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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못해도 인성은 갖춘 아들에게 가르침을 받다 본문

일상/아들

공부는 못해도 인성은 갖춘 아들에게 가르침을 받다

風林火山 2012.10.19 22:00

내 성격 아는 사람 알겠지만 불같다. "태어나서 불같은 사람 많이 봤지만 너같이 불같은 사람은 처음 봐"란 얘기도 20대에 들어봤었다. 그 때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이었으니 그럴 만하지. 지금은 그 때보다는 많이 유순해졌지만(?) 그래도 기질이라는 게 쉽게 변하는 게 아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해서 기질 그 자체가 바뀌는 게 아니라 과거의 많은 경험들을 통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거다. 그게 바뀌는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치 않는 게 근본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바뀐다고 보지 않는다. 무슨 말인고하니 어느 상황에서 언제 욱~ 하게 될 지는 나 스스로도 뭐라 말하기 힘들다. 단지 비슷한 상황에서도 이제는 그렇지 않더라, 욱~ 하는 빈도가 많이 줄어들더라 뭐 그런 정도지.

이러는 나도 아들 앞에서는 싸움을 안 하려고 한다. 왜냐면 내가 싸우면 진강이는 울면서 소리 지르면서 자지러지기 때문이다. 3년 정도 된 거 같은데 옆집에 사는 뭔 양아치 같은 새끼가 아버지한테 시비를 걸었던 모양이다. 목소리가 높아져서 자다가 밖에 나가보니 아버지한테 대드는 걸 봤지. 어라~ 너 잘 걸렸다 싶었다. 왜냐면 엘리베이터탈 때 보면 눈빛이 드러웠거든. 그래서 눈싸움을 하곤 했다. 눈싸움에서 내가 이겼으니 그간 아무 탈이 없었던 게지. 그 때 언성이 높아지고 그러니까 진강이 그랬다. 울고 불고 싸우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자지러지는 거였다. 첨 봤다. 애가 그러는 거. 그래서 그 날 이후로 애 앞에서는 화가 나도 가급적 억누르려고 한다. 다시는 그런 모습 보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다.


양보해야지? 응?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종종 말싸움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에 내가 잘못한 거라면 미안하다고 하겠지만 상대가 잘못했는데 잘못했다 하지 않으면 거 곤란한 상황 벌어진다. 근데 보면 대부분 여성 운전자들이 그런 경우가 많아서 뭐라 말은 못하고 혼잣말로 *(()*()%^!#%^& 하면서 그냥 지나간다. 난 여자들이랑 말싸움 하기 싫다. 남편 아니면 애인이 있으면 남자한테 뭐라 하지 여자한테 뭐라 해봤자 피곤하다. 일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1000번 버스 기사가 1차선에서 정류장으로 무리하게 밀고 들어오는 거였다. 일단 앞쪽부터 들이미는데 내가 브레이크 안 밟았으면 사고 날 뻔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안 비켜주려고 그랬던 거라면 그냥 넘기겠는데 그게 아니었거든. 급발진해서 정류장에 서 있는 버스 옆에 서서 뭐라 하면서 기사 내리라고 그랬다. 그냥 가대? 쫓아갔지 계속 옆에서 말이다. 이런 저런 욕을 해가면서.

그 날 이후로 진강이는 1000번 버스를 탈 때면 이 기사 아저씨는 운전을 잘 해? 못 해?를 항상 물어보곤 했다. 내가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어서 물어보려니 했는데 나중에서야 알았다. 미리 상황 파악하는 거다. 요즈음에는 같이 타고 다니면 이런다. 약간이라도 그럴 만한 상황이 벌어질 거 같다 그러면 "아빠~ 양보해야지? 보내고 우리가 다음에 가자. 응?" 내가 무리하게 끼어들거나 그럴려고 그런 게 아닌데 조금이라도 그럴 상황이 생길 듯 하면 그러는 거다. 그러니 그거 보고 웃겨서 그냥 그렇게 할 뿐이고. 운전하다 전화 받으면 "운전중 휴대폰 사용 금지"라고 그러고. ㅋㅋ


그래도 바른 인성을 갖춘 아이



최근에 집 주변에 갔던 오띠아모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도 주문하고 늦게 나오자 아르바이트생 불러서 뭐라 얘기하는데 진강이가 그런다. "우리만 배고픈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배고프니까 우리가 좀 참자"고. 내가 가르친 게 아닌데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다. 이거면 된 거다. 요즈음 학교 교육도 많이 바뀐 거 같긴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기본적으로 줄 세우기 교육인지라. 내가 볼 때는 학교 교육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극성 맞은 부모들이 그런 걸 오히려 부추기는 게 아닌가 싶다. 원래 지가 무식하면 자식들 똑똑하게 만들려고 그런 거거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비록 나는 그렇게 이기기 위해 살아왔지만 그렇게 살아오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아무 소용 없다는 거다. 사람이 주어진 길이 다르기에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우직함,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본다.

무엇을 하든지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세상에 보면 돈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왜 사는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사는지, 나는 행복한지, 나는 죽을 때 나를 아는 이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줄지 그런 거 생각하지 않고 밟고 올라서고 더 많은 돈을 벌려고만 하는 듯 하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그것만을 위한다는 게 잘못되었다는 거다. 그래도 내 아들 녀석이 인성이 좋아서 그런 것들은 앞으로 잘 가르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나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성격인데 진강이는 그렇지 않은 거 같아서 다행이고. 가끔씩 학교에서 늦게 오는 때가 있는데 그건 담임 선생님이 특별히 별도로 공부를 시켜준다는 거다. 부탁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렇게 해주는 건 그만큼 진강이가 복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항상 밝게 웃는 아이. 어른을 보면 항상 반갑게 먼저 인사하는 아이, 피자보다는 밥을 좋아하는 구수한 입맛의 아이. 비록 공부는 못 하지만 그거면 됐다. 어찌보면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이런 걸로 위안을 삼는다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공부를 해본 사람인지라 공부를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 진강이가 공부를 원한다면 몰라도 말이다. 나는 진강이가 잘 되고 못 되고에는 관심이 없다. 지 인생이니까. 출세를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가치있게 사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그게 되려면 적어도 바른 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건 가정 교육에서 비롯된다고 보는데 나는 그런 교육을 시킨 적이 없는데 그래도 진강이가 그런 인성을 갖고 있는 듯 하여 기분이 좋을 따름이다. 요즈음은 그런 진강이를 보면서 나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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