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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크라이스트: 충격적이면서 난해한 예술 영화 본문

문화/영화

안티크라이스트: 충격적이면서 난해한 예술 영화

風林火山 2010.03.23 15:59


나의 2,887번째 영화. 솔직히 라스 폰 트리에의 작품 세계를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의 최신작이라 시간 내서 봤다. <안티크라이스트>는 다소 충격적이며 난해하다.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감독의 노력이 엿보이지만 그 노력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과함은 덜함만 못한 법인지라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리 속에는 굳이 이렇게 표현해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티크라이스트>의 작품성이 어떠하고 영화 평론가나 영화 학도들에게는 이 영화가 어떻게 와닿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안티크라이스트>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개인 평점 10점 만점에 6점의 평이한 점수를 준다. 뭐 예술을 모르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 세계를 모르네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다.


영화란: About Movie

영화 매니아인 나는 오래 전부터 영화를 보면서 그것을 기록해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본 영화가 2,895편이다. 나는 이를 공식 기록이라 한다. 물론 보고 나서 빼먹고 기록하지 못한 영화도 있기에 비공식은 더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다. 

오래 전에는 KINO라는 잡지를 보면서 영화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노력도 했었다. 나름 예술 영화를 보고 나면 해석을 하려고도 노력했었고, 그것을 감상평으로 적어두기도 했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인지라 공책에 말이다.

내 성향이 다분히 분석적이고 연구적이다 보니 영화도 그렇게 접근을 했었다. 근데 도통 이해가 안 가는 것이 평론가들의 영화 해석을 보면 내가 느끼기에 갖다 붙이기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하기 나름이라고 해석도 하기 나름이다. 감독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만들었을까 의심도 많이 했었다.

그러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1회 때 무슨 영화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나와서 하는 얘기가 가슴에 와닿았다. 사회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감독님, 이 영화에 대한 해설을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감독이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해석하는 게 맞는 것입니다.
많은 해석들 중에 정답은 없습니다.
저 자신마져도 이 영화에 대한 완벽한 정답은 모릅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누구의 해석이 맞다는 건 없다. 다만 해석을 하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해석하고 싶지 않은 영화도 있다. 예를 들어 해석하고 싶은 영화라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고 해석하고 싶지 않은 영화라면 <이레이저 헤드>정도 되겠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2007 / 미국)
출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우디 해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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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이저 헤드
감독 데이빗 린치 (1977 / 미국)
출연 샬롯 스튜어트, 할 랜던 주니어, 다윈 조스턴, 레이먼드 월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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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함은 아니다. 그건 영화 학도나 평론가들의 몫이다. 그들이 어떠한 해석을 한다고 해서 그것을 우리가 받아들여야할 이유는 없으며 거기에 동의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평론 중에 나는 예술 관련 평론은 듣지도 않고 들으려 하지도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쉽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용어 써가면서 있어보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가끔씩 컨설팅이나 외국계 기업 출신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그렇게 지식에 겉멋 든 사람을 싫어한다. 왜냐면 그건 그만큼 지식의 깊이가 얕다는 반증인데 그걸 모르고 자신은 전문가라 스스로 칭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 말 뿐이다. 아는 건 그닥 없더라는...

감독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서 아주 난해하게 만들었다면 그건 감독이나 영화 학도나 평론가들이나 영화 업계에 의미가 있는 일이지 영화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안티크라이스트>가 그렇다. 처음에는 해석을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만들어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떠한 해석도 하고 싶지도 않고 해석하는 그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그래서 <안티크라이스트>에 대한 나의 해석은 없다. 그러니 나보다 해석을 잘 하는 다른 이들의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충격적인 정사씬: a Shocking Sex Scene


<안티크라이스트>의 초반 정사씬은 가히 충격적이다. 윌렘 데포와 샤롯 갱스부르 두 배우의 성기가 노출되고, 삽입 장면까지 나온다. 물론 간혹 성기 노출과 삽입 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있긴 하지만 유명한 감독의 작품에 그런 경우는 드물다. 괜히 이거 보고 궁금해서 보려는 사람들이 많을 지도 몰라 부연 설명하자면 영화는 재미 없다. ^^

그래도 한 가지 볼 만했던 건 마치 한 편의 CF와 같은 슬로우 모션이었다. 거기에 적절한 화면 전환이 앞으로 진행될 얘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되기에 초반에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 데는 성공한 듯하다. 


