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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그린 존: 이라크에 간 제이슨 본은 아니고, 이라크전에 대한 진실은 볼 만


나의 2,922번째 영화. 어제 개봉일 영화관에서 봤다. 기대하고 봤던 영화인데 본 시리즈를 떠올리면서 봐서 그런지 통쾌한 액션이 없어 그런 점에서는 다소 실망~ 그러나 내용이 꽤 진지해서 흡입력이 있었다. 이 영화는 본 시리즈 생각하고 보면 안 된다. 본 시리즈와는 각이 다소 다르다는 얘기다. 그러나 개인 평점 9점의 추천 영화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영화의 내용 때문이다.


이라크전의 진실


이라크전의 명분은 이라크가 보유한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것이었다. 영화 <그린 존>에서 맷 데이먼이 맡았던 역할이 바로 대량살상무기를 수색하는 MET-D팀의 팀장이다. 실제로 이라크전에서 이 임무를 수행했던 팀장에게 자문을 받으면서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게다가 맷 데이먼의 오른팔로 나오는 배우는 실제 이라크전에서 그 역할을 한 군인이라는 점.


계속되는 허탕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던 맷 데이먼에게 CIA 국장이 접근한다. 이 배우 생긴 거는 마치 러시아 마피아 조직 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우리 나라의 역사를 보면 CIA가 그리 해당 국가를 위하기 보다는 미국 정부를 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린 존>에서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말이다. 실제는 어쨌는지 모르지만...


이라크 재건을 총책임하고 있는 인물. 더럽게 밥맛없다. 그리고 이라크 살상 무기가 있는 위치를 알려준 이를 조사하고 있는 기자. <그린 존>에서 보면 기자가 쓰는 기사가 얼마나 사실 여부 확인 없이 전해들은 얘기에 근거해서 얘기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영화 속에서 나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거는 보도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거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많고 기사 작성에 자부심을 가진 기자도 많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류의 기자가 많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을 듯. 나도 지켜본 바 있고 말이다. 미디어는 진실을 알리기 보다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읽고 싶어하는 글을 적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그건 트래픽에만 초점을 맞춘 블로거와도 흡사하듯이 말이다.


어쨌든 이 영화는 이라크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영화가 사실적이다 어쩌다를 떠나 그럼 여기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과연 진실일까? 보통의 경우 다수들이 좋아하는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그게 진실이라고 믿곤 하는데 실제로는 아닌 경우도 종종 있기에 어떤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신중해야할 필요는 있지만 분명한 건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의 명분들 이면에는 뭔가가 있다는 거다.



The Whole Truth About the Iraq War

나도 음모론 좋아한다. 그 음모론이 어떤 의도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든 그 근거가 매우 설득력이 있으면 단순한 음모론으로 치부하진 않는다. 다만 항상 그러하듯이 내가 아쉽게 느끼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타이밍이 있다. 그런데 항상 보면 뒷북이다. 모든 게 다 결정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진실이 밝혀진다.

나는 의사 결정 전문가기 때문에 결과를 바뀌게 만드는 데에 진실을 밝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라크전과 같이 사안이 큰 경우에는 그게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어느 누구도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 진실을 밝히려고 하지는 않을테니. 어쨌든 이 영화를 통해서 이라크전에 대해서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역할은 톡톡히 했다고 본다.


원작  Imperial Life in the Emerald City

그린존 - 10점
라지브 찬드라세카란 지음, 조혜연 옮김/북스토리

<그린 존>의 원작은 라지브 찬드라세카란이라는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논픽션 소설을 영화화한 거다. 원제는 『에메랄드 시티의 제국 생활』인데 영화 제목에 맞춰서 국내 번역서도 그린존으로 나왔다. 저자가 이라크 보도를 하면서 지낸 2년 동안의 기록을 사실적으로 적었다고는 하는데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예고편: Trailer



기타: Etc


혹시나 마케팅으로 활용되던 문구인지 모를 "이라크로 간 제이슨 본" 이런 거에는 현혹되지 말기를 바란다. 나도 진실을 파헤치면서 미군의 신분에서 벗어나서 맨손 싸움도 마다 않는 한 영웅을 볼 줄 알았는데 <그린 존>의 맷 데이먼은 그닥 싸움을 잘 하지 않는다. 사진의 옆 군인한테 맞기도 하고 말이다. ^^ 본 시리즈의 그런 액션은 <그린 존>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대하지 마시길.

그래도 이라크전의 사실적인 묘사와 재미만으로 보기는 힘든 내용 등의 다른 요소들이 많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영화에 몰입해서 봤었다. 단지 본 시리즈의 액션을 기대하지만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