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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역대 배트맨 시리즈 중의 최고 "다크 나이트"

風林火山 2008.08.0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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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내가 본 2,742번째 영화. 영화야 본 사람의 주관에 따라 매우 상반된 견해를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영역이긴 하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배트맨은 대부분 좋은 평점이 나올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아주 멋진 작품이다.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할 만한 작품.

사실 나는 배트맨을 그리 재미있게 보는 사람이 아니다. 워낙 유명하니까 그냥 본다는 생각에 봤을 뿐이다.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진 않았지만 이전 배트맨 시리즈인 "배트맨 비긴즈"는 수많은 배트맨 팬들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난 전혀 뭔가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별 기대감도 없이 전작과 마찬가지려니 생각하고 영화를 봤지만 이 영화는 기존 배트맨 시리즈와는 현격히 다르다.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 조커를 통해 인간의 양면성, 어두운 일면을 아주 리얼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기존의 전작들이 만화스러웠다면 이번 작품은 매우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잠깐의 여유도 주지 않을 정도로 빠른 전개와 엎치락 뒷치락하는 내용 전개 또한 일품이었고 항상 선이 이긴다는 권선징악적 요소를 다분히 갖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악도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기에 악도 매력적으로 느껴져 각 캐릭터들의 매력에 흠뻑 젖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그러나 그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암울하고 어둡다. "아이언 맨"과 같이 슈퍼 히어로를 등장시켜서 코믹적으로 풀어나가면서 볼 거리를 제공해주는 그런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평점이 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슈퍼 히어로적인 요소가 많이 없고 현실적인 지라 이런 캐릭터에 실망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마치 최근의 007 시리즈인 "카지노 로얄"에 제임스 본드를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에 대한 악평이 기존 제임스 본드와 다름에 기인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영화라고 해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러 면으로 봤을 때 그래도 다수가 재밌다고 할 만한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맛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강추하는 바이다.


매력적인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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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트맨 원작 만화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원작에 충실한 조커가 어떤지도 모른다. 물론 1편 "배트맨"을 안 본 것은 아니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번 "다크 나이트"에 나온 조커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히스 레저가 그 역할을 잘 소화한 면도 있지만 영화 속에서 엿보이는 조커라는 캐릭터 그 자체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조커의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그가 얘기하는 것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의 대사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듣기를 바라는 그런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둔 내면의 얘기라고나 할까? 아니면 우리가 의식하고는 있지 못한 부분을 들추어내어 얘기하고 있다고나 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규범이 왜 그게 옳은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규범으로 정해져서 인가? 아니면 그게 옳기 때문에 규범이 된 것인가? 물론 대부분의 규범들이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그 규범에 사람이 종속되기도 한다. 조커의 대사들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만든다.

조커가 무서운 이유는 가진 것이 없어서다. 이 말은 잃을 것이 없다는 말도 된다. 그러면서 그가 악한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바래서가 아니라 오직 이 세상을 자기 뜻대로 주무르려 드는 사람들의 노력이 한심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즐긴다.


현실적인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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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만화틱한 배트맨과 달리 인간적 고뇌가 많이 보이는 매우 현실적인 캐릭터로서의 배트맨을 볼 수 있었다.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었기에 배트맨이 될 수 있었고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배트맨이 되었지만 배트맨이 등장하고 나자 그에 따른 반대급부적으로 악당들 또한 강해진다.

마치 인간 세상 자체가 유기체인 것과 같이 말이다. 절대 善이나 절대 惡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그 둘은 항상 공존한다. 마치 배트맨과 조커와 같이. 마치 조커가 있기에 배트맨과 같은 존재가 필요하고 배트맨과 같은 존재가 있기에 조커가 있는 서로 상생의 관계로도 보인다.

