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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대학 생활 4년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

알만한 사람은 알지만 내가 강의 경력이 좀 되는 편이다.
물론 지금은 안 하고 있지만 말이다.
강의도 내 스타일에 맞게 주력 강의라는 것이 없었다.
그 강의들 중에서 대학생들 대상으로 했던 강의에는 아마 종종 했던 얘기였다.
대학 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부분에서 했던 얘기다.

1학년_
놀아라. 후회없이 놀아라. 뭔 공부냐?
실컷 놀면서 여자도 사귀어 보고, 술도 마셔보고, 노는 경험을 해봐라.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 어지간히 놀아봐서 대학교 때 뭐 놀 것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과대를 하면서 나름 할 것이 많았다. [ 관련글 : 과대 실력의 첫 시발점 "개강파티" ]
그 때 생각했던 것이 노아도 콘셉트를 갖고 놀자는 거였다.
그래서 놀려면 나는 확실하게 콘셉트에 맞게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냥 사람과 얘기하려고 술마시고 그러는 경우도 많지만
그게 아니라 좀 놀고 싶다 하면 술마시고 노래방 가고 하는 그런 일상적인 놀이는 싫어하는 편이다.
그게 대학교 때 개강파티나 미팅 주선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벤처 시절에는 이런 이벤트를 했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때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때
점심 식사를 하고 돌아오다 보면 '아 정말 날씨 좋다!' 느끼는 날이 있다.
일하기 싫고 왠지 모르게 밖에서 놀고 싶은 그런 날.
나도 대표이사였지만 마찬가지였다. 그 때는 번개를 친다.
오후 업무 모두 종료하고(사이트에 공지하고) 놀이동산 가서 논다.
가끔씩 그런 일탈이 삶의 활력소가 되는 법이다.

2학년_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라.
뭘 하고 살 것인지 내가 지금 전공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 봐라.
어차피 답은 없다. 그러나 고민을 하고 답을 내려라.
답이 없다 해서 답을 내리지 않는 것은 10년 뒤에도 답을 내리지 못한다.
답을 내려야 그 답이 틀린지를 알고 수정해가면서 세밀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정답은 아니다. 단지 나에게 가장 적합한 답일 뿐이다.

내 대학 2학년 시절에는 6개월여 정도는 땅만 보고 다녔던 때도 있었다.
세상이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나란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것이 크리스마스 때(1학년 말) 먹을 것을 사와서
하숙집에 쳐박혀서 공부만 하고 밖에도 나가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하숙집이라 해도 방학 때는 밥을 안 주니...
내 하숙방에는 그나마 냉장고라도 있어서 음식을 보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가 있었지만 워낙 자는 시간이 일정치 않아서 밖이 환하면 낮인가 보다
어두우면 밤인가 보다 하는 생각만 하고 시간 개념이 없었다.
음식이 떨어져서 밖에 나오니 12월 31일이었다.
그 이후로 나에 대해, 나의 진로에 대해, 세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시절이었다.

이런 경험이 다시 반복된 경우가 있었다.
1999년 12월 31일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때에 나는 먹을 것을 사들고
사장실에서 밤샘을 했다. 자정이 넘어가자 바깥에서는 불꽃놀이를 하는지
불꽃이 번쩍 거린다. 그 때 사무실이 압구정쪽에 있었으니...
난 날짜에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그냥 내 일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내가 생각한 어디까지는 가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던 시절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경험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가치관도 많이 달랐을 듯 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답이 없다. 오직 답을 찾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이게 정답인가 보다라는 순간이 매번 존재하고 그 정답이 틀려서
새로운 정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자기 부정 또한 이러한 때에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길러지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으면
시류에 편승하는 삶을 살게 되고 특히나 신분 상승 욕구와 물질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남들과 같은 그런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물론 인간이 속세에서 어떠한 성찰을 한다 하더라도
사회적 동물이라는 한계로 인해 삶의 차이는 겉보기에는 비슷하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의식이다.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물질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 의식 수준을 높이는 과정에서 꼭 경험하는 것이 있다.
오만과 자기 자만이다.
그 경험을 하지 못하면 결코 한 단계 높은 의식 수준으로 발전되기 힘들다 본다.

