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비지터: 쳇바퀴 도는 삶을 사는 한 남자에게 삶의 의미를 깨우쳐준 이방인들


나의 3,154번째 영화. 올해 그것도 이번달에 개봉한 영화지만 이 영화는 2007년작이다.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조차 몰랐는데 그나마 개봉작 정리하다 발견할 수 있었던 듯. 예고편을 보고 괜찮겠다 싶어서 보게 되었는데 스토기가 잔잔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조용히 드라마 한 편 보고 싶다할 때 봐야 감상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액션 영화보면 화려한 액션씬들 나오고 그 다음에 스토리 전개 되다가 다시 액션씬 나오고 중간에 로맨스 나오는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강약중간약의 감정 곡선을 만들어내는데 이 영화는 그런 게 없다는 얘기다. 감정 곡선이 아니라 직선인 듯. Normal하게 쭈욱~ 그래서 이런 휴먼 드라마는 재밌는 영화 하나 보겠다 해서 보게 되면 낭패다. 평점 낮게 주게 되고 말이다. 영화도 어떤 상태에서 보느냐에 따라 감흥이 달라지기 마련이니. 개인 평점 8점


삶의 의미를 다른 이를 통해서 알게 된 주인공


예고편의 문구들이 참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에 와닿도록 잘 뽑아냈다. 만들었다가 아니라 뽑아냈다는 건 주인공 월터 베일이 하는 대사기 때문이다. 영화 종반 즈음에 나오는 대사다.

I've been teaching the same course for 20 years, and it doesn't mean anything to me. None of it does.
I pretend.
I pretend that I'm busy, that I'm working, that I'm writing.
I'm not doing anything.

많은 이들이 공감할 듯하다. 쳇바퀴 도는 삶 속에서의 한 남자의 대사. 대사는 똑같지만 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은 자신의 프레임으로 해석한다. 실상 <비지터>를 보면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이 대사를 공감하는 우리네들의 상황과는 똑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그런다 해도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건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즈음은 그런 고뇌를 해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월터 베일은 대학교수다. 20년동안 같은 과목을 강의하고 있고, 책도 쓴다. 그러나 그는 집으로 돌아오면 할 게 없다. 사랑하는 아내는 몇 년 전에 이 세상을 떠났고 아들은 런던에 있다. 피아니스트였던 아내를 그리워하며 피아노를 배우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강의를 나가고, 강의가 없는 방학 기간에는 자신의 원래 집인 뉴욕으로 돌아와서 생활한다. 동료들과 어울려서 술을 먹거나, 별다른 취미 생활도 없다. 저녁을 먹을 때면 항상 마시는 와인 한 잔이 그의 생활에 있어서 유일한 낙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런 월터 베일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스스로 행복하다거나 불행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냥 살아가는 거다. 강물에 몸을 맡기고 그냥 떠내려가듯이 그냥 살아가는 것처럼. 바른 생활하면서 남에게 해끼치지도 않고.

어떤 이들은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평범한 게 좋다고. 그러나 <비지터>의 주인공 월터 베일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거 같다. 평범함에 익숙해지면 이 또한 이상향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월터 베일이 만약 책을 써서 유명해져야지 하는 명예욕을 가졌다면? 돈을 많이 벌어야지 하는 재물욕이 있었다면? 아마 그것에 집착할지언정 그 속에서 의욕도 생기고 자신의 삶에 적극적이지 않았을까? 그런 그가 나는 한 게 없다, 바쁜 척 한 거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한 남자의 인생에 우연찮게 들어온 사람들. 이들을 표현하는 말이 비지터고 이 영화의 제목인 셈이다. 결국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은 사람들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사람다웁다. 그러나 이게 힘든 이유는 사람마다 성향이 달라서다. 주인공 월터 베일처럼 말이다. 사람들 속에 있어도 고독함을 느끼는.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걸 두고 그 사람의 잘못이라 치부할 순 없다고 본다.


다소 감흥이 덜했던 이유


괜찮은 영화지만 8점 밖에 주지 않은 거에는 이유가 있다. 8점 정도면 내가 추천하는 영화지만 전제를 달았다. 조용히 드라마 한 편 보고 싶을 때 봐야한다고. 이유는 너무 잔잔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월터 베일이란 캐릭터만큼이나 잔잔하다. 어떤 이들은 이런 캐릭터를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재미없다. 캐릭터가 말이다. 인간적으로 보면 좋지 그런데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예고편을 보면서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한 남자에게 불현듯 찾아온 방문객들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전달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너무 잔잔해서 감흥의 임팩트가 덜했고, 진한 여운을 남기기에도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게 조금은 아쉬운 영화였다.


예고편



피아노 소리와 함께 나오는 예고편 도입부가 참 인상적이다. 참고로 주인공인 리차드 젠킨스는 이 영화로 제30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타렉이 월터 베일에게 준 CD는 펠라 쿠티(Fela Kuti) CD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나라서 몰랐는데 나이지리아 음악가로 아프로비트(아프리카풍 현대음악)의 창시자란다. 엄청 유명한 음악가인가 보다. 근데 부인이 28명이었다는. 음... 존경스러운 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