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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위험한 관계: 사랑이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란 걸 비극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


나의 3,152번째 영화. 어우~ 생각보다 괜찮네. 스토리가 말이다. <위험한 관계>는 사랑이란 마음을 움직이는 거라는 연애의 정석을 캐릭터 간의 심리적 갈등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재밌는 거는 절대 마음을 먼저 주지 않는다는 두 명(남자와 여자)의 캐릭터다. 이들의 은밀한 계약으로 스토리는 시작되지만 그 둘조차도 결코 남녀 사이에서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우선시된다는 시대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인간의 아주 기초적인 본능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걸 비극적으로 잘 보여준다. 간간이 그 캐릭터들이 벌이는 애정 행각이 스토리의 양념으로 추가되면서 지루하지 않게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마지막에 파국으로 치닫게 되면서 너무 급하게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았나 하는 게 다소 아쉽다. 개인 평점 8점 준다.


원작은 230년 전의 소설 '위험한 관계'

위험한 관계
피에르 쇼데르로스 드 라클로 지음, 박인철 옮김/문학사상사

<위험한 관계>의 원작은 소설이다. 그것도 230년 전인 1782년에 출간된 소설로 18세기 퇴폐한 프랑스의 사교계를 풍속적으로 묘사한 연애 심리 소설인데, 10여 명의 파리 사교계 사람들이 주고 받은 175통의 편지를 엮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작가인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작품 중에 유명한 작품이 이거 하나 밖에 없다는 걸 보면 그가 연애 심리 소설을 쓰기 위해서 캐릭터(절대 마음을 먼저 주지 않는다는 두 명의 캐릭터)를 창의적으로 그렇게 설정한 게 아니라 퇴폐한 사교계를 잘 드러내기 위해서 그렇게 설정한 게 아닌가 싶다. 캐릭터 설정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재미난 스토리가 나올 수 있었던 거고 그런 스토리를 통해서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걸 아주 잘 드러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게 꽤 되는데 그건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기 때문에(남자이고 여자이기 때문에) 바뀔 수 없는 근본적인 것들을 스토리로 잘 엮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원작 '위험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영화

1) 1959년작 <위험한 관계> (원제: Les Liaisons Dangereuses)

원작 소설을 최초로 영화화한 건 프랑스 영화다. 아무래도 자국 소설이다 보니 그런 듯. 무려 177년 뒤에야 영화로 만들어진 셈이다. 원작 소설의 주인공과 영화의 주인공 이름은 똑같다. 메르퇴이유와 발몽. 근데 설정이 좀 다르다. 1959년작 <위험한 관계>에서는 둘은 부부로 나온다는 거. 부부라. 오~ 설정 파격적이다. 부부인데 서로 각각 다른 사람들과 불륜을 저지르고 그걸 또 서로 공유하면서 즐긴다? 오호라~ 이거 너무 나가지 않나 싶은데? 그것도 1959년도에 말이다. 프랑스라서 가능한 스토리인가?

원작 소설은 결코 그런 식의 내용이 아닌데 말이다. 좀 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다. 대부분 원작 소설에서 모티브를 가져오긴 했지만 원작 소설에 충실하지는 않은 영화로 조금 각색했다. 그러나 '위험한 관계'를 원작이라고 하는 건 바로 독특한 캐릭터 설정 때문이다. 그게 핵심이다. 1959년작 <위험한 관계>에서는 비록 부부라는 설정이긴 하지만 그들 각자가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그들 사이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결코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거. 그게 맘대로 되냐고. ^^; 그래서 스토리가 나오는 거거든. ^^;



2) 1988년작 <위험한 관계> (원제: Dangerous Liaisons)

그 다음에 영화화된 건 1988년도 작품으로 감독은 영국 감독인데 배우들은 미국 배우들이다. 누가 나오느냐? 글렌 클로즈(음. 딱 생각나는 영화가 마이클 더글라스와 나왔던 <위험한 정사>가 떠오른다), 존 말코비치, 미쉘 파이퍼(배트맨 몇 번째 캣 우먼이었지? 난 미쉘 파이퍼가 캣 우먼으로 가장 어울리는 배우라 생각한다),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

근데 글렌 클로즈와 존 말코비치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니 왠지 안 어울리는 듯. 연기는 잘 하지. 근데 글쎄 이번에 본 <위험한 관계>의 장백지와 장동건에 비해서는 좀 비쥬얼이 딸리니까. ^^; 오히려 그들이 사랑한 상대역으로 나온 미쉘 파이퍼, 키아누 리브스 정도면 뭐.

