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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누나의 결혼식

공교롭게도 지난 6월 28일은 나의 생일이기도 했지만 나랑 제일 친한 사촌 누나의 결혼식이었다. 독신으로 살 것이라 어릴 때부터 얘기하던 누나였었고, 나는 결혼을 할 것이니 결혼하게 되면 이웃집에서 살겠다고 하던 누나였었는데 임자 만났나 보다.

이렇게 살겠다고 정한들 그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지. 그래서 살아봐야 아는겨~ 순리대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거다. 그래도 내 예상보다 늦게 결혼한 편이다. 독신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결혼을 오히려 더 빨리 하는 편인데... 나름 오래 사귀고 한 결혼인 것을 보면 진지한 고민도 해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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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를 들고 가지 않아 폰카로 찍은 아들과 나. 사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든다. 난 내 얼굴이 가끔씩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거랑 아들이랑 나랑 닮은 구석이 그리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아~ 발가락이 닮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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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형제가 있는 집을 보면 항상 형보다는 동생이 생긴 게 더 낫다. 내 주변에 안 그런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인 듯. 이 놈은 결혼 잘 해야 되는데... 성격 좋겠다. 독실한 크리스찬이겠다. 괜찮게 생긴 편이겠다. 순진하겠다. 나랑은 하여간 많이 다르다.

성격 드럽고 기독교를 불신하며(꼭 불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상 드럽고 발랑 까진 나랑은 180도 다르다. 그래도 우린 형제다. 그리고 우애 좋다. 왜? 항상 동생이 나에게 배려를 해주니까. 나이 먹어서 그걸 느끼고 나 또한 동생한테는 잘 해주려고 한다.

항상 친구들이 동생보면 부러워 한다. 누나들 틈에 자란 친구들 말이다. 나도 저런 동생 있었으면 하는... 이제 다음 번에는 누구의 결혼식일 지 모르겠지만 내 동생 결혼식에는 내가 꼭 뭔가 멋진 것을 해줄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한다.

*  *  *

나는 남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경우는 그리 없다. 남에게 기죽어본 적도 별로 없다. 누구가 돈이 많다고 부러워하거나 지식이 많다고 부러워한 적도 없다. 항상 나는 그런 상황에서 나도 그 정도는 한다, 나도 돈 벌면 얼마든지 번다 하는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았던 오만한 사람이었다.

그런 나도 가끔씩은 힘들 때가 있다. 그것은 남으로 인함이 아니라 내 스스로 나를 힘들게 할 때이다. 그 때는 나 혼자서 소리없이 무너진다. 가끔씩 힘들 때 동생의 말을 되뇌이곤 한다. 동생이 나에게 했던 말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했던 말이다.

"형님은 절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어머니. 내가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형님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나도 이런 저런 사람들 만나봤지만 형님은 좀 틀립니다. 분명 뭘 해도 할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내가 뭐 역사에 길이 남을 대단한 사람이 될 인물은 아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 인물도 못 된다. 그냥 나는 내 스타일대로 살다 갈 사람이다. 보통은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하면 상대 비위를 맞추지만 나는 그런 거 별로 안 따진다.

돈이 많았으면 많았지 지위가 높았으면 높았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에 때에 따라서는 막말도 한다. 주변 사람들도 간혹 놀란다. 그러니 가진 자들이 싫어하지. 그러니 내가 손해를 많이 봤지. ㅋㅋㅋ

나는 돈을 많이 못 벌 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못 받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적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는 그 믿음 이상은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나는 내 주변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그래도 많은 편이다.

그 믿음이라는 것이 어떤 사소한 행동이나 말 때문에 "쟤 왜 저래?" 하는 식은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믿음에 꼭 보답은 해야겠다. 그것은 꼭 물질적인 것의 보답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뭔가 같이 기쁨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무엇이 될 것이다.

* 누나 결혼식에 사진 올리려다가 왜 삼천포로 빠졌는지 모르겠다. ^^ 블로깅은 편하게 하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