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자동차

졸음운전으로 인한 접촉사고

요즈음 바쁘다 보니 잠을 잠깐씩만 자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잠을 많이 안 자는 걸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나는 평균 하루에 8시간은 자야한다. 단지 몰아서 안 잘 때가 있을 뿐. 이번주는 바쁘다 보니 졸리면 조금씩 자는 식으로 생활을 했는데 저녁 먹고 잠깐 잤다가 밤 새고 점심 전후로 잠깐 자는 식으로 했었다.

그러다 하루는 오전부터 미팅이 잡혀 있어서 처리할 일들 처리하고 차를 끌고 나갔다. 대부분의 미팅 장소가 강남이긴 하지만 보통은 차를 안 끌고 간다. 버스가 훨씬 편하기 때문. 차를 끌고 가는 경우는 미팅이 여러 개라 이동하는 게 애매한 경우나 급하게 가야할 경우(강남까지 30분 정도 내에 가야하는 경우)나 차를 끌고 간다.

그런데 왜 그 날은 차를 끌고 갔는지 모르겠다. 조금 늦는 거야 상관없는데 왜 굳이. 여튼 밤을 새고 차를 끌고 나갔는데 강변북로가 막힌다. 졸음은 쏟아지고. 창문 다 열고 음악도 틀고 했는데 쌩쌩 달리는 거라면 바람이라도 쐬면서 CD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서 고함 지르듯 노래를 부르면 될텐데 막히니까 거북이 운행을 해서 그런지 졸음이 쏟아지는 거였다.

물론 가끔씩 졸음운전을 한다. 그러나 지금껏 한 번도 사고 나겠구나 싶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어느 순간에 내가 자고 있다는 걸 인지할 정도였으니. 이러다 진짜 사고 나겠다 싶었는데 사고가 난 거였다. 아주 경미한 접촉사고였지만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참 세상에 줏대 있는 사람들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 다 이유가 있다.


나는 원래 인정할 건 인정하는 성격인데

접촉사고가 나고 난 다음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강변북로 갓길에 주차를 시켰다. 일단 나는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자다가 접촉사고 나고 정신이 없었으니까) 일단 사이드 미러 접힌 거 작동 제대로 되는지만 확인하고 내렸다. 일단 나는 졸음운전을 했다는 거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게 합의를 보려고 했었다. 나는 내 잘못한 거 있으면 딱 인정하는 스타일이니까.

상대: "졸음운전 하는 거 같던데"
나: "예. 어제 밤을 샜더니 많이 졸리네요."

일단 상대의 차를 확인했다. 내 차는 보지도 않았는데... 보니까 오른쪽 문 하나가 많이 긁힌 거 같았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긁은 게 아니라 다른 접촉사고로 이미 긁혀 있었던 것. 나는 모르지. 접촉사고가 났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어떻게 접촉사고가 났는지도 모르겠고 깨어보니 정신이 없어서 일단 갓길로 차를 뺐으니까.

그런데 상대가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요지는 이렇다. 며칠 전에 자기도 젊은이랑 접촉사고가 났는데 어린 녀석이 돌멩이 하나 튀었다고 얼마를 물어줬다나 어쨌다나. 그건 내가 알 바는 아니고. 보통 접촉사고 나면 자기가 잘못한 게 없다고 우기는 경우를 숱하게 봤기 때문에 나는 그런 류인가부다 하고 말았다.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는 거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 정도로 생각했던 거고. 일단 상태를 확인해봤다.


상대차의 접촉 부위 상태


사진과 같다. 오른쪽 차문 아래쪽에 타이어 자국과 움푹 들어간 부위가 있다. 처음에는 문에 긁혀져 있는 것도 다 내가 한 줄 알았다.(사진에는 안 나와 있지만) 내가 그랬다. "어떻게 하실래요? 문짝 하나니까 견적은 그리 크게 나오지 않을 거라 제가 볼 때 보험 처리하기는 그렇고 적당 선에서 합의 보시죠." 그러자 자기가 사진 하나 보여주겠다며 핸드폰을 꺼낸다.

무슨 사진이냐니까 최근에 자기가 돈 물어준 거라는 거다. 그러면서 한다는 얘기가 돌멩이 하나 튀었는데 뭐 얼마 물어줬네 그러는 거다. 그리고 이거 수리 맡기면 자기 하루 일당이 15만원인데 그것도 못 하게 되고 뭐 그러는 거다. 그 때 내 머리 속에서는 암산하기 시작했다. 다마스 퀵택배를 하시는 분이 하루 일당 15만원이면 주5일 근무 생각해서 주당 75만원 한달 300만원. 택시기사보다 낫네? 설마~

딱 보아하니 돈을 많이 뜯겠다는 심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아저씨. 아저씨 며칠 전에 어린 애한테 당해서 그렇게 손해봤다면서요. 그런데 웃긴 게 지금 아저씨 저한테 하는 게 그거랑 똑같지 않나요?" 아저씨 당황해한다. "제가 졸음운전했다는 거 인정하고 미안해서 수리비에 좀 더 보태서 처리해드리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얘기하시면 보험처리하시죠. 어차피 제 100% 과실 처리 안 되니까 돈이 더 들어도 아저씨도 돈 내게 그렇게 만들 겁니다."

