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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플라이트: 영웅으로 봐야 할까? 아님 알콜과 마약 중독자로 봐야 할까?


나의 3,170번째 영화. 간만에 덴젤 워싱턴에게 어울리는 영화 <플라이트>를 봤다. 국내 개봉일은 2월 마지막 날인 28일인데 이 영화 2012년도 영화인지라 구할 수 있다. ^^; 덴젤 워싱턴은 주인공인 윕 휘태커 역을 맡았다. 해군 출신의 조종사. 영화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이 가장 극에 달한다. 뭐 <타이타닉>과 같이 잔잔하게 스토리 전개되다가 막판에 뭔가 큰 사건이 일어나는 식이 아니라 초반에 큰 사건이 일어난 후에 그 사건을 계기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식이란 거다. 그래서 초반에는 몰입도가 꽤 있는 편이나 갈수록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는 흠을 가진 영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 덴젤 워싱턴에게 잘 어울리는 배역이었고. 개인 평점 8점 준다.


실화라고? 글쎄 실화는 아닌 듯

어디서 본 듯하다.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뭐 그런. 외국 매체에서도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소개되는 문구가 있는데 보통 그런 경우에는 영화에서 Based on a true story 뭐 이런 식의 문구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플라이트>는 그런 문구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 Inspired by a true story라는 문구라도 있나? 그것마저도 없다. 뭐 아무리 실화를 기반으로 했든 영감을 얻었든 영화를 위해서는 각색이 들어가기 마련이긴 하지만 그런 문구 자체가 없다는 건 <플라이트>에서 보여준 극적인 불시착 사례의 모델이 되는 사건 실체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 <플라이트>에서 보여준 곡예 비행(거꾸로 날기)은 실제 가능한 걸까? 궁금~ 내 주변에 전문가가 있었다면 벌써 물어봤겠지. ^^; 없어~ 없다고.

혹시나 싶어서 실화가 된 사건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찾을 수가 없다. 또한 외국의 조종사들이 이 영화는 픽션 즉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글도 있다. 그들에게 <플라이트>는 조종사들에 대한 시선을 왜곡되게 보여주면서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여튼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면 분명 그 사건에 대한 연결 고리가 있을텐데 내가 검색해보니 없더라는 거다.(국내에서 말고 외국에서 검색했다. 구글링했다는 소리) 혹시라도 있다면 알려주길. 비슷한 불시착 사례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플라이트>의 모티브가 되었다든지 하는 그런 연결 고리가 있어야 된다.

+ 2013년 3월 2일 추가

덧글에 보니까 실화라는 기사가 있길래 봤더니 허드슨 강의 기적이란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만든 영화인 거 같다. http://xportsnews.hankyung.com/?ac=article_view&entry_id=295718 

그러나 배면 비행에 대한 거는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사건에서 있었던 게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 가져온 거 같고. 그 사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여객기가 배면 비행한 경우가 없진 않더라고. http://www.ytn.co.kr/_ln/0104_201109291115148879


+ 2015년 4월 2일 추가


덧글에서 잘 설명이 되어 있어 추가한다. 배면 비행은 알라스카 에어라인 261편 사고를 참고했다고 하는데, 이 사고 비행기는 끝내 추락하여 전원 사망했다는 것.

https://youtu.be/6CcLQ5q2bIg?t=22m10s



영웅이냐? 알콜과 마약 중독자냐?

항공기 결함으로 인해 추락하는 항공기 속에서(자유 낙하하기도 한다. 그럼 기분 죽일텐데) 극적으로 불시착에 성공시킨 장본인이니 영웅이라고 해야할 만하다. 그런데 그는 비행 전에 알콜과 마약을 했다는 거다. 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가 벌어지고 주인공 윕 휘태커는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런 상황에서 불시착을 할 수 있을 만한 비행 능력이 되는 이가 얼마나 있겠냐고. <플라이트>에서도 시뮬레이션을 해봤을 때 모든 조종사가 다 추락했다고 나온다. 그렇게 수많은 인명들을 살려준 그를 영웅으로 대접하지는 못할 망정 알콜과 마약 중독자라니.

