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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역사

릉 이야기 I. 서오릉 ① 신분에 따라 묘지도 다르더라. 능, 원, 묘의 차이

서울 도심에도 능이 있다.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강남에 있는 선릉이다. 선릉 얘기하니까 갑자기 선능역이 맞아? 설릉역이 맞아?로 택시 안에서 선후배 3명이 나를 바보로 만든 일화가 생각나네. 바보 3명이 천재 1명 바보로 만드는 것도 순간이더라고. 췟! 여튼 조선 시대의 왕과 왕비의 무덤인 능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이다. 일단 이것부터 언급하고 넘어가자.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 조선왕릉


위의 사진은 서오릉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 유네스코 등재된 세계유산 기념비(?)다. 500년이 넘는 왕조의 무덤이 오늘날까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2009년 6월 30일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거다. 우리나라에 있는 조선왕릉은 총 42개인데(이 중에 2개는 북한에 있다.) 어느 하나도 훼손되거나 없어지지 않고 제자리에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것. 오호~ 일제 시대에도 왜놈들이 왕릉은 안 건드렸나 보네.


신분에 따라 나뉘는 무덤의 명칭, 능/원/묘

1) 왕과 왕비의 무덤은 '능'


위의 사진은 서오릉에 있는 명릉으로 숙종의 제1계비인 인현왕후의 묘다.(계비라고 하는 건 원비 다음의 왕비라는 뜻이다. 원비인 인경왕후는 어린 나이에 죽었다.) 능은 왕과 왕비의 무덤만을 말한다. 왕비가 되어야 '능'이라고 명명하고 위와 같이 홍살문(사진에는 안 나와 있다),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이르는 참도(사진에서 돌길을 말한다),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중앙에 보이는 건물), 비석을 보호하는 비각(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건물)이 있다.

2) 왕세자와 왕세자빈, 왕의 친족들의 무덤은 '원'


위의 사진은 서오릉에 있는 수경원이다. 조선 21대 영조의 후궁인 영빈 이씨의 무덤이다. 원래 후궁이라고 하면 '원'이 아니라 '묘'로 명명한다. 안 그러면 후궁이 한둘이어야지. ^^; 조선시대의 왕들 그렇게 밝혔다믄서? ^^; 근데 '원'이라고 명한 것은 영빈 이씨가 사도세자의 생모이기 때문이다. 후궁이라고 하더라도 왕을 낳은 생모의 경우에는 '원'으로 격상해주는 게 당시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그런다 하더라도 왕비가 아니라 후궁인지라 보면 알겠지만 뭐 없다. '능'에서 보이는 홍살문, 참도, 정자각, 비각 어느 것도 없다. 제사도 안 지내나 보다. 이렇듯 왕에게 이쁨을 받는다 하더라도 왕비가 아니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고.

3) 그 외의 왕족의 무덤은 일반인들과 같이 '묘'


위의 사진은 서오릉에 있는 대빈묘다. 그 유명한 장희빈의 무덤. 역사적 사건들을 뒤로 하고(얘기하자면 기니까) 후궁이었고 인현왕후를 폐위시키고 자신이 왕비의 자리에 올랐으니 계비까지 되었다는 얘기인데 '능'이 아니다. 또한 장희빈이 낳은 아들은 경종으로 왕의 생모인데도 불구하고 '원'도 아니다. 그만큼 사약을 내리고 폐비가 된 인물인지라 '묘'라고 칭하는 듯. 서오릉 가보면 알겠지만 '원'에 비해서도 '묘'는 더 초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