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확률을 계산하지만, 승부사는 천재의 판단을 읽는다.

가벼운 로맨스에 무거운 시대적 상황 그래서 어중간했던 '모던 보이' 본문

문화/영화

가벼운 로맨스에 무거운 시대적 상황 그래서 어중간했던 '모던 보이'

風林火山 2008.10.21 06:00

총평

2008년 10월 2일 본 나의 2,758번째 영화. 영화 제목과 포스터만 봐서는 왠지 모르게 TV 드라마 <패션 70's>가 떠오른다. 포스터에서 보여준 이상으로 영화에서는 1930년대의 일제 치하의 우리나라 모습을 비주얼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내용은 그렇게 썩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듯 하다. 일제 치하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불운한 두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좀 더 애절했으면, 좀 더 극적이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간간한 웃음의 재미는 주었지만 아름답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영화를 본 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 영화의 메인 스트림은 친일파 이해명(박해일)과 독립운동가 조난실(김혜수)의 사랑 이야기다. 문제는 이 사랑 이야기를 애절하게 그리려고 일제 치하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려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사랑 이야기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다.

차라리 진지한 사랑 이야기였다면 애절하기라도 했을 터인데 이 영화는 시종일관 둘의 사랑을 아주 발랄하고 가볍게 터치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설정 속에 둘 사이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니 울림은 있을 수가 없는 법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고 말이다. 어중간하다. 그러니 감흥이 없다.

또한 이 영화는 너무나 보여주는 데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 엉망진창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1937년 경성의 모습과 김혜수의 개여울곡과 박해일의 연기와 김남길이라는 연기자의 발견과 약간의 웃음. 이게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


연기자는 연기를 잘해야


개인적으로 김혜수라는 배우를 예전부터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있는 듯한 말투와 행동은 좋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뭔가를 갖지 못하고 오직 외적인 요소에만 포커싱을 두는 것으로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 남는 배우가 되기는 힘들다. 연기자라면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 해야 하는 법이다.

매번 영화 나오면 보여줄 것은 그녀의 가슴 이외는 없는 듯 하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는 썩 잘 어울리는 의상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으로 그녀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 영화였기는 하지만 관객들 중에 연기 잘 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연기 정말 못한다. 예나 지금이나 발전이 없다.

발전하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비주얼을 더 돋보이게 하는 의상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밖에는 없는 듯. 이 영화를 보면 김혜수를 캐스팅한 것이 조난실이라는 캐릭터에 적합한 배우를 찾기 보다는 조난실이라는 캐릭터의 비주얼에 맞는 배우를 찾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좀 더 연기에 충실하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 너무 연기에 자신의 비주얼적인 요소만을 강조하려고 해서는 결코 연기 잘 하는 배우로 기억되기 보다는 그 비주얼만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될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를 한 번 잘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역시 연기파 박해일


참 능글맞게도 연기 잘 한다. 모던 보이 이해명 역을 아주 완벽하게 소화한 듯 하다. 박해일이 아니면 누가 그 역을 그렇게 해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 배우는 자고로 연기를 잘해야 하는 법이다. 생긴 것을 떠나 자신이 맡은 배역을 충실히 소화하고 연기함으로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들어야 한다.

오직 비주얼만 있다면 모델을 해야지 왜 배우를 하는가? 연기 못하는, 비주얼만 있는, 그런 배우를 데리고 비주얼만 강조하면서 한국에 배우가 없다는 말은 무슨 이유에선가? 어쨌든 이 영화는 박해일이 그나마 살려준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발견 김남길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신스케라는 배역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배우였고 그 인상이 강렬했기에 도대체 누군가 하고 찾아봤다. 아직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낸 작품이 없지만 적어도 <모던 보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나 누구요"라는 인상은 심어준 듯 하다.

그러나 한편 너무나도 신스케의 인상이 강해서 평소의 모습(사진으로 찾아본 모습)이 위의 사진과 매칭이 잘 안 된다. 그만큼 신스케라는 역할을 잘 소화한 듯 싶다. 다음에 출연하는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서 보여주는 그런 연기자가 되기를 바란다.


약간의 진지함


이 영화에서 처음 진지해지는 부분이 이해명과 신스케가 고문실에서 나누는 대화부터일 듯 하다.(물론 내 느낌상으로 말이다. 본 지도 보름이 넘은지라) 나는 오히려 이해명과 조난실의 사랑이 애절하다기 보다는 이해명과 신스케의 의리가 애절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김혜수의 개여울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한 곡이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이 곡에 심취했을 정도로 아주 중독성 있는 곡이다. 영화에서는 일본어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여기서는 한국어로 된 곡만 소개한다. 가사는 김소월 시인의 개여울이라는 시고, 곡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을 김혜수가 리메이크해서 부른 것이라고 한다.

* * *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_Jukebox|ok0.MP3|김혜수-개여울.MP3|autoplay=1 visible=1 color=black|_##]
4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