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남자는 의리다: 내 고향 부산에서 맛본 사나이들의 의리

대학 때부터 부산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다 지금은 온가족이 일산에 자리를 잡아 살고 있는 나는 부산을 떠나온지가 어언 18년 정도 된다. 한 때 부산을 내려가면, 왠지 모르게 촌스럽다는 생각도 했었고, 부산이 고향인 사람들이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서 사는 귀소본능(?)을 보면서 이해를 못 했던 사람 중에 하나다.(내 친동생도 부산에 살고 싶어했고,-물론 이제 여자가 생기면서 일산에 터를 잡으려고 하지만- 내 주변 친구들 중에서 그런 이들이 좀 되는 편이다.) 서울 사람 다 된 거지.

그래서 부산 내려가도 일만 보고 왔었고, 그리 오래 있고 싶지도 않았었다. 그러다 작년 말인가 카스를 통해서 초등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들과 연락을 하게 되면서(아이러브스쿨로 한 때 초등학교 동창들 붐이 일어났던 것과 비교할 순 없지만) 내려가면 볼 친구들이 많아졌고 그들과 함께 하면서 서울 생활에서는 맛볼 수 없던, 가슴 저 한 구석에 아주 미묘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걸 다시 불지피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듯 하다.


서울 vs 부산

서울 사람이라고 해도 순수하게 서울 태생인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지방에서 올라와서 서울에 사는 사람일 뿐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은 서울에서 살다보면 사람의 생각이 좀 변한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상황에 적응을 하는 거라고 봐야할 듯 하다. 뭐랄까? 워낙 드러운 꼴을 많이 보다 보니 세상이란 게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도 그렇게 해야만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듯.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하곤 한다. 이왕이면. 근데 가만히 보면 이왕이면이라고 하는 얘기는 말 뿐이야. 돈이 우선이다. 돈이 되면 가치고 나발이고 없다. 이왕이면이라는 말은 그런 때에 쓰는 게 아니다. 내 가치를 지키면서도 돈이 될 때에 이왕이면 돈 되는 게 좋지라고 해야지. 서울에 살다 보면 우선적인 가치 기준이 돈이 되어버리는 듯 싶다. 그래서 내가 인맥이라는 말을 싫어했던 거다. 인맥을 챙기는 이들의 특징이 자기에게 도움될 만한 사람에게는 굽신거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대우받으려고 한다. 말은 인간관계라고 하지만 그네들의 머리 속에는 꿍꿍이가 있다.

그들에게서는 뜨거운 심장을 느낄 수가 없다. 이런 걸 유독 많이 느낄 수 있는 업종이 금융업이고, 직종으로는 영업직이다. 그래서 내가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거다. 그네들 개개인을 따로 놓고 보면 괜찮은 사람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네들이 하는 일 자체가 그러다 보니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기 스타일과는 다르게 살아야 하는 부분도 많다. 그걸 탓할 수는 없겠지. 마찬가지로 색안경 끼고 보는 날 탓할 수도 없는 거다.

강조하지만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그런 경향이 많더라는 게지. 마찬가지로 서울 사람들 다 그렇고, 부산 사람들 다 그런 건 아니다. 난 17년지기 부산 친구한테 돈과 사람까지 잃었는데 뭘.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 경향 그런 거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봤을 때 서울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심장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냥 돈 벌기 위해 사는 기계인 듯. 간혹 뜨거운 심장을 느끼는 듯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보면 사기꾼이여~

그러나 사실 그 속에 있으면 즉 서울에 있으면(엄밀하게 말하면 수도권) 그런 걸 느끼기 힘들다. 그게 아주 당연한 거처럼 생각되고 말이다. 사람의 적응력은 실로 놀랍다. 그러나 그 곳을 벗어나면 그 당연한 것들이 좀 달리 보이게 된다. 내가 이번에 부산 가서 느낀 게 그렇다. 내 고향이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부산에 가니 정이 많이 느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묻어나오는 정. 특히 남자들과 같은 경우는 돈 보다는 의리. 그런 거.


서로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관계

서울 사람들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의리가 밥 먹여주나? 의리를 중시하던 조폭들도 이제 자기 이익을 쫓아 움직이는 생각에 순진한 발상이라고. 안다.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내 한 마디 해주고 싶다. 당신은 남들이 그렇게 사니까 당신도 그렇게 사는 그냥 그렇고 그런 인간일 뿐이다. 난 그런 이들의 말은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왜? 들을 얘기가 없어요. 개나 소나 다 하는 얘기거든. 나보다 돈 많이 벌어? 그럼 그냥 그렇게 돈 벌어서 골목대장이나 해~

적어도 나는 믿을 만한 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겠다. 그렇게 돈을 번 게 많든 적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돈을 버는 과정 자체도 즐겁고 신명이 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언젠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 정말 믿을 만한 사람 찾기 힘든데 정작 내 주변에 나를 잘 알고 내가 그들을 잘 아는데 왜 정작 비즈니스는 다른 사람들하고만 하려고 했을까? 그네들이 내 비즈니스와 연관이 없어서? 나는 어떤 비즈니스라도 잘 엮어내는데 말이지.

그래서 이번에 부산 내려갔을 때는 초등학교 동창, 고등학교 동창, 대학교 후배, 사회 후배 등 가급적 많이 만나려고 노력했고(못 만나면 전화라도 한 통화 해주고), 만나도 그냥 친구야~ 하면서 만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을 보면서 내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조언도 해주고 힘도 실어주고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부산 사나이의 끈끈한 의리를 느꼈다면 나는 그들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게 그런 거였거든. 가슴 뛰는 자극.

여튼 지난주 내도록 있으면서 올라오기 싫을 정도였다. 나름 많이 만나려고 했지만 평일에 내려간지라 그렇게 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죄다 뭐 저녁 때 즈음에 약속이 잡히면 뭐 나는 선택할 수 밖에 없잖아~ 또 다음을 기약해야겠지. 언제라도 반갑게 맞아주니까 말이다. 이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다들 열심히 살고 있겠지. 나는 돌아온 날 저녁에 또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가 서울에 와서 돌아와서도 이틀 동안 밤새도록 술 마시고(내가? ^^;) 그랬는데 말이다.

아직 내 몸이 완전히 제대로 회복되지는 못한 거 같다. 좀 더 쉬어야 완전히 회복될 듯 싶은. ㅠㅠ 그래도 부산 내려갔다 오면서 간만에 자극도 되었고, 그네들과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고 한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돈이 좀 많다면, 친구야 그건 이렇게 하지 말고 저렇게 해서 요렇게 해라. 대신 내가 이렇게 돈 투자할테니까 이렇게 하자. 이러고 싶다. 겪어본 사람들 알겠지만 내가 돈 욕심은 그리 많지가 않다. 다만 내 가치를 무시하는 건 용납 못 하지. ^^;

그래도 믿음이라는 게 담보가 된 이들이니까. 내가 CHANGE PROJECT라고 생각한 두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그러한 류의 일들이다. 내 비즈니스 감각, 사업 기획력 그리고 내 회사의 마케팅을 이용하여 지인들과 함께 뭔가를 하는. 적어도 그들과 함께 했을 때 사업의 성패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가져가는 거지. 그렇다고 돈 안 벌겠다는 거 아니거든. 나름 부산에서 사나이의 의리와 함께 뭔가의 희망을 보고 왔다. 이제 한동안은 열심히 내 일에 충실해야할 듯. 할 게 너무 많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