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당구

당구 동호회 내 토너먼트 4강, 두번째 드라마를 쓰다

8강 마지막 6이닝이 치열한 접전이었지만 사실 29이닝 동안 나는 나름 집중을 안 했던 게 아니다. 결코! 집중을 했는데도 안 되서 나름 혼자 마인드 콘트롤 하면서 얼마나 신경을 썼는데... 그렇게 8강을 끝내고 나니 심적으로 힘들었다. 지치기도 했고 말이다. 8강 게임 하기 전에 두 친선 게임까지 소화했으니(물론 친선 게임에서는 그냥 부담없이 치긴 했지만) 세 게임을 소화한 셈이라 조금 숨 좀 돌리고 4강에 임하려고 했다. 지난주 토요일에 4강전까지 끝내야 해서 말이다.


4강은 4강의 의미보다 자존심이 걸린 게임이었다

8강 끝나자 마자 일단 담배 한 대 피우고(대대에서는 담배 못 피우기 때문에 별도의 흡연실이 있다.) 돌아오자 4강 진출자가 나보고 4강 하자는 거다. 헐~ 좀 쉬었다가 하면 안 되겠냐고 얘기하면서 담배 한 대 더 태우러 갔다. 그리고 돌아와서 앉아 있는데, 이제는 4강 진출자 형이 도발하는 거다. 근데 사실 4강 진출자 형이랑은 이전에도 다소 그런 게 좀 있었다. 내가 8강 진출자 형한테 도발했을 때 가장 먼저 덧글 단 게 4강 진출자 형이었거든.

근데 그 덧글이나 그 덧글에 대한 내 답글이나 누가 봐도 다소 그런 면이 없지 않았지. 왜 그런 거 있잖아? 니가 나한테 되겠어? 뭐 그런 심리전? 사실 그 형이랑은 지금껏 두 번 게임을 해봤다. 내가 동호회 처음 들어갔을 때, 팔로우 샷은 그 형한테 배워라고 들었을 정도로 팔로우 샷은 일품인 형이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포켓볼 코치였다나? 여튼 그렇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였기에 그 때는 누가 가르쳐주면 그냥 배운다는 자세로만 임했다.

근데 나를 아는 사람 알겠지만 나는 나한테 잘 해주는 사람은 배로 잘 해주지만, 나한테 못 해주는 사람은 배로 못 해주고, 안 건드리면 나도 안 건드리고 무난하게 지내지만 건드리면 나도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잖아. 게다가 난 나름 자신있는데 안 된다고 그러고 그러면 난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 보여줄께. 기다려라. 나한테는 경쟁 그런 자극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끌어내는 요인인데 말이다. 이건 내 블로그 예전 글에서도 언급을 했었던 바고. 지금껏 살면서 그런 적이 한 두번이야?

여튼 그래서 어찌보면 4강은 4강 게임으로서의 의미도 의미였지만 자존심이 걸린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 형과 나는 지금껏 2번의 게임을 했었다. 1번은 친선 게임으로 내가 15점 놓고 칠 때 했었는데 졌다. 그 때는 내가 봐도 참 못 쳤었던 때다. 그리고 17점 올리고 일주일 됐을라나? 당구장 리그 전을 했었는데 그 때는 내가 이겼다. 리그 전이니까 35이닝 내에 끝내야 하는데 35이닝에 내가 마무리 지어서 이겼다. 그렇게 전적이 1승 1패다.

4강 상대인 형은 21점을 놓고 친다. 근데 이 형도 상대에게 공을 안 주는 디펜스 같은 걸 다 생각해서 칠 정도는 아니다. 그 점수 대가 그렇다. 25점 이상되는 고점자로 가는 과정에 있는 지라. 사실 나는 8강을 이기게 되면 4강은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형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그 형은 분명 나보다는 훨씬 잘 친다. 그러니까 나는 17점이고 그 형은 21점이지. 허나 게임은 자기 점수를 놓고 치는 거라 다르다는 거다. 나름 멘탈에서는 자신 있었고, 요즈음은 상승세였기에.

