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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vs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더라

종종 이런 얘기를 듣곤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만 요즈음은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왕 겪을 경험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경험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그래도 이러 저러한 경험이 또래에 비해서 많은 편에 속하는 나인지라 그런 경험들 속에서 나만의 가치관을 정립해왔는데(물론 지속적으로 수정되었고 앞으로도 수정될 듯 싶다만) 그 가치관이 너무 강해서 다른 사람들의 얘기는 잘 듣지 않으려고 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물론 그에 대해 나는 들을 만해야 듣고 수준 낮은 애들 얘기는 들어봤자 의미없다고 되받아치고. 내 생각보다 더 나으면 설득해보라는 식이었지. 나는 그런 녀석이었다. 아니 그런 녀석이다. 지금도 그러니까.

나이가 많아도 경험의 폭이 좁으면 이해의 폭도 그만큼 좁아지기 마련이고, 머리 좋은 녀석들은 간접 경험이라고 책을 많이 보긴 한다만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해야할 게 많은 세상 살이인지라 나는 경험을 많이 우선시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이가 많아도 경험이 짧은 사람이라면 들어봤자 별로 얻을 게 없단 생각도 많이 했고, 어른들이랑 담론을 펼치다 보면 그래도 이런 저런 얘기들 속에서 지적으로는 손아래가 아니라 대등한 인간으로 대해줬던 이들이 많아서인지 나이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요즈음은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는 거다.

뭐 내가 나이 들어서 대우를 받겠단 그런 의미가 아니라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인간이면 응당 겪게 되는 일들 속에서 자연스레 느껴지는 그런 거다. 아무리 내가 의지를 갖고 경험하려고 해도 때가 아니면 겪을 수 없는 경험도 있으니까.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봄이 빨리 오지는 않는 것과 비슷. 참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그것도 나이 들면서 좀 달라진 부분인 거 같다. 할 필요가 없어서 안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는 게 귀찮아서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삶에 대한 열정이 식은 건가? 정말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적이 많았던 난데. 단지 나이 드니까 열정적일 필요가 있는 데에만 열정적이고 나머지는 무덤덤해지더라고. 요즈음 내 카톡 프로필 메시지가 이거다. "내 인생의 3막 제2장: 집중" 이제 이 프로필 메시지도 바꿀 때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