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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잔잔하지만 박진감 넘치고 울림이 있는 스릴러, 강추


나의 2,787번째 영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영화의 원작은 소설이다. 2007년도 퓰리처상 수상자인 코맥 맥카시의 동명 소설을 코엔 형제가 영화로 만든 것이다. 물론 퓰리처상을 이 작품으로 수상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소설을 읽기 보다는 원작으로 한 영화 보기를 더 즐기는 편인지라 소설을 잘 읽지는 않는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사피엔스21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담은 영화로 알고 있다. 원작자도 뛰어났지만 감독인 코엔 형제 또한 뛰어났기에 정말 품격 높은 스릴러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스릴러물은 퍽이나 나에게는 신선했고 그 울림 또한 여느 스릴러와는 달랐던 것이 그만큼 원작자인 코맥 맥카시의 메시지가 남다른 수준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론 영화나 소설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해석이 올바른 해석이라고 하는 것은 없다.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읽었느냐 하는 관점에서 접근을 한다면 작가가 '답'을 얘기해주면 그만이겠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이 어떤 의도를 갖고 적었다 해도(영화도 마찬가지지만) 독자나 관객의 재해석이 더 나은 경우도 있기에 그것은 독자나 관객의 몫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나는 이 영화(원작 포함)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들어볼 만한 메시지가 매우 울림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잔잔하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스릴러였기에 원작자의 스토리 창작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얘기할 수가 없다. 아무리 문학적 감수성이 떨어지는 나라 해도 이런 문학 작품 앞에서는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이유가 문학의 위대함을 반증하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나의 해석이 얘기해야할 듯 한데, 문제는 이게 꼭 올바른 해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왜 그렇게 해석을 하는지 잘 보기를 바랄 뿐이다. 해석이 들어가야하기 떄문에 여기서는 스포일러가 나올 수 밖에 없겠다. 그러나 스포일러가 나온다고 해서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리지는 결코 못할 것이기 때문에 별로 걱정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나에게 10점 만점에 10점의 최고 평점을 준 영화다. 꼭 보기를 강력히 추천하는 영화다. 재미와 울림을 동시에 가진 수준 높은 스릴러다~!!!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Sailing to Byzantium

이 소설의 초반에 모티브를 윌리엄 B. 예이츠(William B. Yeats)로부터 가져왔다고 한다. 그 시의 첫구절이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자 원작 소설의 제목인 No Country for Old Men이다. 일단 시를 한 번 보자. 왜냐면 이 영화 그냥 단순하게 볼 영화는 아니라서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따라가보는 것이다.

Sailing to Byzantium

William B. Yeats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The young
In one another's arms, birds in the trees
Those dying generations at their song,
The salmon-falls, the mackerel-crowded seas,
Fish, flesh, or fowl, commend all summer long
Whatever is begotten, born, and dies.
Caught in that sensual music all neglect
Monuments of unaging intellect. 

An aged man is but a paltry thing,
A tattered coat upon a stick, unless
Soul clap its hands and sing, and louder sing.
For every tatter in its mortal dress,
Nor is there singing school but studying
Monuments of its own magnificence;
And therefore I have sailed the seas and come
To the holy city of Byzantium. 

O sages standing in God's holy fire
As in the gold mosaic of a wall
Come from the holy fire, perne in a gyre,
And be the singing-masters of my soul.
Consume my heart away; sick with desire
And fastened to a dying animal
It knows not what it is; and gather me
Into the artifice of eternity. 

Once out of nature I shall never take
My bodily form from any natural thing,
But such a form as Grecian goldsmiths make
Of hammered gold and gold enameling
To keep a drowsy Emperor awake;
Or set upon a golden bough to sing
To lords and ladies of Byzantium
Of what is past, or passing, or to come.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윌리엄 B. 예이츠

 
늙은이들이 살만한 나라가 못되지. 서로
팔짱을 낀 젊은것들, 노래에 푹 빠진 나무 새들,
-그들 죽어 가는 세대들이여
연어가 추락하고, 고등어가 가득한 바다,
어류,육류,조류들은 여름 내내
잉태되고, 태어나고 또 죽는 것을 찬양하지
감각적인 음악에 사로 잡혀 모두들
늙지 않는 지혜의 기념물을 외면한 채

늙은이란 비천한 존재일 뿐,
작대기에 걸쳐놓은 넝마 같은 것
영혼이 손뼉을 치고 노래하고
유한의 옷을 입은 헤진 조각들을 위해
더욱 커다란 노래를 부를 때까지는
게다가 여기엔 노래학교도 없고 단지
나름대로 거창한 학술용 기념비 뿐인걸
그래서 난 바다로 떠나
비잔티움의 숭고한 도시에 온게지