나중에 나오지만 심각한 알콜 중독자다. 그렇게 술을 들이마신 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한 게 바로 마약이다. 술이 안 깨도 마약을 하면 정신이 원상태로 돌아온다는 거. 헐~ 나야 술도 못 하고 마약도 해본 적이 없으니 알 턱이 없지만 재밌네. 보통 마약을 하면 몽롱하니 붕 뜨는 느낌인데 술에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에서 마약을 하면 정상이 된다니. 허허~ 진짜 그럴라나? 이 또한 궁금~ 그러나 결말은 깔끔하다. 그가 불시착을 시켜 많은 사람을 살린 것은 영웅 대접 받을 만하다. 그러나 알콜 섭취와 마약을 한 상태에서 비행에 임한 거는 잘못되었으니 그에 대한 벌은 받아야 한다. 그게 맞지.

왜냐면 잘잘못은 그렇게 가리는 거거든. 그가 이룬 성과가 막대하다 하여 다른 잘못을 묻어둬서는 안 되는 거다. 잘 한 거는 잘 한 거고, 잘못된 거는 잘못된 거다. 역사 속 실존 인물들에 대한 평가도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꼭 한 마디로 그는 어떻다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 게다가 사람이란 굉장히 모순된 존재거든. 기본적으로는 이런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기도 하니까. 그걸 자각하고 있으면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의도적이라고 봐도 그걸 자각하지 못하고 하는 거에 대해서는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런 면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결말은 깔끔한 편이다. 처음에는 주인공도 주변에게 평상시와 같았다고 얘기해달라고 하면서 자신을 변호하기에 바쁘지만 정작 심의에서는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알콜 중독자고 마약을 했다고 밝힌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을 변호했지만 그 불시착으로 사망한 자신의 연인 스튜어디스 카트리나에게 누명을 씌우는 듯해서 결국 자신이 솔직하게 말하는 거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충분히. 이성적인 사고를 할 때는 이해득실을 따지지만 감정적으로 무너지면 그런 게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리니 말이다.

비록 이성적인 사고 하에 그런 판단을 내린 게 아니라 분위기 상 감정에 휩쓸려 다소 충동적으로 그렇게 말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하고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바람직하게 되었으니 깔끔하게 처리했다고 하는 거다. 대부분의 경우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기에 바쁘고 그러다 보면 남 탓으로 돌리거나(자신이 위기에서 모면하기 위해) 엄한 사람들 엮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도 꽤 있지.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은 전혀 안 하고 말이지. 그런 사람들 정말 싫다. 그런 사람들은 아마 <플라이트> 보면서 그럴 꺼다. 참 저 조종사 순진하네. 너무 약해~ 저런 식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나? 그러나 그걸 알아야지. 대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잖아. 니네들은 떳떳하지 못하고 항상 변명하기 바쁘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응? 그러면서 그러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거라고. 역사는 승리자들 중심으로 쓰여지는 거라고. 수준 낮은 것들.


기장과 스튜어디스

<플라이트>에서도 조종사인 주인공 덴젤 워싱턴과 스튜어디스가 연인으로 나오는데, 미국에서도 그런 관계가 꽤나 있나? 사실 나도 그런 얘기는 꽤 들었거든. 기장과 스튜어디스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다 그런 것도 아니겠고, 또 극히 일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들을 정도면 꽤나 빈번하게 그런 일이 있으니 그런 거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한 번 해본다. 물론 <플라이트>에서는 부적절한 관계라고 볼 순 없고 사내 연애라고 봐야하겠지만 말이다. 오해하진 말고~ 괜히 조종사, 스튜어디스들 까는 거 아니니까. ^^; 아니면 됐지? 안 그래? 증거 없잖아? 그지? 그러니 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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