초반만 그런 게 아니라 <안티크라이스트>에서는 사진에서 보듯이 꽤나 멋진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펼쳐진다. 그런 걸 보면 이 영화 꽤나 괜찮을 듯 느껴지겠지만 보면 알 꺼다. 상징적인 게 많고 난해하다. 게다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난해하고 너무 상징적: Very Abstruse and Symbolical


물론 나도 처음에는 해석하는 재미도 있으니 즐기면서 보긴 했지만 두 사람의 갈등 관계를 해소해나가는 방식이 다소 일반인들의 상식에 많이 어긋나 있어서 해석하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이거다.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이렇게 두 주인공을 싸이코로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어떤 물건이나 행위, 장면등이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연결고리를 갖고 있긴 하다. 그러나 너무 상징적이고 너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안티크라이스트>를 보면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세 가지 충격적인 장면: Three Shocking Scenes


<안티크라이스트>에서 수많은 장면들이 충격적이기에 그 중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성기 노출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초반 정사씬이야 뭐 그렇다 쳐도 그 이후의 충격적인 장면은 다소 과하다. 사진으로 첨부할 수는 없으니 글로써 세 가지 정도만 충격적인 장면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초반 정사씬에서 윌렘 데포와 샤롯 갱스부르의 성기 노출과 삽입 장면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줌
② 샤롯 갱스부르가 윌렘 데포의 성기를 잡고 자위를 하게 해주고 정액을 쏟아내는 장면
③ 샤롯 갱스부르가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가위로 도려내는 장면

이 정도만 하겠다. 그냥 내가 충격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니다. 충격적이니까 충격적이라고 하는 것이지. 


뭐 이런 장면은 충격적인 장면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이 두 배우의 열연은 정말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


샤롯 갱스부르: Charlotte Gainsbourg


그래도 <안티크라이스트>에서 열연한 샤롯 갱스부르 칸 영화제에서 <안티크라이스트>로 여우주연상 받았다. 그럴 만도 하지~
 

이 배우가 열연한 영화 중에 <제인 에어>란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서는 매우 여성스러웠는데 <안티크라이스트>에서 보면 보이쉬한 느낌?


윌렘 데포: Willem Dafoe


워낙 유명한 배우라 따로 설명이 필요는 없을 듯 싶다. 나는 어릴 적에 <플래툰>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윌렘 데포를 알았는데 어린 나이에 <플래툰>을 본 지라 그 이후로 톰 베린저(악역을 맡았었다.)는 무조건 싫어했고, 윌렘 데포는 무조건 좋아했었다. ^^ 


<플래툰> 포스터에 두 팔을 하늘로 뻗고 있는 배우가 바로 윌렘 데포다. 내가 본 수많은 영화 중에서 명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 중에 한 장면이 바로 이 포스터의 장면이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슬프던지... 눈물까지 흘렸다는...


라스 폰 트리에: Lars Von Trier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 중에서 내가 본 작품들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① 킹덤: 개인 평점 6점
② 브레이킹 더 웨이브: 개인 평점 4점
③ 어둠 속의 댄서: 개인 평점 4점
그리고 안티크라이스트


보면 알겠지만 평점이 다소 낮다. 내가 무조건 평점을 깎아내리는 그런 사람은 아닌데... 그만큼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작품은 나랑 잘 안 맞다. 그래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작품은 선호하지 않고 꺼리는 편이다.

영화 속 명장면들: Good Scenes in the Movies


 


 

<플래툰>의 명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어느 누가 편집해서 올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영화의 명장면들은 모아서 동영상으로 만들어뒀다. 4분 조금 안 되는 짤막한 동영상이지만 여기에 나오는 영화는 무려 36편이다. 모두 다 본 영화들이다.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매트릭스>, <러브 액츄얼리>, <쇼생크탈출>, <터미네이터2>, <대부3>, <러브레터>, <타이타닉>, <유주얼 서스펙트>, <아이덴티티>, <쉰들러리스트>, <콘택트>, <레옹>, <뷰티풀 마인드>, <델마와 루이스>, <세븐>, <여인의 향기>, <가위손>, <죽은 시인의 사회>, <포레스트 검프>, <샤인>, <시네마천국>, <첨밀밀>, <펄프픽션>, <노킹 온 헤븐스 도어>, <페이스 오프>, <칼리토>, <빅>, <인생은 아름다워>, <이티>, <퐁네프의 연인들>, <더 록>, <플래툰>, <박하사탕>, <스카페이스>, <브레이브 하트>, <링> 

이 중에는 내가 추천할 만한 영화가 아닌 영화도 있다. 게다가 명장면들 중에는 명장면이라 할 만하지 않다는 것도 있다. 또한 어떤 영화의 명장면은 여기에 나온 장면이 아니라는 것도 있다. 그래도 이 짤막한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영화를 고르고 편집한 이의 노력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 동영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품이 대단하든, 배우가 뛰어나든 간에 영화를 보고 감동적이라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작품은 성공한 것이라고... 물론 재미를 위해서 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나는 기본적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감동이 있는 영화, 울림이 있는 영화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오래도록 남게 되는 법이다.


