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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건강

라식은 불가능하고 라섹만 가능한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잔여 각막 두께 때문

시력교정을 위해서 검사를 받고 나서 라식은 불가능하고 라섹만 가능한 경우가 있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게 잔여 각막 두께다. 요즈음에는 회복 기간이 짧아 주말을 이용해서 라식을 하려고 하는 이들이 많은 추세인데(사실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의사의 입장에서도 라식을 많이 권하는 편이다. 그건 미국에서도 매한가지고) 라식이 안 된다고 하니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수술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수술을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안 된다고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겠지.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라식의 가능 여부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 중에 대표적인 잔여 각막 두께에 대해 살펴본다.


잔여 각막 두께가 뭘 말하는 거지?
 

잔여 각막 두께 = 각막 전체 두께 - (각막 절편 두께 + 굴절 교정을 위해 깎은 각막 실질 두께)


라식이든 라섹이든 각막 실질을 깎아서 굴절 교정을 하는 수술이다. 단지 각막 실질을 어떻게 드러내느냐의 방식이 달라서 나뉘는 것일 뿐인데, 잔여각막두께라는 건 수술로 건드린 각막을 제외한 각막 두께를 말하는 거다. 각막 상피에 얇은 각막 절편을 만드는 라섹 말고 각막 상피를 제거하는 라섹(엄밀한 의미에서 PRK라고 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포함해서 라섹이라고 통칭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일 경우에는 각막 절편 두께 대신 제거한 각막 상피 두께로 대체하면 된다. 이렇게 계산된 잔여 각막 두께가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만 라식이나 라섹이 가능하다.



잔여 각막 두께가 충분하지 않으면, 눈이 튀어나온다


라식을 하든 라섹을 하든 각막 두께는 얇아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잔여 각막 두께가 너무 얇으면 안압(눈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서 각막이 얇은 부위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를 각막확장증(Corneal ectasia)이라 하는데, 각막돌출증이라 부르기도 한다.

라식이나 라섹을 하지 않고도 이렇게 각막이 돌출되는 질환이 있다. 그걸 원추각막(Keratoconus)이라고 하는데 왼쪽 사진과 같이 눈 모양이 원추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결국 원추각막, 각막확장증, 각막돌출증 모두 같은 얘기라고 보면 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왼쪽 그림과 같이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굴절에 변화가 생기게 되고 상이 또렷하게 맺히지 않고 흐릿하게 된다. 시력이 나빠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증상은 치료도 그리 쉽지가 않다는 것.

안경 쓰는 불편함 때문에 라식이나 라섹을 받으려고 한 건데 오히려 시력은 떨어지고 치료 또한 쉽지 않은 증상까지 얻게 되는 거다. 그래서 중요한 건 충분한 정도의 잔여 각막 두께를 확보하고 라식이나 라섹을 해야한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저마다 기준이 좀 다르다는 거.


충분한 잔여 각막 두께의 기준은?

눈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일반인의 평균 각막 두께510㎛~530㎛다.(㎛라는 단위는 1/1,000mm로 미크론이라고 읽는다) 이것도 서양인과 동양인은 차이가 좀 있는데 서양인의 경우에는 550㎛ 정도로 동양인보다는 다소 두꺼운 편에 속한다.

내가 서울 밝은세상안과에서 시력 검사 받으면서 내 각막 두께는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해서 재봤더니 560㎛ 정도 된다. 평균 각막 두께보다는 두꺼운 편이다. 그 때 나를 검사해줬던 분에게 지금까지 측정해서 가장 두꺼운 각막은 어느 정도 되었는지 물어봤더니 620㎛ 였다고.

자 그럼 이런 각막 두께에서 어느 정도가 라식이나 라섹 수술로 건드리지 않고 남아 있어야 될까?

FDA 기준은 250㎛

FDA(미국 식품의약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권고하는 기준은 250㎛다. 근데 문제는 잔여 각막 두께를 250㎛로 해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더라는 거다. 잔여 각막 두께를 250㎛로 한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간혹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FDA 기준이 250㎛라고 해도 보통은 300㎛ 정도 남긴다고 한다. 서울 밝은세상안과의 기준 또한 잔여 각막 두께가 300㎛가 확보될 때만 라식을 권한다고 하고.


