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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당구

어제는 30점 고수와의 친선 경기에서 2승

어제도 사무실에 가기 전에 당구장에 들렀다. 예전에는 사무실에 와야만 당구장에 갈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큐 케이스를 항상 사무실에 두고 다녔기 때문. 근데 이제는 당구장에 아예 두고 다니기 때문에 사무실 가기 전에 들리는 코스가 되어 버렸다. 문제는 일단 당구장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거. 아예 안 가면 몰라도 가면 계속 당구만 치게 되더라고. 거기에는 아는 사람들이 많고 또 알지 못해도 얼굴 익은 분들이 많아서 누가 와 있다고 가는 게 아니라 가면 게임할 수 있다.

어제는 갔더니 스승이신 대마왕 형님이 당구장 리그 전을 하고 계시던데, 나도 리그 전을 하려고 했지만 일단 당구 다이가 없었고, 칠 선수가 없어서(다들 경기 중인지라) 얘기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어린 친구를 보더니 나보고 쟤랑 쳐봐라고 하는 거다. 임윤수 프로님이 가르쳤던 앤데, 현재 30점을 놓고 친다고. 나보고 어떻게 치는지 보고 배우라고 한 번 게임해보라는 거다. 내가 또 스승의 말은 잘 듣잖아~ 그래서 게임을 했다. 친선 게임. 리그 전이 아닌.

사실 나는 요즈음 리그 전을 많이 치고 싶다. 패배를 해도 점수 1점을 챙기는데 9월달까지 남은 기간 동안 나머지 분들이랑 한 게임씩 하기가 버겁다. 14게임 소화했는데, 매번 보는 분들이랑만 쳤기 때문에 한 번도 보지 않은 분들이랑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일요일에 나가야할 듯 싶다. 경기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점수도 낮은 터라 게임을 많이 해야하는 상황인데, 현재는 14전 5승 9패로 점수가 24점이다. 34위던가? 38위던가? 일단 경기 수를 늘리는 수 밖에 없다. 근데 리그 전은 승리를 하기 위해서 35이닝 이내에 자기 점수를 다 빼야 되니 한 샷 한 샷이 신중해서 하루에 많은 게임 소화하기 힘들다. 게임을 할수록 집중도가 점점 떨어지거든.

그러나 토너먼트의 경우나 친선 경기는 일단 상대만 이기면 되기 때문에 35이닝 내에 자기 점수를 다 빼는 식으로 치지 않게 되더라고. 그래서 요즈음에는 리그 전을 많이 치려고 하는데, 스승의 얘기인지라 30점 고수와 게임을 하게 되었다. 내 스승이 27점인디~ 첫 게임 거의 비슷하게 점수를 뺐고 내가 16점인가 쳤을 때, 상대가 진 게임이라고 하고 다시 한 게임 하자고 했다. 내가 그리 잘 쳤던 건 아닌데(초반에는 잘 쳤지) 고점자 상대가 너무 건성으로 쳐서 그렇게 된 거였다.

두번째 게임에서는 나도 굉장히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다. 고점자가 이제 작정하고 치려고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중반까지만 해도 똑같이 쳤다. 상대가 2개 치면 내가 1개 또는 2개 비슷한 수준으로 말이다. 나름 신중하게 쳤는데 확실히 이번에는 디펜스를 해서 그런지 공이 잘 서지가 않더라고. 이럴 때는 치기 힘든 공을 잘 소화해내면 오히려 상대가 말리지. 그런 생각으로 집중해서 쳤다. 결국 17:24로 승리. 주변에서는 그런 고점자와 칠 때는 이기려고 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나는 이기고 지고를 떠나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어제 경기 중에 생각나던 나름 내가 잘 쳤다고 생각하는 공 두 개 올린다.