세상은 어떤 영웅의 노력이나 소수의 노력으로 완전 무결한 세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 노력 그 자체가 부질없음을 조커는 증명하려고 할 뿐인 것이다. 그에 반해 배트맨은 그것을 꿈꾸며 실천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영화의 막판에 고든 형사가 묻는다. 누구를 구하러 갈 꺼냐고. 배트맨은 레이첼이라고 답하고 먼저 떠나지만 정작 그는 하비 덴트를 구하러 간다. 만약 자신이 하비 덴트라고 했다면 고든 형사는 경찰들을 데리고 레이첼을 구하러 가려고 했을 것을 미리 생각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

자신 또한 사랑했던 여자(?)를 구하지 않고 하비 덴트를 구하려고 했던 것은 사의(私義)보다는 공의(公義), 소의(小義)보다는 대의(大義)를 위함이었을 것이다. 고담시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과 같은 은둔의 영웅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영웅이 필요했기에...

현실적이지만 이상을 꿈꾸는 캐릭터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기는 쉽지가 않다. 조커와 대조된 캐릭터로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트맨의 모습과 조커의 모습을 모두 다 갖고 있는 투페이스에 가깝다면 가깝다고 할까...


배트맨 + 조커: 투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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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배트맨과 조커 두 극단적인 캐릭터 속에서 투페이스는 두 극단을 오고가는 인물로 배트맨이기도 하면서 조커이기도 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결국 투페이스가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다. 그에 비하면 배트맨이나 조커는 한쪽 극에 포커싱을 맞춘 캐릭터다.

지극히 인간적이기 떄문에 배트맨이 레이첼을 두고 자신을 구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니까. 비록 그의 선택이 옳았든 틀렸든 그가 투페이스가 된 사연, 배트맨을 버리고 조커를 선택한 과정들을 보면 인간으로서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트맨과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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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이 없는 조커는 있을 수 없다. 조커가 없는 배트맨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이 세상이 만약 배트맨의 뜻대로 되었다면 항상 함만 있어야 했을 것이고 조커만 있다면 만 가득한 세상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그 두가지가 항상 공존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배트맨조커의 다른 쪽 얼굴이요, 조커배트맨의 다른 쪽 얼굴이다. 마치 투페이스의 양면인 듯 느껴진다. 이는 조커의 대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배트맨이 왜 날 죽이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조커는 이렇게 답한다. "You complete me."

전반적으로 흐르는 것은 善이 이긴다는 것이긴 하지만 영화 내용을 면밀히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조커는 인간의 추악함을 증명하기 위한 재밌는 게임을 하지만 결국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는다. 반면 배트맨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배트맨이 없는) 영웅을 만들고자 했지만 조커로 인해 영웅은 사라지고 만다.

이와 같이 세상도 우리가 아무리 바르게 살아야지 해도 그렇게만 살 수는 없다. 3자적인 입장에서 "그게 아니지. 이게 맞지."라는 얘기는 쉽게 해도 정작 자신이 그런 상황이 되면 생각이 달라지는 법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그런 선택의 갈림길에서 때로는 실수를 한다. 단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합리화시킬 뿐이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 많은 생각을 해주게 만든 영화였다. 물론 명확하게 이게 답이다는 것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답은 변하기 때문이다. 액션 영화에서 이런 묘미를 느낄 수 있다는 데에서 나는 이 영화를 매우 강추하는 바이다.


기타

1. 배트 팟(Bat 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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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 배트맨이 자주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 배트 팟(Bat Pot)이다. 사실 이런 것들 때문에 매니아층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 또한 한 때는 럭키 스트라이크라는 담배만 피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또한 만화책과 영화 때문이었듯이 말이다.

2. 히스 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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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의 역할을 아주 멋지게 소화해낸 히스 레저. 젊은 나이에 그의 죽음은 안타깝다. 올해 초에 우연히 들린 네이버 블로그에서 알게된 사실이었는데 적잖이 놀랐었다. 성공, 유명세 이면의 감당하기 힘든 뭔가가 있었을까? 안타깝다.

3. 매기 질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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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봤더라는 생각에 뒤져봤다. 만약 영화를 보고 이 배우에 관심을 가졌다면 다음을 보기 바란다. 제임스 스페이더와 같이 주연한 영화인데, 뭐랄까 배트맨에서 보고 가졌던 이미지 확 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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