그럼 라식과 라섹으로 줄어드는 각막 두께는 얼마 정도 되나?

자 이제 동양인의 평균 각막 두께(510㎛~530㎛)와 충분한 잔여 각막 두께(300㎛)의 수치를 알았으니 계산을 해보자. 라식이나 라섹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각막 두께는 210~230㎛ 정도 된다. 나처럼 평균 각막 두께보다 두꺼운 경우(560㎛)는 이보다 많은 260㎛ 정도 두께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잔여 각막 두께를 300㎛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무조건 활용하는 건 아니다. 잔여 각막 두께가 300㎛가 마지노선이라는 얘기지. 그럼 라식이나 라섹으로 줄어드는 각막 두께는 얼마나 될까?

라섹: 60㎛ 정도
라식: 100㎛~150㎛ 정도


라섹이 라식보다는 훨씬 적게 각막을 활용한다. 왜 그럴까?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라섹과 같은 경우는 각막의 상피만 제거하거나(PRK), 각막의 상피에 절편을 만들지만(라섹), 라식은 각막 실질을 포함하여 각막 절편을 만들기 때문에 각막 절편이 두껍다. 이 때문이다. 그래서 평균 각막 두께만 갖고 있다면 라식이든 라섹이든 전혀 문제가 없지만 각막이 얇은 경우에는 라식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거다.

여기서 라식은 100㎛~150㎛라고 했는데 라식에는 종류가 많다. 라식 수술은 각막 절편을 만드는 수술과 각막 실질을 깎아 굴절 교정하는 2단계 수술로 나뉘는데, 각막 실질을 깎을 때는 라식이나 라섹 모두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하지만 각막 절편을 만드는 경우에는 레이저(이를 펨토세컨드 레이저라 한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칼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최근에는 올레이저 라식이라고 해서 각막 절편을 만들 때도 레이저를 이용한다는 걸 강조하는 라식명이 생긴 거다.

기술의 발달로 레이저 장비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 라식 수술할 때 펨토세컨드 레이저를(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올레이저 라섹과 같은 경우에는 펨토세컨드 레이저가 아니라 엑시머 레이저만 사용한다) 이용하면 100㎛ 정도의 각막 두께만 활용한다. 그래서 이러한 레이저 장비의 발달과 함께 라식 수술이 각광을 받게 된 거다. 회복 빠르고, 통증도 덜하고 하니까 편하잖아~ 그래서 얇은 각막이라 하더라도 어떤 라식을 하느냐에 따라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거다.

또 하나 생각해야할 것은 굴절 교정으로 깎는 각막이다

그러나 서울 밝은세상안과에서 얘기를 들어보면서 이렇게만 생각하면 또 환자가 이런 거 가지고 따지고 들 수 있다면서 고려해야할 몇 가지를 더 얘기해줬다. 잔여 각막 두께를 계산하려면 각막 절편만 따지는 게 아니라 굴절 교정을 위해서 깎는 각막 실질의 두께도 알아야 한다는 거다. 근데 시력교정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시력이 어느 정도로 안 좋느냐에 따라 깎는 각막 실질도 다르다는 거다. 그래서 초고도근시와 같은 경우는 각막이 두꺼워도 라식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거다.

각막 절편이야 펨토세컨드 레이저를 이용해서 그나마 얇게 만든다 해도 깎는 각막 실질이 초고도근시와 같은 경우는 많다 보니 충분한 잔여 각막 두께인 300㎛를 확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는 거다. 그럼 초고도근시와 같은 경우는 무조건 라섹이 가능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건 따져봐야 된다. 라섹도 라식보다는 얇게 각막을 활용하지만 여튼 각막에 절편을 만들거나 깎는 건 매한가지니까 말이다.

