도 쉽게 상대할 수 있고
홍보 효과도 좋은 최홍만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이런 룰로 했어야

효도르는 종합격투기 세계 최강이다. 최홍만은 이종격투기 세계 최강이 아니다.
그렇다면 효도르와 최홍만의 경기가 종합격투기 룰이 되어야 할까? 이종격투기 룰이 되어야 할까?
효도르측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해서 좋아할 것이 아니라
룰을 이종격투기로 했었어야 한다. 그렇다면 효도르측에서는 어떻게 했을까?

적어도 효도르는 헤비급 중에서 가장 빠른 핸드 스피드를 갖고 있는 선수다.
물론 주로 서브미션 승으로 끝내기는 하지만 그것이 가장 손쉽게 이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타격에서도 그리 밀리는 선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종격투기 룰로 해야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지 않을까?
어느 누가 봐도 종합격투기 룰로 하면 효도르에게 너무나 유리한 룰이다.
결국 위에서 말한 의도처럼 손쉽게 이기겠다는 얘기다.

최홍만 측에서는 종합격투기 룰로 하면 져도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이종격투기 룰로 해서 져도 할 말이 충분히 있다. 그만큼 강한 선수가 효도르다.
효도르의 입장에서도 이종격투기 룰을 베이스로 해서 최홍만을 이겼다고 하는 것이
개인적인 명예에 더 좋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설득을 해서 종합격투기 룰보다는
이종격투기 룰을 베이스로 했어야 했다.
(물론 sherdog.com 에는 종합격투기만 기록되니 기록에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그것은 설득하기 나름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게 제안을 했는지는 모른다.
또 설득을 했는데 안 통해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을 모르니 나는 이렇게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예상 경기 결과

효도르는 이기는 경기를 하는 전략가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빨리 끝낼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는 선수다.
그게 상황에 따라 파운딩이 될 수도 있고 그라운딩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최홍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라질 뿐 결과에는 달라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확률이 높은 예상 경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어차피 종합격투기 룰이라면 스탠딩 상태에서 빠른 핸드 스피드와 적극적인 타격으로
상대를 압박하면서 테이크 다운할 기회를 만들어 테이크 다운 시키고,
그라운드에서 파운딩을 통해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린 후에 암바로 끝낸다.
전형적인 효도르의 패턴이다. 효도르가 바보라서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이게 가장 손쉽고 빠르게 이길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지.

최홍만을 무시하는 게 결코 아니다.
스피드와 기술은 약점이지만 체격과 힘은 월등하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있을 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최홍만의 지난 경기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경기에서 최홍만보다 월등한 우위를 점하는
이종격투기 톱파이터들에게도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었다.
체격과 힘의 우위에서 나오는 타격으로 상대가 쓰러지는 경우...
이종격투기에서도 보지 못한 것을 종합격투기에서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한 상대는 최고의 밸런스를 자랑하는 효도르란 말이다.

정말 운이 좋아서 효도르가 제대로 맞았다고 치자.
지금까지 효도르의 경기를 보면서 효도르가 제대로 맞았던 적이 한 번 있다.
그 경기가 후지타와의 경기였는데 이 때에도 그가 보여준 행동들은
그런 순간에도 매우 정신력이 강한 선수임을 보여줬다.

또한 케빈 랜들맨과의 경기에서 백드롭을 당해서 바닥에 내동댕이 쳐질 때도
어깨부터 바닥에 닿았고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유리한 포지션을 점했던 선수다.
어느 모로 봐도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생긴다 해도 상대는 극복 가능한 선수라는 거다.
결국 이 경기는 최홍만이 효도르의 희생양이 되는 경기 밖에 안 된다.

고로 관전 포인트는 몇 라운드냐이다.
아니 어쩌면 라운드를 넘기지 않고 몇 분이냐 혹은 몇 초냐가 될 지도...
그래도 최홍만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열심히 훈련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노력했다는 자세는 보여주기 바란다. 져서 팬들이 실망하는 경우는 없다.
노력하는 자세가 안 보여지고 발전이 없을 때 실망하지... 최근의 경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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