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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들

아들과의 대화 (2) 아들이 아프면 아빠는 기분 좋겠어?

風林火山 2012.12.28 19:30

애 키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식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재미난 경우가 많이 생긴다. 어제였던가 진강이랑 대화하면서 재미난 일이 있어서 가족들이 다 웃었었다. 오늘만 학교 나가면 이제 학교 안 나가도 된다는 거다. 그래서 좋냐고 하니까 좋단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나: 그럼 내일 기말고사 시험지 들고 오겠네
아들: 글쎄. 선생님이 주면.
나: 작년에도 기말고사 시험지 선생님이 줬잖아. 올해도 주겠지.
아들: 주면 갖고 오는데. 아빠는 점수 보지 말고 그냥 확인란에 도장만 찍으면 돼.
나: 왜?
아들: (웃으면서) 점수 보면 아빠 화낼 거니까.


작년 기말고사에서 국어를 15점 받았었다. 뭐 학교 공부 못 한다고 해서 그게 큰 문제가 될 건 아니다. 다만 독해 능력이 부족해서 수학 문제도 지문으로 나오는 거는 많이 틀리다 보니 독해력을 좀 향상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 뿐. 그래도 15점이란 점수는 참 내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 점수긴 하다. ^^; 그게 생각나서 이렇게 물었다.

나: 작년에 기말고사 15점 받은 거 알지?
아들: (자기 머리를 치며) 아이구~ 15점. 어
나: 아빠가 그거 보고 진강이한테 화 냈어? 안 냈어? 안 냈지?
아들: 어
나: 그러니까 화 안 낼 거니까 보여줘.
아들: (새끼손가락 들고선) 약속해.
나: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


아들도 점수가 낮으면 자신이 잘 못 봤다는 걸 스스로 안다. 그래서 부끄러워 하고 말이다. 뭐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 상관없지만 그래도 안 보여주는 건 아니잖아. 이제 곧 집에 들어가게 되면 시험지 보겠네. 이 글 적고 있는데 아들한테 전화가 왔다. 7시경이 되면 어김없이 오는 전화 한통. 아들 전화다. 시험지 안 나눠줬단다. 그래서 미안한테 기말고사 시험지 없다는 거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왜냐면 내가 안 들고 오면 선생님한테 전화한다 했으니. 여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갔다.

나: 진강이 저번에 15점 받았지?
아들: 어
나: 저번처럼 15점 받으면 혼난다.
아들: 약속했잖아?
나: 화 안 낸다고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화 안 내고 몽둥이로 엉덩이 때릴 꺼야.
아들: (언잖은 표정으로) 아빠! 아들이 아프면 아빠는 기분이 좋겠어.


참 애들의 논리란. 그래도 대화가 된다는 게 재밌을 따름이다. 진강이 어렸을 때 말이 좀 늦어서 참 답답했었는데. 이제는 대화가 되잖아.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얘기할 줄도 알고, 더 나아가 자기가 하고 싶은 바를 하기 위해서 유도할 줄도 알고. 아주 교묘하게 유도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나랑 노는 게 최고라고 하지만 좀만 있으면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좋을 나이가 되겠지. 그 때 되면 놀자고 해도 어디 가자고 해도 친구들과 약속있다며 시간이 없다 하겠지. 그 때 전에 그래도 많이 놀아줘야 되는데 많이 못 놀아주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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