근데 리그 전에서 진 게 내가 뽀록으로 이겼다는 거다. 물론 키스나서 먹은 공이 있긴 했지. 두 개인가? 근데 얼토당토 않게 키스가 나서 먹은 공이라고 하면 몰라도 운이 좋게 키스나서 먹을 수도 있잖아. 근데 그걸 뽀록으로 이겼다고 하니, 아~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솔직히 좀 쉬었다가 치고 싶었는데 치자고 했다. 그래 이런 때를 위해서 나름 경기 운영 능력 기르면서 안 되는 날이라고 해도 연속으로 6~7게임 계속하던 때도 있었거든. 다 나름 경험치를 쌓아왔다고!


토너먼트 4강부터는 다른 경기 운영 방식

토너먼트 4강부터는 경기 운영 방식이 다르다. 풀 이닝제다. 35이닝 내에 자기 수지 대비 몇 점을 쳤느냐로 끝내는 게 아니라 자기 점수 다 칠 때까지 친다는 거다. 물론 4강 전까지도 35이닝 내에 자기 점수 다 치면 게임 끝나지만 35이닝 내에 끝내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라니까. 여튼 그런 경기 운영 방식을 몰랐던 거는 아니지만 나는 별로 기록지 보고 싶지 않았다. 매 이닝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뿐. 그리고 8강과 마찬가지로 스승에게는 카톡으로 실시간 중계를 다른 제자가 해주고. ^^;


자신있었는데, 19이닝까지는 정말 암울했다

나 (17점) 상대 (21점)
0점 9점

그렇게 각오를 하고 게임에 임했건만 19이닝까지 나는 하나도 못 쳤다. 헐~ 아무리 안 되도 그렇지 이렇게 안 될 리가 있냐고. 이건 15점 때라 해도 드물었던 상황이다. 그런데 상대는 벌써 9점이나 뺐고. 아니지. 벌써라고 하기는 그렇고 자기 점수에 맞게 치고 있었다. 에버리지가 0.47 정도 나오니까. 내가 너무 못 치고 있는 거지. 근데 별로 불안한 게 없었다. 그래서 같은 스승을 둔 다른 제자(나보다는 하수)가 나보고 집중해서 잘 치라고 얘기했을 때 내가 뭐라고 그랬냐면, "초반에 잘 치면 나중에 말리는 때가 있어. 그리고 봐바. 이제 내가 따라잡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그 때부터 잘 친 건 아니었다. 그런 얘기를 했던 게 10이닝 정도 지나서였나? 그랬으니까. 그렇게 얘기하고도 9이닝을 더 공타쳤던 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이길 수 있다. 이긴다. 꼭 이긴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4강 심판은 운이 나빠 나한테 진 8강 탈락자 형이 봤는데, 그 형이 나보고 집중해서 치라고 눈짓을 주길래, 나는 "꼭 이긴다"고 그랬을 정도다. 여기서 지는 사람이 내 스승에게 실시간 카톡 중계를 하던 다른 제자와 3, 4위전에 붙는다.

그 여자애가(나보다는 하점자다) 이 게임에서 지면 자기와 3, 4위전 해야 된다고 했을 때도 나는 그랬다. "나는 너 볼 일 없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는데 결과를 보면 자신만 있지 뭐 제대로 못 하고 있잖아? 말만 그럴 뿐 뭔가 보여준 게 없잖아. 게다가 이번 게임은 자존심이 걸린 게임인데. 절대 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안 되면 오늘은 안 되는 날인가 보다, 말린다 그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계속 집중했다. 집중해서 안 되도 계속 집중했다.