 


이건 뭐 면 따고 밀어치는 샷만 구사할 줄 알면 칠 수 있는 공이지만 내가 밀어치는 샷이 좀 딸리다 보니 나한테는 부담되는 공이다. 배우기는 15점 때 배웠는데 이런 공을 치는 것도 공의 포지션에 따라 덜 부담되는 공도 있는데 정확하게 위치는 모르겠지만 부담되는 위치에 있었던 공이었다. 어떻게 치면 된다는 걸 아는데 내 샷으로는 만만치가 않은. 물론 안으로 돌리기(오마시)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굳이 이걸 선택한 이유는 나도 이런 공 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상대가 말리거든. 나 17점이잖아. 신중하게 쳤는데 마지막에 회전 먹어서 코너에 있는 공을 스치듯 핥아버리더라고. 아 잘 쳤다 스스로 생각. ㅋㅋ


진짜 개인적으로 이건 될까 싶어서 쳤던 공이다. 고점자들이랑 치다 보면 디펜스(상대한테 칠 공이 없게 만드는 거)가 종종 들어온다. 초반에는 안 그런데 내가 치고 나가면 그렇다. 이런 공은 정말 난감하다. 다대를 생각해도 쫑이 보이고, 거리가 멀다보니 정확하게 치기 힘들다. 그렇다고 히까기를 돌리자니 각이 안 나오고. 그래서 하단 오른쪽에 2팁 정도 주고 리버스로 쳤다. 샷은 떠블 치듯이 죽 밀어서 말이다. 제1적구 오른쪽 반 정도 맞춘다고 생각하고 스피드는 빠르게 해서 쳤다. 나름 이렇게 안 들어가겠냐 싶어서 했는데 허걱~ 들어가더라고. 스피드를 올리면 스쿼드 현상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희한하게 이거 칠 때는 샷에 자신감이 있었거든. 어차피 못 쳐도 할 말이 있는 거니까. ㅋㅋ

난구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난구는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습해봤자 크게 확률이 높아지지도 않고 말이다. 게다가 공 포지션에 따라 두께나 팁 조절 등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실전에 써먹기도 힘들고. 그래서 난구와 같은 경우는 그냥 내 회전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고려해서 그림을 그리면서 친다. 그런데 이런 거 치게 되면 맛 가거든. 17점이 이런 것도 쳐? 뭐 그런 생각에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17점이 아닌 건 아니잖아. 15점에서 17점 올린 지 이제 일주일 됐는데 말이다. 그래서 가끔씩 디펜스가 들어오면 못 쳐도 되니까 자신있게 치는 샷들이 있다. 그림 그리면서 말이다. 근데 꽤 잘 먹혀요~ ㅋㅋ

상대가 디펜스를 하게 되면 둘 중에 하나다. 디펜스한 공을 쳐 내던지 아니면 나도 디펜스 생각하면서 치던지. 대부분 디펜스한 공들 보면 다대, 떠블, 빈쿠션 정도로 요약되더라고. 나는 아직 디펜스를 할 줄 몰라서 그런 거 안 따지고 일단 다 쳐낸다는 식의 공격형 당구인데, 그래도 디펜스되는 공 힘 조절 적당히 하면 나도 디펜스하게 되는 식이거든. ㅋㅋ 근데 그렇게 생각하고 쳐본 적이 읍따. 치기 바쁘다. 어떻게 해서든 다 친다는 생각이라.

여튼 그래도 30점 고수인지라(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나중에 아주 좋은 거 하나를 가르쳐주더라고. 게임을 하다 보면 고점자들이 치는 공 중에 하나인데, 아~ 이걸 이렇게 치는구나 하는 생각에 좋은 가르침 하나 얻었다. 이런 거 진짜 쉽게 잘 안 가르쳐주거든. 내 스승인 대마왕 형님도 아직 안 가르쳐줬던 거였는데. 게임에서 지고서 그렇게 가르쳐주기 쉽지 않을 건데 고마울 따름이다. 또 내가 게임할 때는 집중해도 가르침을 줄 때는 나이를 떠나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물어보면서 배우거든. 여튼 어제는 고점자와의 경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리그 전은 한 게임도 못 했다.

분명 어느 시점에 이르면 슬럼프도 오겠지. 그 날이 오기 전에 18점까지는 올려놔야하는디. 슬럼프가 오면 17점을 놓나 18점을 놓나 다 못 치고 망가지는 건 매한가지니까 말이다. 여튼 요즈음에는 당구가 확실히 예전보다는 업이 되었다는 걸 느낀다. 당구장에서 자주 보던 분들도 무서운 17점이라고 하고 말이다. 슬럼프 오면 당구장 한동안 안 나갈 거니까 그 전에 부지런히 연습해서 점수 올려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