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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서

가족 판타지: 여성의 입장에서 가족을 바라본 에세이


에세이: Essay

에세이라고 하는 것을 문학의 장르로 본다 하더라도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시에는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 있다. 일관된 논조를 유지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에세이에서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각, 관념이라 일컫는 것들이 정리가 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이는 여류 작가들에게서 사뭇 많이 보이는 부분(얼마 읽지 않았지만 내게만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인데, 어떤 현상에 대한 감성적인 반응을 펜 가는 대로 쓰는 경향이 많다. 이는 마치 블로그의 글쓰기와도 유사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에세이에서는 다소 맛깔스러운 표현과 기교가 가미되었다는 것일 뿐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 이 때에는 이렇게 얘기하고 저 때에는 저렇게 얘기하는 것이 어찌보면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다.

결국 독자들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생각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도통 이해하기가 힘든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대부분의 에세이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기에 거기에 동질감을 느끼기 쉬운 구석이 다분히 많다. 그것은 같은 경험을 함으로 인해 공감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로 인해 그런 부분이 생길 수록 이 책은 좋다라고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같은 독자는 작가의 생각을 읽어낼 때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나 기계적으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닌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기계적으로 읽는 것과 다르다. 작가의 생각의 모순들이 곳곳에 보이면 나같은 사람으로서는 도대체 어떤 가치를 더 우선시하고 왜 이 때는 이런 얘기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이니까.

단지 그것을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이 '에세이는 그렇게 보는 게 아냐'라고 한다고 해도 에세이의 정의를 그들이 안다면 결코 그렇게 얘기할 꺼리는 아니라고 본다. 단지 거기에서 내가 생각해본 것이 있고 공감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도 그런 부분은 지적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특히나 여류 작가들은 감성적인 소구점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많고 이 책 또한 그렇다.


가족 판타지

여기서 말하는 가족 판타지라는 것은 우리가 지금 시대에 가족에 대한 환상 즉 이상향을 뜻한다. 유교적 잔재가 아직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는 나라이기에 그런 작가의 얘기에는 충분히 공감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인지는 모른채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서 깊이 있는 담론이 아니라 틀을 깨는 얘기를 하는 것에서는 동의하기 힘든 구석도 많다.

세상이 바뀐다 해도 무엇이 더 나은지 불변하는 가치도 있다. 그런 것을 단순히 현상적인 부분에 치중해서 작가는 틀을 깨는 데에만 집중을 하는 듯이 보인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문제는 책 내에서 보이는 어투는 이게 맞지 않느냐는 어조라는 점은 스스로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는 작가의 성향이 다분히 반영된 에세이다. 즉, 작가가 지금껏 삶을 영위하면서 어렸을 적부터 반항아적인 기질을 다분히 보여왔기에 그런 데에 얽매여서 스스로의 삶의 틀을 극복하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좀 더 남들과 다른 시각을 제시하려고만 생각했지 무엇이 더 가치있고 지켜나가야할 것이고 다양한 시각들 속에서 어떤 밸런스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미흡했던 것이다. 그게 이 책에서 다분히 보인다.

그러다 보니 가족에 대해서 때로는 보수적으로 때로는 진보적으로 얘기를 하는데 전반적으로 진보적인 즉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기존의 틀을 깨는 얘기들이 많았기에 진보적이다고 보인다. 그것은 제목에서도 나오지 않는가? 가족 판타지. 그리고 제목과 같은 챕터의 내용을 보면 저자는 너무 가족이라는 것에만 얽매어 있는 것을 가족 판타지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모순된 삶을 살고 있다. 여느 엄마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아줌마일 뿐이다. 생각 따로 행동 따로.