주변에 관전자는 늘어나고

20이닝에 처음 점수를 뺐다. 그 이후로는 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하나 둘 늘어났다. 나름 다행~ ^^; 그 중에 우리 동호회 회원은 아니지만 27점의 고수도 있었다. 이 고수와는 당구장 영업 종료하고 아침까지 뭐 먹으면서 얘기하던 때가 두 번이나 있을 정도로 당구장에 가면 항상 보는 분이다. 또한 내 스승도 왔다. 몸이 안 좋아서 쉬려고 집에 가는 도중에 당구장에 들린 거다. 내 경기 보려고 말이다. 그 전까지는 실시간 카톡으로 중계 보고를 받다가 4강 했다고 해서 들린 거였다.

이런 상황이 되면 주변을 의식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왠지 모르게 자신이 없는 샷인데 스승이 보니까 스승이 가르쳐준 대로 친다든지 하는 그런 거. 그러나 경기다. 연습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건 내가 자신 있는 걸 선택해야 하는 거다. 가끔씩 내가 자신 있는 건 아니지만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어렵지만 이거 치면 상대가 이런 것도 치나 싶어서 말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27점 치는 고수도 야~ 이걸 쳐버리네. 야~ 게임 재밌다. 이러는 거였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집중하는 게 중요

그렇게 야금 야금 따라갔다. 만약 4강전 이전의 경기 방식으로 했다면 내가 졌을 거다. 35이닝까지 자기 점수 대비 친 점수를 %로 산출했을 때는 내가 졌거든. 근데 4강부터는 자기 점수 다 뺄 때까지 치는 풀 이닝제라는 거. 이것도 어찌 보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내가 못 쳤을 때는 경기 룰이 바뀌어서 내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거 보면 말이다. 물론 이 때도 나는 기록지조차 보지도 않았다. 그냥 몇 점 치셨습니다 그런 얘기들만 듣고 매 이닝에 집중했을 뿐.

그러다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걸 인식하고 나서는 좀 더 집중했다. 내가 19이닝까지 집중을 안 했던 건 아니지만 말이다. 사실 19이닝까지 공타치고 9:0 정도가 되면 뭐 이길 수는 없는 게임이라고 보는 게 맞다. 상대가 나보다 하점자라고 하면야 몰라도 나보다 고점자니까. 그러나 게임은 상대적인지라 아무리 잘 치는 사람이라고 해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게임 운영 능력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결국 내가 생각한대로 내가 야금야금 쫓아가면서 상대는 실수하는 게 많아졌다. 그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꾸준히 내 페이스를 유지했고 말이다. 사실 나는 경기 때는 상대가 어떻게 공을 쳤는지 보지도 않는다. 심판이 따로 있기 때문에 내가 카운트해줄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냥 큐 손질이나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을 뿐. 그렇게 해서 보통의 게임보다 이닝 수는 훨씬 더 많은 47이닝인가에 게임을 끝냈다. 이닝 수만 보면 둘 다 못 친 게임이었다.

나 (17점) 상대 (21점)
17점 17점

마지막 샷은 스승에게 배웠던 상단에 당점을 주고 슬로우로 미는 샷을 응용해서 쳤다. 당점을 몇 팁 주는 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건 내가 연습을 통해서 어느 정도 터득한 터라. 결국 스코어는 17점대 17점. 19이닝까지 9점을 친 상대는 나머지 28이닝에서 8점 밖에 못 쳤다는 얘기다. 나는 28이닝에 17점을 치고 말이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말렸다는 얘기. 그렇게 해서 결승 진출하게 됐다. 결승전은 이번주 토요일에.


토너먼트 끝나고서도 당구장 리그 전

토너먼트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바로 집에 가려고 했는데 다시 당구장으로 왔다. 축하한다는 얘기와 함께 4강 경기를 구경하던 27점 고수가 저 사람하고 한 번 붙어보라고 얘기한다. 상대는 23점인데 당구장에서 많이 봤던 분이었다. 나보고 붙어보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게다가 오늘 힘든 경기 두 경기를 이기고 난 터라 상승세고. 지치긴 했지만 뭐 하루에 7게임도 소화한 적이 있는데 이제 4게임 밖에 안 쳤다는 생각에 쳤다. 리그 전으로. 이십 몇 이닝만에 17점 쳐서 승.