아저씨 당황해한다. "그럼 얼마로...?" 그거 보니까 확 짜증이 난다. 일단 내가 아는 범위에서 이거 공업사에서 처리할 때 어떻게 처리할 꺼고 얼마 정도 들어가니까 거기에다가 미안하다는 거 생각해서 웃돈 올리면 어느 정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얘기를 했다. 고개를 끄덕인다. 지갑을 꺼내어 5만원권으로 합의한 금액 줬다. 참 신기하게도 현찰 많이 안 갖고 다니는 난데 요즈음에는 현찰을 좀 들고 다니다 보니 바로 내줄 수 있었다는 거.

그리고 그랬다. "아저씨. 세상에 별의별 사람 살지만 말입니다. 저같은 경우는요. 그런 게 안 통해요. 지금이라도 원하신다면 보험 처리하시죠. 보험 처리하면 저도 더 손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아저씨 하는 거 보니까 그렇게 하고 싶네요. 돈을 더 쓰더라도 말입니다." 아저씨 그런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그 정도에서 그냥 넘어가자고. 갑자기 돈을 내주기 싫었는데 이건 내가 잘못해서 생긴 거라 생각하고 돈 쓰자 생각한 터라 줘버렸다. 미팅 시간도 있고 하니...


좋다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상대

 

아저씨 돈 받아들자 좋단다. 좋다는 표정을 숨길 수가 없는 듯. 그 뭐냐. 여자에겐 쑥맥인 남자가 자신의 이상형을 보고 좋아서 입이 싱글벙글하는 듯한 그런 표정? 그리고 내게 한 마디 한다. 어깨를 두드리면서 재수없는 날이라 생각하라고. 순간 확 뒤집어버리고 싶었다. 내 표정이 많이 변하자 눈치 본다. 내가 서서 쳐다보니까 얼른 차에 오르더니 사이드 미러로 나를 보고 이내 도망가듯이 차를 몬다. 왠지 모르게 내가 졸음운전하는 거 보고 일부러 사고를 유도한 듯한 그런 느낌? 그 때 들었다.

사실 그 오른쪽 도어는 이미 많이 긁혀 있어서 수리를 해야할 필요가 있었고 어차피 수리할 거 한 번에 하게 되면 그냥 돈 굳는 건데. 그 부위에 일부러 유도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일단 나는 내가 졸음운전하는 게 맞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합의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으니 준 돈에 대해서는 아깝다는 생각은 없는데 하는 꼬라지가 맘에 안 드니까 돈이 아까워지더라고.

그렇게 따졌으면 내가 입장을 바꿔서 그런 경우를 당했을 때 나는 어떻게 했을까? 아마 수리비만 달라고 했을 듯 싶다. 최근에 접촉사고 난 경우(이건 상대측 과실이고 100% 상대 잘못인 경우였는데)에는 그냥 가라고 했다. 상대차에 애들이 타고 있었는데 애들이 놀라는 거 같아서 그거 보고 그냥 가라고 했던 거다. 다만 여편네가 끼어들어서 차를 그렇게 운전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길래 순간 삥 돌아서 뭐라 얘기했더니 아무 소리 못하더만. 하여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내가 배려한답시고 가만히 있으니까 지네들이 뭐 잘못 없는 줄 알고 그러는데 어이가 없었다.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거는 상대측 100% 과실인데 왜 그런 바보 짓을 했냐고 그러던데. 나도 애 키우는 사람인데 애들이 놀라는 거 같아서 그냥 말았다고 했었다.


나는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좋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를 하기 때문에 사람이고. 허나 상황적인 판단을 해본 후에 실수도 너그러이 봐줄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 실수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그런 식의 사고 방식은 매우 비인간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가해한 입장일 경우에는 너그러이 봐주길 바라기 보다는 깔끔하게 인정할 거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려고 한다. 내가 주도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없다.

그런데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얘기를 하곤 한다. 다양성. 저마다 생각이 틀리고 가치 기준이 틀리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런데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가치 기준이 저마다 틀리기 때문에 어떤 가치 기준이 더 낫느냐는 거다. 응? 어디서 어줍잖게 다양성 소리 듣고 나대냐고. 난 그런 생각 없는 것들이 마치 생각 있는 양 떠드는 걸 너무 너무 싫어한다.

입장의 차이라는 거. 이거 참 묘하다. 접촉사고는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포스팅하려고 해도 시간이 없어서 못 했다. 바빠서. 매일 올라가는 글은 다 주말에 예약 포스팅 걸어둔 거라 올라갔던 거고) 어제도 그런 거를 느꼈다. 물론 입장의 차이라는 걸 무시하는 건 아니다. 허나 세상을 색안경 끼고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너어~무 많은 거 같다. 나한테 잘 해주면 그 사람은 본질이 어떻든 좋은 사람. 득이 되면 좋은 사람. 그냥 내가 말을 말아야지.


다음부턴 졸음운전 조심

여튼 졸음운전으로 아주 경미하지만(내 차는 뭐 티도 안 난다만) 접촉사고를 내고 보니 졸음운전이 음주운전보다 더 무섭다는 말을 실감까지는 아니더라도(난 술을 좋아하지 않아 음주운전은 안 한다.) 다음부터는 졸음운전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필 그 날 왜 내가 차를 끌고 나갔는지 이해가 안 간다. 연이은 미팅이 있었지만 버스로 이동해도 편한 장소들이라 굳이 차를 끌고 갈 필요가 없었는데... 여튼 졸음운전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