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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웨이 백: 실화라 하기에는 믿기 힘든 대탈주극


나의 3,209번째 영화. <대탈주>를 보고 난 다음에 비슷할 듯 해서 봤는데, 헐~ 믿기 힘드네.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대탈주>는 수용소에서 탈츨하는 과정이 참 대단했던 반면 <웨이 백>은 수용소(Gulag camp) 탈출보다는 탈출한 이후의 과정이 대단했다. 시베리아에 위치한 수용소였기에 탈출해봐야 자연과 싸워야 하고, 자연과 싸워 이긴다 하더라도 주민들 눈에 띄면 포상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신고 당하기 쉽상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웨이 백>은 대탈주극이라고 보기 보다는 자연과 싸워서 인간 승리하는 모습이 더 엿보인다. 즉 탈주보다는 그들이 장장 6,500km를 걸으며 겪는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얘기.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그렇지 않으면 조금 지루해할 수도 있을 듯 싶다. 개인 평점 8점 준다. 나는 추천한다는 얘기.


11개월 동안 6,500km 대륙 종단



그들의 탈주 과정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그 거리가 무려 6,500km나 된다. 서울-부산 간 거리가 길어봤자 450km인데 서울-부산을 7번 왕복하고도 더 걷는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듯. 쉬지 않고 11개월 동안 그들은 걸었다. 게다가 이렇게 단순 비교하기 힘든 건 그들은 야생에서 음식과 물을 구했고, 그들이 대륙 종단하면서 맞닦드린 자연 환경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그들이 탈출한 시베리아를 보면 밤이 되면 영하 40도가 된다. 그러면 체감 온도는 도대체 몇 도일까? 게다가 강한 바람과 함께 동반하는 눈은 제대로 보고 걷기 힘들게 만든다.

그런 시베리아를 종단하고 도착한 몽고에서는 몽골어로 '거친 땅'이라는 뜻의 고비 사막이 기다리고 있다. 세로 길이가 500~1,000km에 이르는. 종단했을 시에 적어도 500km는 된다는 얘긴데 서울-부산까지 걸어가는데 다 사막이라고 생각해봐바. 물론 고비 사막에서는 일행이 죽기도 하지만 그런 고비 사막을 지나서 만리장성이 있는 중국에 도착한다. 그리고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티벳과 인도를 거친다. 인도는 제2차 세계대전당시 연합국 소속인 영국령이었다.


저 끝까지 가야 돼. 도대체 산을 몇 개 넘어야 돼? 그들이 겪은 게 이런 거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데 걸어가야만 한다. 살기 위해서는. 과연 혼자서 걸었다면 그랬을 수 있을까? 사람이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인데 말이다. 물론 혼자서 의지를 갖고 걸어가면야 걸어갈 수야 있겠지만 가끔씩 그런 때 있잖아. 울적하거나 외로울 때. 그럴 때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간 때우는 것도 필요한 법이라고. 그게 인간이고. 그렇지 않고서는 중도에서 좌절할 수도 있는 법이고 말이다.

11개월이란 기간 동안에 6,500km를 걸어가면서 그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격려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게 없었다면 그 오랜 기간 동안 그 거리를 걸어가기가 쉽지 않았었을 듯. 그래서 이 영화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다룬 탈주극으로 보기 보다는 극한 상황에서 서로 의지하고 헤쳐나가는 인간들을 그린 휴먼 드라마로 보이는 거고. 재난으로 인해 구조되는 그런 실화와 비스무리한 느낌이다. 그러나 다소 다른 건 <웨이 백>은 그들의 의지대로 그런 고생을 각오하고 이겨냈다는 거. 그런데 아직까지도 드는 의문은 과연 정말 저랬을까?


영화의 원작은 'The Long Walk'


이 스토리가 알려지게 된 건 짐 스터게스가 분한 주인공 역 Slawomir Rawicz(슬라보미르 라비치)가 1956년 영국에서 출간한 책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적은 건 아니고 Ronald Downing(로널드 다우닝)에게 대필했다고.

영화는 원작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충실히 따르고 있는 듯 하다. 뭐 구글링하다 보면 몇몇 부분에 대해서 책 내용에 의문을 던지는 게 있긴 하지만 말이다. 뭐 사실 아무런 도구 없이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고, 고비 사막을 횡단하고,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를 넘었다고 하는데 믿기가 쉽지 않은 게 당연하지.

사람이란 원래 자신에 대한 자랑을 할 때는 과장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과장이 어느 정도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Slawomir Rawicz(슬라보미르 라비치)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으니 어느 정도 과장하는지는 알 수가 없지. 그러나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정말 대단한 거고. 그래도 그와 같이 한 이들이 있다는 게 증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오히려 과장하기가 쉽지 않을 법도 하고.

믿기 힘든 스토리기에 의문을 품는 건 당연하고 나쁘다고 볼 수 없다. 허나 여러 정황상 과장이 다소 있을 지언정 탈주 과정이 거짓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궁금한 점을 해소해 나가는 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너라면 그 상황에서 저럴 수 있겠니? 저런 상황에 놓이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되지 않겠냐고? 저런 상황에 놓이고 싶지도 않거니와 놓여 있어도 탈주하여 험난한 여정을 해야 한다고 하면 아예 탈출하려고 생각치도 않을 지 모르지.


낯익은 배우들

1) 짐 스터게스


주인공 슬라보미르 라비치 역(영화에선 야누즈라고 나온다)을 맡은 건 짐 스터게스다.

2) 콜린 파렐


콜린 파렐은 탈주자 중에 유일한 러시아인으로 나오는데 억양이나 행동 다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3) 애드 해리스, 시얼샤 로넌

 

애드 해리스 하면 떠오르는 배역이 군 장교다. <더 록>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내겐 그 때의 배역이 참 인상 깊었다. 게다가 두번째 떠오르는 영화가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인데 여기서도 독일군 장교 역할로 나온다. 장교복이 참 잘 어울리는 배우. <웨이 백>에서는 탈주자 중에 유일한 미국인 역이었다. 시얼샤 로넌은 <한나>, <러블리 본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