그리고 당구장의 또 다른 고수인 27점과 리그 전. 원래 내가 리그 전에서는 15점 놓고 치다가 17점으로 올리고 친 최초의 상대였는데 그 때 내가 16점을 쳐서 상대가 많이 놀랬었다. 그래서 합의하에 나중에 재경기하자고 했고 이번에 다시 경기를 했는데 이번에도 양패(둘 다 자기 점수를 35이닝 내에 못 끝내서)지만 경기 내용에는 만족스럽다. 사실 25이닝까지 15점을 쳐서 내가 거의 이긴 게임이었는데 마지막 10이닝에 내가 실수를 두 번 정도 하는 바람에. 쩝. 아까운 경기였다.

이러다 보니 무서운 17점이란 소리도 하는 거다. 집중력도 좋고 노력도 많이 하고. 그러나 항상 잘 되는 건 아니거든. 일요일에는 17점 올리고 워스트 기록도 세우고(35이닝에 5점 쳤나? 그래서 내 에버리지를 많이 까먹었지~ 기존 0.399에서 0.38*로. 이 에버리지는 15점 치던 때부터 합산된 거라 좀 적게 나온 에버리지지만) 어찌보면 집중하지 않아서 그렇다. 진짜 집중하면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오직 점수 내는 데에만 집중하는데. 이제 17점이 적응이 된 건가? 쩝.


결승 상대는 이길 가능성이 매우 적다

결승 상대는 내 스승의 제자 두 명을 하나씩 이기고 올라온 27점의 고수다. 게다가 워낙 경기 경력이 많아서 멘탈이 강하고(어지간해서는 주눅 들지도 않아~ 게다가 자신감 넘쳐~ 넘쳐~ 어떤 상대랑 한다고 해도 해보자는 식) 너무 잘 친다. 게다가 모든 공이 디펜스를 염두에 둔 공인지라 뒷공이 잘 안 선다. 그래서 이긴다는 게 매우 힘들다. 그러나 자기 점수만 치면 되는 거고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많으니까 경기야 해봐야 알겠지만 내가 3자라고 해도 내가 진다고 하겠다.

정말 이기기 힘든 상대다. 오히려 내가 올라감으로 인해서 게임이 시시해져버렸다. 내가 아니라 8강에서 만났던 형이 올라갔으면 볼 만한 경기가 됐을텐데. 왜? 이 형은 지금 결승 진출자를 친선 경기로 꺾은 적이 있거든. 나는 지금껏 두 번 쳐서 두 번 다 졌다. 물론 15점 때의 얘기지만. 만약에 8강이나 4강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해도 내가 진다. 그만큼 상대는 기복이 별로 없고 잘 친다는 얘기다. 그래서 초반부터 무조건 내 점수를 많이 뽑아야만 승산이 있다. 

아무리 내 기록이 20이닝에 17점이라 이렇게만 치면 내가 이긴다고 해도 이 결승 상대는 뒷공을 거의 주지 않기 떄문에 이런 결과를 내기가 힘들다. 20이닝에 17점이란 결과도 상대가 디펜스를 모르는 19점이었기에 가능한 게지. 가만히 보면 베스트 게임은 다 디펜스 못하는 상대와 해서 나온 기록이다. 고로 이변이 없는 한 진다. 그래서 난 맘 편히 내 게임만 하자는 즉 적어도 내가 내 점수 정도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지는 않겠다는 생각만 갖고 칠 생각이다.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게임을 하자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집중해서 치지 않을까 싶다는 거다. 이를 위해 이번주는 빠지지 않고 하루에 한 번 당구장에 갈 생각이다. ^^; 근데 내가 당구 동호회에 내가 결승 진출하게 되면 수지 1점 더 올리겠다고 했는데 음. 올려야 되나? 올린다 해도 결승전에서 올리고 치지는 않을 거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