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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들

요즈음 아들이 저녁 먹고 항상 하는 일

우리 집안은 기독교 집안이다. 그래서 모두 다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유일하게 나만 아교다. 나를 믿는 종교. 아교. ^^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종교라는 것에 대해서 세속적이라 생각하고
특히나 배타적인 기독교는 종교로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부모님이 다 올라와 계시기 때문에 같이 살고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이리 저리 다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쓰는 용어로 노인네가 쓰는 용어를 사용하지를 않나...

그런데 최근에는 저녁 먹고 나면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저녁을 다 먹고 나면 성경책이 있는 곳에 가서 벽을 보고
뭔가를 읊조리기 시작한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웃기는 거다.
아마도 최근에 새벽 일찍 할머니, 할아버지랑 새벽기도 다닌 영향인 듯.

성경책을 들고서 오른쪽 어깨에 끼운다.
아마도 새벽기도 주관하시는 목사님이 그러시는 듯.
그리고 성경책을 내려 놓고 난 다음에 주기도문을 외운다.
근데 주기도문이야 어릴적 부터 외웠지만
외우는 목소리 높낮이다 다르다.

어떤 부분에서는 강조를 한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빠르게 한다.
아마 이것 또한 목사님이 그렇게 해서 그런가 보다.
얼마나 웃겼던지... 그래도 소리 내어 웃지는 못하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목사님이 했던 말을 그대로 읊는거다.
"주님은 우리 곁에 계십니다." 뭐 이런 얘기들.
그리고 "찬송가 OOO페이지 찬송을 하겠습니다."
하면서 찬송가를 뒤적거리면서 이번에는 찬송가를 부른다.

그리고 나서는 축도까지 한다.
두 팔을 벌려서 펼쳐들고서는
"이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게다가 설교까지 한다. 미치겠다...
얼마나 웃겼던지...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배꼽을 잡을 지경이었다.

굳이 내가 기독교를 믿지 않는다 하여 아들이 교회 다니는 것을
말리고 싶지는 않다. 최근에는 다시 교회를 가지 않고 있는 나인데
(기존에 갈 때는 아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간 것일 뿐)
아들은 주말이면 꼬박 꼬박 교회를 간다.
물론 가고 싶어서 갈까? 밖에 나가기를 워낙 좋아하니 가는 거겠지.

기독교를 믿고 또 찬송가를 부르고 밥 먹기 전에 기도하고(나만 안 한다.)
하는 그런 모습이 보기 싫다거나 맘에 안 든다는 것은 없다.
왜냐면 아들이 좀 더 크면 나름대로 내 방식대로 살면서
꼭 필요한 것들만 특별히 가르쳐 주려 하는데 그러면 저절로
스스로 판단하면서 가릴 것들은 가릴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아들이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그것이 스스로 생각한 것이라면 나는 적극적으로 도와줄 뿐이다.
공부를 잘 하고 못 하고는 난 별로 개의치 않는다.
어쨌든 아들 덕분에 간만에 엄청 웃었다.
벌써 며칠째 계속 저녁 먹고 나면 그러는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