오, 금빛 모자이크 벽화인 양
신의 성스런 화염 속에 서 있는 현인들이여
그 성화에서 나와, 가이어로 어우러져
내 영혼의 노래 선생이 되어 주소서
내 영혼을 소멸하소서, 열망에 찌들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른 채
죽어 가는 짐승에 묶인 이 혼백을 위해
영원의 예술품 속에 이제 나를 재편하소서

자연에서 비롯되었으되, 결코 다시는
어느 자연물을 빌어 내 육신을 삼지 않으리라
금판과 금박을 입혀 그리스의 금쟁이가 만든
그러한 형체로 태어나, 졸고 있는 황제를 깨우거나,
또는 황금빛 가지에 앉아 노래부르리니.
비잔티움의 귀족들을 향해
사라진 것과 사라지는 것, 혹은 새로 올 것에 대해서


솔직히 뭔 말인지 모르겠다. 역시 나는 시랑은 전혀 안 어울리는 듯 하다. 여기서 뭔가를 얻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뒤져봤더니 예이츠가 노년에 쓴 시로 자신의 처지 즉 노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시란다. 시의 표현 중에 노인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도 보이는 부분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시종일관 자조적인 표현만을 쓰지 않고 무엇인가로 승화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솔직히 확 와닿지는 않는다.

이 시를 보고 코맥 맥카시가 모티브를 얻어서 이 시에서 말하는 것을 소설로 적었다고 하니 나는 쉽게 풀어쓴 소설을 보고(아니 나와 같은 경우는 영화를 보고) 해석을 하는 것이 오히려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은 해석을 위해서 시를 봤지만 역시나 나는... T.T


노인: 보안관 애드, 토미 리 존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노인은 영화 속에서 보안관 애드(토미 리 존스)다. 실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세 명이지만 영화의 이해를 위해서는 토미 리 존스의 대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반에 말을 타고 신참과 함께 등장하면서 나오는 대사가 있다. 신참이 어떻게 그런 것을 아느냐고 하면 토미 리 존스가 그렇게 얘기한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알게 된다고.

이 대사 놓치면 안 된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알게 된다는 대사. 그렇게 생각했던 노인이었는데, 어떤 사건을 만나면서(이 사건에는 나머지 두 명의 주인공이 개입되어 있다.)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른 면이 자꾸 발견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전직 보안관이었던 아버지에게 가서 묻는다.

보안관 애드와 그의 아버지의 대화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석하기에는 나이가 들어서 아무리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고 해도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을 살면서 많은 지식이나 지혜를 갖고 있는 노인이라도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운명론자: 살인마 시거, 하비에르 바르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살인마의 형태를 보여줬다. 살인마라는 것에 어울리지 않는 헤어스타일과 왠지 모르게 어리숙해 보이지만 살인에 관한한 프로페셔널이었던 살인마 시거. 살인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것은 운명론자라는 것이다. 운명론자라는 것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동전의 앞 뒷면을 갖고 살인을 결정짓는 것도 그렇다.

살인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던 편의점인가 주유소 주인에게 그가 살아온 환경과 현재의 상황을 물어보더니 동전을 꺼내 앞면과 뒷면을 얘기하라고 한다. 왜 해야되느냐는 질문에 일단 하라고 하면서 이것에 따라 당신의 모든 것이 달려 있으니 해야만 한다고 한다. 즉 자신이 살인을 할 지 말 지를 동전에게 맡기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어떤 목적을 갖고 살인을 하게 되지만 그가 살인을 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 그는 살인을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 보안관 애드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보기 바란다.) 그래서 그가 가는 곳이나 만나는 사람들 중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사람들은 살인의 대상이 된다.

그런 그였기에 카우보이 모스의 처에게도 동전의 앞 뒷면을 선택하라고 하고, 그것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카우보이 모스의 처에게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의 결과가 무엇이든지 간에 나는 그것을 하지 않겠다는 모스의 처의 말자기가 가진 운명론적인 시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마지막 장면이었던 자동차 충돌 사고로 자신의 왼팔에 뼈가 튀어나올 정도의 부상을 입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그 사고를 본 아이에게 돈을 건네주고 아이가 입고 있는 셔츠를 산다. 그리고 그 셔츠로 걸대를 만들어서 부러진 팔을 고정시키고 유유히 사라진다. 즉 이 사고 자체도 자신에게는 운명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운명개척자: 카우보이 모스, 조쉬 브롤린


우리와 가장 유사하다고 한다면 바로 이 카우보이 모스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가 왜 살인마에게 쫓기게 되었는가? 바로 돈 때문이다. 우연찮게 발견한 돈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살인마에게 쫓긴다. 목숨을 걸고 말이다. 왜? 돈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틀렸다. 그 욕심 때문에 운명을 개척하기는 커녕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렇듯 운명을 개척한다고 우리네들은 생각하지만 그게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의 종말을 고하는 것을 모르고 우리네들은 살아간다. 욕망에 눈이 어두워서 말이다. 돈이 나의 운명을 모두 바꾸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그 대가 마저도 자신은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치부하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그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제공하게 된다.