1988년작 <위험한 관계>는 가장 원작에 충실한 영화라 하겠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과 내용 모두 원작에 충실하더라는. 물론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를 밟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소설을 그것도 서간체(편지글 형식) 소설을 각본으로 만들면서 각색을 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여튼 그렇다. 꽤 된 영화지만 네티즌 평점 꽤 높다.



3) 1989년작 <발몽> (원제: Valmont)
 

세번째 영화화된 건 <발몽>이다. 남주인공 이름을 영화로 했다. 이 또한 원작에 다소 충실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캐릭터 이름이나 설정 스토리 라인을 보건데. 근데 이 영화의 여주인공 즉 팜므 파탈 역이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배우 아네트 베닝이다. 이 정도면 뭐 메르퇴이유 후작 부인으로 손색이 없지. 밧뜨! 아네트 베닝은 이런 캐릭터 별로 안 어울려. 내게는 <러브 어페어>의 그 아네트 베닝 이미지가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아네트 베닝의 초창기 작품이다. <벅시> 전에 찍었으니.

이건 내가 기억난다. 그 당시에는 야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안 봤었는데 내가 봤던 포스터가 이런 포스터가 아니라 여자 엉덩이에 뽀뽀하는 포스터던가 그렇다. 또 제목이 <발몽>이니까 뭐 발기? 몽정? 뭐 그런 느낌이래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이건 구해서 봐야겠다. 아~ 옛날 영화는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말이야. T.T 누구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공유~



4) 1999년작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원제: Cruel Intentions)
 

이건 뭐 아는 사람들 많을 듯 한데 나도 본 영화다. 음... 근데 원작이 '위험한 관계'인지는 이번에 정리하면서 알았다는. 게다가 내가 정리하는 영화 통계에는 안 올라가 있네. 추가. 이 영화는 원작 '위험한 관계'를 미국 현대판으로 옮겼다고 보면 된다. 근데 내 기억으로는 사라 미셀 겔러와 라이언 필립이 남매로 나온다. 그래서 내가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보면서 완전 콩가루 집안이네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당시에는 사실 영화 내용보다 사라 미셀 겔러(팜므파탈역) 때문에 본 게 크다. 라이언 필립은 바람둥이로 나오고, 사라 미셀 겔러는 팜므 파탈 역으로 나오고, 리즈 위더스푼은 바람둥이를 잠재운 여자로 나온다. 근데 라이언 필립 이 영화에서 리즈 위더스푼 만나서 그 해에 결혼했다는. 헐~ 내가 볼 때는 리즈 위더스푼보다는 사라 미셀 겔러가 더 나은 거 같은데... 사라 미셀 겔러한테 퇴짜 맞았나? ㅋㅋ 근데 이 이후로 사라 미셀 겔러는 배우로서는 그닥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해쏘, 리즈 위더스푼은 <금발이 너무해>로 스타덤에 올랐다. 라이언 필립이 선택 잘 한 거? 그러면 뭐해. 이혼했는디~



5) 2003년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영어제목: Untold Scandal)
 

오호라. 한국 영화도 있었네. 그것도 본 영화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조선시대판 '위험한 관계'라 할 수 있겠다. 갑자기 궁금한 게 이거 외국에 수출 많이 됐나? 외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다소 신비하게 바라볼 법한 우리나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면 꽤 먹혔을 듯 싶은데.

근데 참 희한한 게 우리나라 영화다 보니 또 다르게 보인다는 거. 개인적으로 전도연이란 배우를 배우로는 인정해서 인간적으로는 그닥 인정하지 않는 편인지라 그런 배우가 이런 역할을 맡았다는 게 좀 거시기 하다. 팜므 파탈 역의 이미숙은 뭐 최근 불거져 나온 문제도 그러하듯이 잘 어울리긴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 영화를 볼 때는 이런 부분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하지 않을까 싶다는. 그래서 오히려 한국 영화는 평점이 더 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같은 경우에 말이다.



그리고 이번 영화 <위험한 관계>다.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는 거니 '위험한 관계'의 중국판이라 할 수 있을 듯. 예전에는 참 좋아했던 장백지였는데 최근 들어 많이 실망한 터라 팜므 파탈 역으로 나온 게 참 잘 어울렸다는. 싼티 팍팍 내면서 말이지. 장백지와 장쯔이 중간에 있는 장동건의 외모는 역시나 빛을 발하더라는. 잘 생겼어. 너무~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