게다가 레이저로 깎는다고 해도 오차가 있다

그리고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서 최첨단 장비가 나와 있다고 해도 오차는 생기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서 100㎛로 셋팅해서 깎는다고 치자. 그렇다고 어디를 재봐도 딱 100㎛로 깎느냐? 아니다는 거다. 어떤 데는 99㎛ 깎고, 어떤 데는 101㎛로 깎는다. 이런 오차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게다가 레이저 장비마다 특징이 달라서 어떤 레이저 장비는 100㎛로 셋팅을 해도 항상 그보다 많이 깎는 레이저 장비가 있고, 어떤 레이저 장비는 동일하게 100㎛로 셋팅을 해도 항상 적게 깎는 레이저 장비도 있다.

이런 오차 범위가 뭐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잔여 각막 두께가 애매한 경우 예를 들면 300㎛ 정도 수준이 되면 라식을 할까? 라섹을 할까? 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잔여 각막 두께는 300㎛로 보는 게 추세에 적합

위에서 FDA 기준은 250㎛라고 했고, 실제로는 300㎛ 정도로 보는 거라고 언급했었다. 그럼 과연 미국에서는 어떨까? FDA가 미국 식품의약국이니 FDA 기준을 많이 따를까? 그거에 대한 자료를 소개한다.


최근에 서울 밝은세상안과 송윤중 원장님이 설명해주실 때 보여주신 자료로 참 재미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는 자료라 별도로 소개도 하려고 했던 건데, 미국 백내장굴절수술학회(ASCRS)의 회원인 안과의사들에게 돌린 설문 결과다. 지금 년도가 2013년도지만 이거 발표하는 건 4월이니 2012년도 자료는 올해 4월 정도 되어야 공개될 거고, 이 자료는 2011년 설문 조사 자료로 2012년 4월에 발표한 거다. 지금 시점에서는 최신이라는 얘기. 이 페이지를 보면 미국의 안과의사들은 잔여 각막 두께를 얼마나 남기느냐에 대한 설문 결과인데, 보면 2004년도에는 250㎛가 대세였다.

아무래도 FDA 기준이 그러하다 보니 그걸 따랐던 거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250㎛는 줄어들고, 300㎛는 늘어나 2011년도에는 250㎛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나 300㎛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비슷하다. 이렇듯 미국 안과의사들도 저마다 따르는 기준이 틀리다는 거다. 그렇다면 국내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고. 그래도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250㎛를 남겼을 때 문제가 있는 사례가 있고, 300㎛ 정도를 잔여 각막 두께로 보는 추세로 흘러가고 있으니 300㎛ 정도로 보는 게 적당할 듯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미국 안과의사들은 각막 두께가 어느 정도여야 라식을 하느냐는 설문인데, 대부분이 480㎛ 이상이다. 그런데 480㎛ 이하에서도 한다는 안과의사들은 도대체 뭥미? 물론 이 설문 조사 결과가 미국 안과의사들을 모두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No Limit에 답한 안과의사들은 이해가 안 가네. 그렇게 해서 문제 생기면 우짤라고. 서울 밝은세상안과의 경우에는 최소 480㎛ 이상이 되어야 라식을 고려한다고 한다. 근데 이 말을 480㎛ 이상이 되면 무조건 라식이라는 게 아니다.

위의 자료에서도 all other parameters normal 이란 단서가 붙었듯이 다른 게 문제가 없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만약 초고도근시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그래서 단순히 수치만 갖고 모든 걸 판단하면 안 된다. 그 수치가 어떤 조건에서의 수치인지를 잘 따져봐야 하는 거고 말이다. 그래서 시력교정술 때문에 검사 받으러 갈 때는 콘택트 렌즈 착용을 일정 기간 동안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를 받는 이유가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인 거다.

그리고 검사 수치가 어떻다 하더라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잔여 각막 두께가 충분하다고 해도 다른 요인에 의해 라식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잔여 각막 두께를 특별히 따로 얘기한 거는 특이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는 잔여 각막 두께가 라식과 라섹의 판가름 요소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런 거다.

도움을 주신 분: 서울밝은세상안과 송윤중 원장


+ 라식, 라섹에 대해 더 읽을 거리 → 역사로 살펴보는 라식과 라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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