사실 그런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스는 매우 치밀하고 정말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듯이 보였기에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매우 긴박한 스릴러물이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재미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어찌보면 카우보이 모스의 그런 결과를 통해서 작가는 우리네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돈만을 알고 그것만을 쫓고 사는 우리네 인생이 극단적이긴 하지만 카우보이 모스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보여준 것은 아닐런지...


한가지 이해가 안 가는 의문점

카우보이 모스가 총격전으로 시체가 널브러진 곳에서 200만 달러를 갖고 돌아왔는데 밤에 물통을 들고 다시 찾아간다. 자신에게 물을 달라고 했던 그 사람이 눈에 아른거렸는지 말이다.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사실 사건이 점점 꼬이게 되는 문제의 핵심은 그가 다시 찾아갔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말이다. 몇가지 정리를 해보면 이렇다.

1. 목격자를 제거하려고 다시 찾아갔다.
전혀 의외의 광경에서 횡재를 한 카우보이 모스였다. 치밀한 모스이긴 했지만 아무리 인간이 치밀해도 전혀 예기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치밀함이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거의 죽어가는 마약상이 물을 달라고 하자, 위험스럽지는 않아서 놔두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목격자니 죽여야 하겠다는 생각에 다시 찾아간 것이다. 진작 죽였어야지 그렇다면...

2. 물을 주려고 간 것이다.
1과 같이 생각한다고 하면 왜 굳이 물통을 들고 갔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죽이러 간 것이라면 물통은 굳이 필요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근데 분명 물통을 들고 갔단 말이다. 그러니 1과 같이 생각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정말 마약상에게 물을 주기 위해서 간 것일까? 아니면 물을 주려고 가면서 혹시나 죽었나 확인하러 간 것일까? 조금은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모스는 물통을 들고 밤 중에 길을 나설 때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고 얘기를 하고 나간다. 뭔가를 예감했다는 것인데 왜 그런 위험을 무릎쓰고 가야만 했을까?

3. 더 욕심이 있었다. 마약까지 취하려고 했다.
그의 캐릭터를 생각한다면 더 욕심이 나서 마약까지 취하려고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돈 200만 달러를 현찰로 획득하게 되었지만 마약 또한 현금화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것까지 취하려고 다시 간 것인데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일단 물통도 준비하고 총도 준비하고 간 것은 아닐런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그런 상황에서 그러기는 쉽지가 않을 듯 한데... 다음날 바로 짐 정리해서 그 지역을 뜨려고 했을 건데...

어쨌든 모스가 다시 돌아간 것 때문에 일은 꼬이게 된다.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로 인해서 벌어지는 그 이후의 전개를 보면서 나비 효과, 검은 백조 등이 생각났다. 만약에 내가 모스였다고 한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터인데... 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소리를 했다. "아유~ 저 등신새끼. 왜 가? 빨리 짐 챙겨서 그냥 해외로 나가!"


뉴페이스 하비에르 바르뎀: Javier Bardem

이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이 바로 하비에르 바르뎀이라는 배우다. 나도 처음 봤는데 전작들을 둘러보니 <하몽하몽>이라는 영화에 출연했다고 한다.


사실 이 영화를 통해서 안 배우라고 하면 페넬로페 크루즈였는데, 찾다보니 둘이 연인 사이라는 얘기가 있다. 아래 사진에 두 남녀가 바로 그들이다.


영화 속에서는 헤어스타일과 큰 코 때문에 왠지 모르게 기존 살인마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줬기에 독특한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듯. 보기에는 덤앤 더머인데 치밀하다는...


페넬로페 크루즈는 예전에 톰 크루즈와도 염문을 뿌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근데 나는 모니카 벨루치는 좋아했어도 페넬로페 크루즈는 별로던데...



조연 우디 해럴슨: Woody Harrelson

영화 속에 등장하는 또다른 킬러역에 우디 해럴슨이 나온다. <내츄럴 본 킬러>에서 보여준 미치광이 역할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가 주연역에 적합하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 역은 하비에르 바르뎀을 위한 역인 듯.


아쉽게도 살인마 시거에게 영화 속에서는 당하는 역을 맡았지만 그 또한 영화 속에서는 재미있는 하나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킬러 대 킬러. 우디 해럴슨은 좀 미치광이 역에 어울리는 듯한 이미지인데 최근 본 <세븐파운즈> 영화에서는 썩 어울리지 않는 역할도 맡아서 잘 소화한 듯. 조낸 불쌍하게 보이는 역할.




코맥 맥카시(Cormac McCarthy)의 퓰리처상 수상작

코맥 캑카시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은 <로드>(원제: The Road)로 나도 이 책은 읽다가 중단한 적이 있다. 왜 중단을 했냐고 하면 내가 가본 북카페 중에서 현재까지로는 가장 좋았던 '프린스턴 스퀘어'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 때 찍은 사진하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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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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