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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크로우즈 제로: 남자들의 로망을 한 껏 만족시켜줬던


나의 2,819번째 영화. 누적 판매 부수 3,200만부의 <크로우즈>라는 만화를 영화로 만든 것인데 헬스장에 다니면서 포스터만 보고 3류 영화인 줄 알고 쳐다보지도 않다가 보고서 너무 재밌었던 영화로 기억한다. 만화책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토리다. 명성 높은 스즈란 고등학교의 1인자를 놓고 벌이는 열혈남아들의 이야기로 학원물인데 양아치들의 세계라고 보기 보다는 주먹으로 강자가 되기 위한 남자들의 로망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캠퍼스 블루스


이 영화를 보는 순간 고등학교 때 즐겨봤던 <캠퍼스 블루스>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캠퍼스의 로망이라고 하면 나는 항상 이 만화를 떠올린다. 물론 이후에 수많은 학원물 시리즈가 많이 나오지만 <캠퍼스 블루스>가 거의 시초격이 아닌가 한다. <캠퍼스 블루스> 시리즈가 나오면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돌려서 보곤 했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러다 불법 만화로 분류되어 살 수도 없었고 동네 만화 가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어 시내(남포동) 만화 가게에 가서 구석진 자리에서 몰래 봐야했던 만화. 그 정도로 재밌게 봤던 만화였다.

불량 학생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교복 입고 담배 피우고 폭력을 일삼는) 이런 만화책 때문에 학교 폭력이 문제시되는 건 아니다. 왜냐면 만화책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강자가 강자끼리 싸우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 속에 사나이의 의리와 진정한 강자의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을 휘두르면 무조건 잘못이라고 하는 요즈음 세상이지만 나는 왜 폭력을 휘두르는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폭력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니까. 맞을 놈(인간이 인간같지 못한 놈)은 맞아야 한다. 나는 여전히 그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생물학적 분류로 인간과 동물을 나누는지는 몰라도 내 기준에서는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면 그건 이미 인간이 아니다. 상종을 하지 않거나 자꾸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하면 때려야 한다. 그건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 뒤지게 맞아야 정신 차리니까. 문제는 요즈음의 세상은 어찌된 모양인지 머리 굴리면서 인간을 활용하는 무리들이 많다. 남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듯 보여도 내 눈에는 읽힌다. 왜? 나는 적어도 그네들의 머리 굴림보다 더 굴릴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좋은 데에 활용하려고 하지 그네들처럼 남들 이용하면서 자기 이익을 차리는 데에는 활용하지 않는다.


세리자와 vs 겐지


<크로우즈 제로>에서는 스즈란 고등학교의 제패를 위해 기존 텃새격인 세리자와랑 신예 겐지와의 대립 구도가 메인이다. 세리자와를 역을 한 야마다 타카유키는 싸움꾼과는 다소 거리가 먼 생김새를 하고 있다. 그래도 세리자와 역을 잘 소화해 내긴 했지만 다소 언밸런스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간만에 보면서 너무 재밌어서 신나했던 영화였다. 물론 본 사람들 중에는 원작에 못 미친다는 얘기도 많이 있지만 원작을 보지 않은 나로서는 기대않고 봤는데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 영화였다. 개인 평점 10점 만점에 9점. 이런 거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