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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해운대: 이제서야 봤는데 영화 괜찮네


나의 2,863번째 영화. 사실 <해운대>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국민의 1/5에 해당하는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해운대>를 주변 사람들은 다 봤어도 나는 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생긴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어서 <해운대> 영화를 볼 때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자꾸 생각났다. 내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인지라... 그래서 <해운대>를 재밌게 보고도 그리 떠올리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그 놈의 연상작용~

영화는 재밌었다. 별 내용 있겠냐 싶어서 봤는데 우리나라 정서에 잘 맞고 2시간이라는 다소 긴 러닝 타임동안 지루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는 사실 한국 영화 잘 보지 않는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도 한국 영화는 어지간해서 보지 않는 편인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라 봤는데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었다. 개인 평점 8점의 추천 영화.


컴퓨터 그래픽 생각보다 깔끔했다. 우리나라 영화라고 우습게 봤던 나여서 그런지 반성했다는... 몇몇 장면들은 세트인지 아니면 CG인지 모르겠지만 리얼했다. 순제작비 130억원을 들였다는데(여기 메인 투자자가 지인의 친구분이라는. 이 영화로 대박쳤다고. 그래도 콘텐츠에 투자해서 대박을 친 건 그만큼 콘텐츠를 보는 눈이 있어서 가능했을 꺼라 생각한다.) CG에는 얼마가 들었을까? 그리고 여기 CG를 어느 팀이 담당했을까?


설경구. <공공의 적>까지만 해도 참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그 이후로 연기 패턴이 너무 굳어져서 좋아하는 배우에서 삭제를 했던 배우다.(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 <해운대>에서도 여전히 <박하사탕>에서 고함을 지르던 그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자세히 보면 고함치는 표정이 똑같다. 고함을 질러도 사람에 따라 다양할텐데 왜 연기자들은 그런 것에 민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부산 사투리가 썩 잘 어울리면서 역시 연기는 잘 하더만.


하지원. <진실게임>으로 스크린 데뷔할 때부터(그 이전에 출연한 드라마도 있지만 나는 드라마는 잘 안 보는 편인지라) 팬이었다. 아마 블로그에도 언급을 했던 것으로 아는데 하지원 생일이 내 생일과 같다. 단지 나보다 2년 늦게 태어났다는... 아쉽게도 <해운대>에서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못 주겠다. 어눌한 부산 사투리가 우선 걸렸다.(나 오리지널 부산 사람이라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배우였는데 <해운대>에서는 영 아니더라는...


김인권. 여러 영화에 조연 또는 단역으로 출연했던 배우였는데 내가 주목하기 시작했던 건 <조폭 마누라> 때부터다. 그 때도 양아치역으로 나왔는데 너무 리얼했다. 그 때부터 이 배우는 언젠가는 뜨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영화로 주목을 많이 받은 듯. 인물이 뛰어나지 못해도 연기를 잘 하면 언젠가는 주목받게 되어 있다! <조폭 마누라>에 출연했을 때도 오리지널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부산 출신이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동향사람인지라 발음만 들어도 안다. ^^)


이민기.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닌데 <해운대> 영화에서는 꽤 괜찮게 나온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좋은 역을 맡으면 그만큼 배우의 이미지가 확 달라지는 듯. 순박한 부산 청년으로 나오는데 오리지널 부산 사투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스무리하게 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왜 난 부산 사투리 나오는 영화를 보면 반가운지 모르겠다. ^^


강예원이란다. 난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이 배우가 맘에 든다 어떤다를 떠나 <해운대>에서 맡은 배역이 맘에 든다. 지금 시대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여자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어찌보면 자본주의에도 엄연히 신분이 존재하는 것 같다. 단지 태어나면서 신분이 정해진 예전과는 달리 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신분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서 본 박중훈. 한 때는 정말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였는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박중훈이 나온 영화 중에서는 <게임의 법칙>이 내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한국판 느와르의 진수를 보여줬던 영화. 나에게 박중훈은 코믹스런 연기를 하는 중견배우가 아니라 <게임의 법칙>에서 보여줬던 연기파 배우로 기억된다.


<해운대>에서는 비록 단역이지만 여전히 당찬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던 엄정화. 가수로 시작을 했지만 배우 못지 않게 연기를 잘 한다. 다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얼굴 표정에서 성형의 흔적이 드러난다는... 이제 보톡스나 성형보다는 피부를 가꾸길... 이미 한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이상해져가지 않을까 안스럽다. 그래도 좋아하는 배운데...

<해운대>를 만든 감독은 윤제균 감독이다. <색즉시공>을 만들었던. 그 때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었는데 <색즉시공2>, <낭만자객>을 만들면서 말이 많았다. 부산 출신인 이 감독 그래도 고려대 경제학과 나왔다. 경제학과 나와서 영화 감독을 하다니 다소 특이하다. 그만큼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나 싶다. 아마도 <해운대>를 두고 비평하는 비평가 중에는 <낭만자객> 즈음에 윤제균 감독을 싫어하게 된 비평가들도 꽤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