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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엽문 2: 진정한 무도인의 삶을 보여준 영춘권의 고수


나의 2,932번째 영화. 1편을 도대체 몇 번이나 봤던가? 그만큼 <엽문>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만한 영화였을 터. 그 속편이 1년 6개월 만에 나왔는데 1편보다는 다소 아쉬운 점 한 가지가 있지만 재밌고 감동이 있는 영화다. 뭐 액션 영화에서 감동이냐 하고 유치하다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서양적인 사고방식에 물들은 우리나라라서 그런 것이라고. 무술에 치중하지 않고 무도에 치중한다면 느끼는 것이 있을 터. 개인 평점 9점의 추천 영화.


견자단과 엽문: Donnie Yen and Ip Man


도합 27단의 무술 고수인 그가 이 영화를 위해서 들인 공은 크다. 물론 <엽문 2>를 위해서만 그런 게 아니라 엽문이라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들인 공이 크다는 말이다. <엽문>의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엽문이라는 같은 캐릭터를 두고 영화에 임했던 두 배우가 많이 달랐다. 그건 견자단은 영화배우이기 전에 무도인이기 때문이었을 터.

그는 이 영화를 위해서 10kg을 빼고 9개월 동안 영춘권을 수련했으며, 엽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서 다소 스피디한 자신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 일상 생활에서도 영화 속의 엽문과 같이 행동했다고 한다. 이러니 견자단에게 있어서 <엽문>, <엽문 2>는 매우 의미있는 영화가 될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비단 견자단에게만이 아니라 견자단의 수많은 팬들에게도 엽문 시리즈는 견자단 최고의 영화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한다. 47살이 되어서야 주목을 받은 게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기존에 형성된 두터운 매니아층들은 이제서야 견자단의 진가가 발휘되는 작품이 나왔다고 환호했을 듯 싶다. 사실 나 또한 <엽문>을 보고난 후에 견자단을 좋아하게 됐으니...


영춘권: Wing Chun


내가 영춘권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견자단은 영춘권을 확실하게 터득한 듯 하다. 뭐 그렇다고 수십년 영춘권을 한 사람보다 낫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만큼 무술에 대한 기본기가 되어 있고 무술인 이전에 무도인으로서 무술을 임하는 데에 대한 자세가 되어 있으니 그런 것 아닐까 싶다. 엽문 시리즈 이후로 영춘권 하면 견자단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영춘권이 이렇게 빠른 손놀림과 절제된 동작을 하는 것일까? 영춘권은 모르겠는데 영춘권을 베이스로 하여 이소룡이 개발한 절권도를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오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시범을 보이는 사람은 Tommy Carruthers인데 유투브에서 이름으로 검색하면 더 많은 동영상들을 볼 수 있다. 절권도 시범을 보이는 건데 이것만 봐도 영춘권이 실제로도 그러했을 꺼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이소룡이 만든 절권도는 이소룡 사후에 이소룡의 제자들에 의해 계파가 나뉘는 듯 하다. 그 중에 Tommy Carruthers는 이노산토 계열의 절권도.


영춘권 vs 홍가권: Wing Chun vs Hung Gar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장면은 마지막 부분에 나오지 않는다. 중간 부분에 나온다. 원판 위에서 벌어지는 영춘권의 고수 엽문과 홍가권의 고수 홍진남의 대결이 그것. <엽문>에서는 필적할 만한 상대가 없었던 반면에 <엽문 2>에서는 엽문 급의 고수가 등장한다. 이런 점이 1편과 다른점이다. 홍가권의 고수로 나온 홍금보 또한 실제로 무술의 고수인지라 둘의 대결은 정말 볼 만했었다.


영춘권 vs 복싱: Wing Chun vs Boxing


<엽문 2>에서는 마지막에 서양의 복싱과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여기서도 콤비네이션 공격이 많이 선보이긴 하는데 1편에 비해서 다소 약한 점이 아쉽다. 1편에서 보인 엽문은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절대 고수라는 모습을 보여준 반면 2편에서는 무도인으로서의 자세를 많이 부각시켜준 듯 하다. 그러면서 홍콩 영화나 중국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영웅주의나 중화주의를 살짝 깔아주고~


무술감독 홍금보: Chin-pao Hong


홍금보는 <엽문>에 이어 <엽문 2>에서도 무술감독을 맡았다. 홍금보를 보면 어떻게 그런 몸으로 그렇게 민첩하고 유연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 사실 무술 실력에 비해서 그런 외양 때문에 그리 괜찮은 역을 맡지 못한 배우인 듯 하기도 하지만... 이소룡과도 무술 대련을 해서 무승부를 했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본 사람이 없으니 그렇다고 할 순 없어도 그만큼 홍금보의 무술 실력이 얕지는 않다는 얘기겠거니.