결국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일을 하고는 자신의 선택 여하에 달려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돈되는 일만 찾는다. 그러면서 사회를 비판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원래 인간이라는 것은 모순적인 존재다. 그래서 위에서 얘기했듯이
계속된 자기 부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 시발점이 되는 것이 2학년 때가 적정하다는 것이다.
왜? 3학년 때는 전공에 시달려서 시간이 없다. 따라가기에만도 벅차니까.
특히나 나같이 공대생은 뭔 시험이 그리도 잦은지...

3학년_
행동해라. 뭔가 생각을 해서 답을 찾았든 아니든 행동을 해라.
그게 대학생에게는 공부 이외에는 그리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고로 내 생애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 없었던 것처럼 공부해라.

2학년 때 아무리 생각을 해봤자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이성적인 사고만으로는 얻기 힘든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험에서 오는 부분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경험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생각이라도 해보는 것이 그만큼 나중에 경험을 할 때 대처를 빨리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이 무엇이든 결국 자퇴라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학교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니까. 나중에 어찌 될지 모르니까 학점이라도 따놔야지. ^^
물론 배수진을 치고 뭔가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 최선을 다해라. 내 생애 이렇게 몰두한 일이 없을 정도로...
그런 열정을 쏟아부을 하나에 집중해 봐라는 것이다.
그 경험이 나중에 무엇을 하든지 소중한 경험적 자산이 될 것이다.

4학년_
4학년 되기 전에 한해는 휴학을 해라.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들을 경험해봐라.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젊음을 무기로 도전해보고 세상을 느껴봐라.
세상이 어떤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경험 그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와 4학년이 된다면 그 한해는 결코 헛되이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나는 4학년 1학기에 퇴학을 당했다. 3학년 때에 사업에 올인을 했고
3학년 1학기, 2학기, 4학년 1학기 학사경고 3번 누적으로 퇴학을 당한 것이다.
물론 퇴학 당하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교수님들을 만나보고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퇴학 당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한 것이라 후회는 없다.
그래서 나는 졸업장이 없다. 독학 학위 검정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했을 뿐이다.

자신이 연구원이 되기 위해서 석사 과정을 밟고자 한다면
사실 휴학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되도록이면 한해라도 앞당겨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 말이다.
주관이 뚜렷해서 나는 이 길을 가겠다 한다면야 상관없지만
적어도 사회 나오기 이전에 사회가 어떤지 느껴보는 그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그 경험을 갖고 다시 공부하는 것과 그 경험 없이 공부하는 것은 태도가 다르고
바라보는 각이 다르다. 이것이 꼭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내는 것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결과라는 것도 어느 시점이냐에 따라 다른 법이다.
23살 때 대표 자격으로 사업을 했고, 24살 때 대표이사로 취임을 했다.
그 당시에는 내 또래 어느 누구랑 비교해도 난 꿀리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다. 인생이라는 것이 굴곡이 있는 법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지금 이제 겨우 1/3 정도 밖에 안 왔는데 1등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게 결코 1등이 아니다. 또한 그 1등이라는 것이 돈인지 명예인지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경험적 자산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성적인 사고만으로는 힘들다. 경험적 자산 이후에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생각해야만
그것이 진정 나만의 지식으로 체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4학년 이전에는
휴학을 해서 사회에 나가기 전초전으로 세상을 경험해 보라고 하고 싶다.

해외 여행? 좋다. 다양한 문화를 보고 느끼는 거 좋다. 근데 얼마나 느낄까?
또 나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들껄? ㅋㅋㅋ 거기에만 몰두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세상을 경험해라. 치열한 이 한국 사회의 전쟁터를 경험해 봐라.
분명히 뭔가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 없이 4학년을 맞이하고 취직을 하게 되면
일단 동기들과 비교해서 더 나은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하고
연봉으로 동기들과 비교하면서 경쟁하게 된다.
결국 내가 볼 때는 별 대단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인데 자기는 평범하지 않다고 하는 꼴이다.
정말 자신이 뭔가에 뜻이 있다면 그런 경험을 해보고 느껴라.
자신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면 거기서 분명 무엇인가를 느끼고 그 자산으로
남들과 다른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