작가와의 만남

KTV 촬영 때문에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었다. 몇가지 질문을 통해서 그다지 더 깊은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은 그 촬영의 주인공은 작가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아무리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도 가만히 있을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나는 주인공을 돋보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게 아니라면 촬영에 나가지를 말았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나 독서클럽 회원 중에 로빈이 다소 김별아 작가를 향해 공격적으로 몰아부쳤고 나는 중도적 입장에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로빈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그렇기에 중도적 입장에서 작가 대신 해명을 해주면서도 그런 얘기도 충분히 의미있는 얘기라고 했던 것이고 말이다. 원래 식자층들이 보기에는 그럴 수 밖에 없지만 굳이 그 자리에서 긁어부스를 필요는 없었기에 수습하려고 했던 것 뿐이다.


여성의 시각

이 책은 다분히 여성의 입장에서 적은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이 일거나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여성의 입장에서 적다 보니 다소 여성 독자들의 감성적 소구점이 꽤나 보이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얘기들을 들어보면서 가족에 대해서 작가가 생각하는 면면들을 알 수 있기는 했지만 사실 전반적인 내용에는 그리 동의하지는 않는 편이다.

나는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동/서라고 구분지어서 생각하는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를 얘기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동과 서의 사고방식에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접근법 등에서말이다. 나 또한 서양적인 사고방식을 최고로 여겼던 적이 있지만 그것의 한계를 알고서는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의 근저에는 동양적인 사상이 깔려 있고 표현이나 풀어내는 방식에는 서양적인 방식을 채택하곤 한다. 그래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니까. 둘의 조화가 더 중요하긴 하지만 무엇이 우선시해야 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동양적인 사고방식이 우선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서양적인 사고방식은 수박 겉도는 식의 얘기 밖에 하지 못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이 책에서는 다소 서양적인 사고방식으로 가족을 재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하고 글로벌화 되는 작금의 시대에 동과 서가 어디 있을까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동과 서는 사고방식의 양 극단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접근한다 해도 중요한 것은 저자의 생각이 일관되었다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내가 볼 때 이 책은 40대 초반 정도의 여성 독자가 읽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어필이 되는 경험들과 또 그들의 공감을 자아낼 만한 요소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공감대 형성이 에세이의 주요 목적이라고 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사고 체계나 생각의 깊이가 남다르다거나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얘기해두고 싶다.


끝으로

작가가 이 리뷰를 읽을 지는 모르겠다. 에코의 서재 사장과 술 친구라고 하는 얘기에 기회되면 그 자리에 같이 가자고 얘기하면서 KTV 촬영에는 화기애애했지만 연락처를 받지도 않았고(난 원래 그런 체질이 아닌지라) 연이 되면 다시 어딘가에서 보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리뷰를 보든 말든 그 때 그 자리에서의 나와 지금 리뷰로 만나보는 나는 사뭇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 때는 KTV 촬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고 작가였기에 거기에 맞춰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책을 좋다는 식으로 얘기했던 것이 아니라 상반된 두 개의 합 즉 저자의 생각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했던 거였는데 사실 내가 만족할 만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 블로그에 쓰는 글은 내가 주인공이니 내 생각은 온연히 담아내는 것일 뿐이다.


몇 가지

1.
가족, 나를 꼭 닮은 낯선 타인들에 대해
이 책의 제목인 가족 판타지라는 주제의 내용 마지막 어구이다. 그러나 정작 책 속에서 그런 논조를 유지하는 면만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저자가 도대체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가에 대해 헷갈렸던 부분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의 경험을 얘기할 때는 결코 자신이 얘기한 낯선 타인들을 낯선 타인들로 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2.
히키고모리
: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자신의 방에 틀어 박혀 지내는 이십대를 가리키는 말

3.
p116~p117: 남에게 작가가 이상형이 무엇인지 물어보면서 답변하는 내용이다.
p118: 자신이 다시 남편감을 고를 일이 생긴다면 물어볼 것들에 대한 내용이다.
근데 내가 볼 때 남의 얘기에 대해 작가는 다소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정작 자신의 얘기 또한 그들과 똑같음을 스스로는 못 느끼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불과 한 페이지 사이에 언급이 되고 남의 이상형 얘기에 자신은 이렇다라고 보여주는 게 똑같은 수준이니 다소 어이가 없었던 부분이었다.

가족 판타지 
김별아 지음/대교북스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