이렇게 실제로 무술에 일가견이 있는 두 고수가 영화 속에서 대결을 펼쳤으니 아무리 짜여진 대로 진행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맛이 다른 법이다. 이 씬을 두고 감독 또한 둘의 대결은 진짜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촬영 현장에서도 볼 만했다는 얘기겠거니... 그럼 영화 속에서 그 둘의 대결은 어떻게 끝날까? 그건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길~


<엽문 2>는 실화?


<엽문>이 실화라고 느꼈던 것은 우선 실존인물에 실존권법 그리고 동시대의 배경이 컸을 듯 싶다. 게다가 <장군의 아들>과 비슷한 설정 때문에 다소 과장은 되었지만 실화라고 믿기 쉬웠을 듯. 그러나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실화라고 해도 각색을 많이 한다. 그래서 실제랑은 많이 다른 법. 영화는 영화일 뿐. ^^ 그에 반해 <엽문 2>는 누가 봐도 실화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듯 싶다. 그건 영화를 보면 안다.


무도인 엽문: Grandmaster Ip Man


영화를 보면서 무도인으로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영화니까 그렇게 보이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거니 해서 이리 저리 자료를 찾아봐도 실제 엽문의 삶이 그러한 듯. 영화 속에서도 보이듯이 무술 좀 한다는 사람들은 깝쭉대지만 고수인 엽문과 홍진남은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은가? 다만 엽문은 그것이 무술만이 아니라 삶 속에서도 고스란히 반영이 되어 있다는 게 참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아는 무도인. 내가 봐도 영화 속의 엽문은 정말 멋지다. 그래서 영화 속에 엽문의 아내로 나오는 배우 웅대림도 인터뷰 때 영화 속의 엽문 같은 남자가 있다면 당장 결혼하겠다고 한 것이겠거니. 영화를 보면서도 참 배울 점이 많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는 민족주의도 다분히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엽문이라는 캐릭터의 대사는 그것을 초월하여 인간으로서의 도리 즉 보편성 측면에서 얘기를 하고 있다. 지위가 높아도 인격이 높지는 않다는 그의 대사가 귓가에 맴돈다. 돈이 많아도 지위가 높아도 그에 걸맞는 품격이나 교양을 가진 이가 드문 세상 아닌가?


아쉽게도 엽문 시리즈는 2편으로 끝날 듯 하다. 물론 관객의 입장에서 팬의 입장에서는 더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지만(황비홍 시리즈처럼) 여기서 끝~ 하는 것도 뭐 많은 팬들에게 2편으로 된 엽문 시리즈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 될 수도...


황비홍 vs 엽문: Wong Fei Hung vs Ip Man

황비홍에는 로맨스가 있다. 그러나 엽문에는 가족애가 있다.
황비홍에는 코믹이 있다. 그러나 엽문에는 진지함이 있다.

분명 코믹하고 로맨스가 가미되면서 화려한 액션이 등장한 게 더 재미있을 듯 하지만 역시나 울림이 있어야 더 오래가는 법인가 보다. 엽문에는 그런 울림이 있다. 그래서 배우고 본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이런 점 때문에 나는 황비홍보다는 엽문이 영화만 두고 봤을 때는 더 낫다고 본다. 실존인물이 어떠하다는 건 차지하고 말이다.


이소룡: Bruce Lee


영화 마지막에 이소룡이 등장한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소룡의 어린 시절의 얼굴과 닮았다. ^^ 이소룡도 아마 스승인 엽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다. 단순히 절권도의 베이스가 영춘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무도인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이소룡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알겠지만 이소룡은 철학과 출신이다.(전공은 심리학. 그러나 중퇴했다. 왜? 무도관 운영을 위해서)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다. 그냥 이런 저런 무술 터득하여 절권도 만든 건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그의 말이나 글을 보면 매우 철학적이다. 그리고 동양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철학도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은 나누는 편이다. 물론 극점에 가서는 둘이 매한가지긴 하지만 서양철학에 기반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별로 깊이가 없다. 뭐랄까 무도인이 아닌 무술인?

어쨌든 이소룡의 그런 사상도 어린 시절부터 엽문으로부터 수련을 받으면서 배운 정신이 밑바탕이 되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좋은 스승을 두면 그렇게 되는 법이다. 그의 다큐멘터리 오랜만에 생각나서 다시 보려고 블로그 뒤적거렸더니만 유투브 동영상 안 뜬다. 짤렸나? 찾아서 파일로 보관하고 있어야할 듯.


예고편: Trailer



10분짜리 예고편이다. 길어서 그런지 중요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