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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들

진강이 같은 반 아이들의 합동 생일파티

風林火山 2011.07.25 08:30
원래 진강이 생일은 8월 21일인지라 아직 1달여 남았지만 진강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방학을 7월 20일 해서 방학 중에 생일인 친구들과 함께 미리 생일파티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강이네 반 학부모들의 단합이 잘 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요즈음은 다들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1달에 한 번씩 모여서 합동으로 생일파티를 하고 때로는 돈 모아서 애들이랑 같이 놀이공원도 가곤 하는데 보통의 경우엔 나 대신 엄마(진강이 할머니)를 보낸다.

물론 내가 시간을 못 내서 또는 가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나도 가고 싶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엄마들 틈에 끼어서 같이 놀기가 좀 그래서 그런 것이다. 물론 난 낯가림 같은 거 하지 않는다. 단지 청일점이 되다 보면 다른 엄마들이 불편할 수도 있고(여자들끼리의 수다에 방해가 될 수도 있고) 나 또한 그리 적극적으로 끼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남자는 아니니까 그런 거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아들이 주인공이 되는 생일파티고(물론 합동이지만) 진강이가 하루에 한 번씩 오라고 얘기를 했었고 나 또한 꼭 가겠다고 약속을 한 터라 갔다. 물론 엄마(진강이 할머니)랑 같이... ^^;


생일파티? 방학식?


생일파티 장소는 인근의 롯데마트 지하였다. 가보니 애들이랑 학부모들이 너무 많았는데 들어보니 진강이네 반 애들 한 두명을 제외하고는 다 왔다는 거다. 게다가 동생들까지 데려왔으니 예상 인원을 훨씬 초과했더라는 거. 나중에 생일 파티를 하는 파티룸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이 날 방학식을 했다 보니 별다른 약속이 없어 오후에 뭘할까 하는 애들까지 다 온 게 아닌가 싶다.


친구들과 섞여 있는 진강이 많이 즐거워한다. 나를 찾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진강이가 노는 걸 유심히 살펴보니 진강이가 그리 인기가 있거나 하지는 않는 듯 싶었다. 그렇다고 왕따거나 애들과 섞여서 놀지 못한다는 건 아닌데 말이다. 사실 나는 또 한 가지 유심히 찾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진강이가 좋아한다는 여자애가 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결국 찾아냈다. 느낌? No Comment~


진강이가 제일 좋아하는 기차 놀이. 기차 놀이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기차 타고 싶으면 모이라고 할 때 애들이 우루루 가는데 진강이가 다소 늦게 줄을 선 지라 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꽉꽉 채워서 운행하려고 진강이도 나중에 들어가긴 했는데 자리가 별로 없어 여자애들만 있는 첫번째 칸에 타게 된 거다. 진강이 전혀 그런 거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 잡는데 여자애들이 진강이 밀친다.

완강하게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밀치더라는... 오호~ 순간 들었던 생각 '우리 한 대 마즈까?' ㅋㅋ 그래도 진강이가 타자 허리띠도 여자애들이 매준다. 스스로 하게 하는 연습을 많이 시키는데 아직까지 진강이는 또래에 비해서 좀 느린 편이다. 별 문제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어릴 때는 여자애들이 좀 더 발달이 빠른 편인지라 그러려니 하고 만다.


합동 생일파티


이윽고 준비한 음식이 다 마련이 되었는지 애들을 부른다. 난 바깥에 있어서 바깥에 있는 학부모들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헐~ 파티룸에서 애들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더 많았다는 거. 학부모라고 하지만 다 엄마들이고 나만 유일하게 아빠다. 방학 때 생일을 맞는 반 친구들은 진강이를 포함해서 6명. 엄마들이 생일 축하송을 불러주고 나서 마련한 음식을 먹었다.


김밥, 피자, 치킨, 과일 나름 애들이 좋아할 것들로만 준비를 한 거 같은데 애들 생각보다 그리 잘 먹지 않는다. 조금 먹다가 나가서 논다. 먹는 거 보다는 노는 게 더 좋은 듯. 애들이 나가자 엄마들이 앉아서 애들 먹으라고 마련한 음식들 먹으면서 담소를 나눈다. 나도 그 틈에 끼어서 점심을 때웠다. 간단한 요기 정도 수준 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배고파서 먹었다. ^^;

먹을 걸 다 먹고 나서 나는 이제 슬슬 일어나려고 했다. 더 있기는 좀 그래서 말이다. 엄마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뭐 끝나고 학부모들은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한다는 얘기도 있다. 요즈음 신세대 엄마들은 애들 챙기면서도 그러는가 보다.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끼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반대표 엄마(진강이네 반 대표 엄마)에게 현금 지원 해드리고 나왔다.

극구 사양하는 반대표 엄마였지만 그래도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하니 이걸로 보태 쓰라고 하면서 줬다. 사실 그런 의미보다는 내가 진강이 아빠라는 존재감의 표현이기도 했고, 아빠라고 왕따시키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진강이 항상 끼워주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주는 거였다. 사실 초반에는 내게도 이런 저런 모임에 참석해라는 문자 메시지가 많이 왔었는데 몇 번 답변 안 했더니 뚝 끊겨버렸다.

아들한테 관심이 없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들끼리 점심 모임도 하고 그러는데 거기에 내가 가서 엄마들하고 친해지기는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나 대신 엄마(진강이 할머니)가 나가서 다른 엄마들과 친해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아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아빠랑 할머니랑은 다를 수 밖에 없으니 나 또한 자식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줄 필요는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생일파티는 끝났고 나는 진강이한테 간다고 하고 나왔다. 내가 가는 게 못내 아쉬운지 마중까지 나오는 진강이. 매일 보는 아빠지만 그래도 떨어지기는 싫은 모양이다. 아니면 생일파티 끝나고 드라이브를 염두에 둔 게지. 그러나 평일이었기에 아빠는 일을 해야 했단다. 그렇게 합동 생일파티는 끝났는데 그 날 오후에 엄마한테서 문자 하나가 왔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진강이를 모를 리는 없겠지. 진강이가 그냥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런 존재가 되는 건 싫었다. 친구들 사이에서야 진강이가 하기 나름이지만 부모들 사이에서도 쟤는 진강이라는 거를 알고 있는 게 아직까지는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야 혹시라도 친구들끼리 싸우게 되도 부모들간에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는 거고 말이다. 어쨌든 나름 소기의 목적 달성은 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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