예고편: Trailer


 


예고편 OST로 나오는 '울게 하소서'는 언제 들어도 좋다. 그런데 '울게 하소서'는 초반 정사씬에 배경으로 깔린다. 사실 <안티크라이스트>는 라스 폰 트리에라는 감독도 그렇지만 윌렘 데포가 주연했기에 보려고 했던 거다.

윌렘 데포와 샤롯 갱스부르의 명연기는 정말 볼 만했지만 영화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렇다. 영화는 감동이 있어야 하고 감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휴먼 드라마를 좋아한다.

6 Comments
  • 호오... 재밌는 영화 추천 감사드려요. 2010.04.28 20:27 신고 재밌는 영화 추천 감사드려요.
    그런데 '잘난척' 이라는 것에는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 하네요.
    상대를 이해시키려면, 상대의 지식과 사상을 알고 있어야 할 텐데,
    외국계 회사원들 같은 경우에는 이를 잘 모를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에서는 '빈수레가 요란하다' 라는 속담이 있고,
    또 그만큼 겸손이 요구되지만,

    서양에서는 자기소개서부터 다르더라구요.
    만약 한국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잘난척 왕재수'라고 느껴질 정도로요.
    (그러니까, 자기의 있는 그대로를 말하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것이 능력과 직결되니 좀 부풀리는 경향이 있겠죠.)

    역시, 남에대한 지식이 없다면 아무래도;; 잘난척으로 들리게 말할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lsk.pe.kr BlogIcon 風林火山 2010.04.29 00:44 신고 제가 여기서 말하는 척이라는 것은 다분히 상대적인 개념이긴 합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잘난 척'이라는 것은 잘난 게 없는데 별로 실력이 없는데 그러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실력이 있는데 제가 그러는 거면 저 또한 그런 이들은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상대적인 지라 상대를 가려가면서 척 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실력이 있으면서 척하는 것과 없으면서 척하는 것을 볼 줄 아는 이들에게는 척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얘기드리고 싶습니다.
  • anjie 2010.10.22 11:26 신고 라스폰트리에 감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인간의 심리를 정말 적나라하세 묘사하지요-
    도그빌과 만덜레이 아직 안보셨다면 추천합니다^^
  • Favicon of http://lsk.pe.kr BlogIcon 風林火山 2010.10.24 16:04 신고 도그빌은 괜찮게 봤습니다만 만덜레이는 못 봤네요. 찾아서 보도록 하지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아휴... 2015.07.05 06:38 신고 안녕하세요. 우연히 들어왔다가 글 남기고 갑니다. 그리 기분좋은 댓글은 아닐 것 같아서, 미리 죄송합니다. 영화 좋아하시고 많이 보려고 하시는건 알겠는데요, 본인이 이해 못하신다고 괜히 깎아내리진 마세요 제발;; 이 포스팅뿐만 아니라 다른포스팅도 몇개 보면서 느꼈지만, 난해한 작품 보고나서 재미없네 있는척하네 깎아내리시고... 그 수많은 장치들은 다 갖다 버리시고 "기억에 남는건 정사씬과 성기씬뿐~ ^^" 이런식으로 표현하시지 마시고요, 이해가 안 가서 재미없고 싫으시면 그냥 감동적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그런 영화 위주로 많이 보셔요. 내가 해석 못하니까 이 영화는 재미도 없고 잘난척만하는 영화임. 이러지마시고요. 해석할 줄 아는 눈을 갖고 싶으시면 영화 공부 더 하시거나, 그게 귀찮으시면 그냥 해석이 필요 없는 영화 보시면 됩니다.
  • Favicon of http://lsk.pe.kr BlogIcon 風林火山 2015.07.05 10:46 신고 그래도 공손하게 얘기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무리 그리 얘기하신다 해도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영화에 어떤 해석을 해야 옳은 건지요? 영화에 이런 해석을 해야 옳다는 게 있다는 얘기인지요? 이미 그런 거 자체가 저는 좀 아니다 보고 있습니다. 예술은 그냥 느끼는 겁니다. 그런데 해석을 하려고 드니까 문제지요. 근데 그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어떠한 해석이나 평을 보고 그게 정답이라고 느끼는 거에요.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짜맞춥니다. 예술에 정답이 있다니 참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지요. 그건 해석의 영역이 아닌데 말이지요. 그래서 영화를 보고 뭐라 하든지 간에 그게 틀렸다 라고 할 수가 없는 부분인데 자신의 해석이 맞다라고 하니까 까는 겁니다. 정답이 없는데 자꾸 정답이 있다고 얘기를 하니 까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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