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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진강이가 받은 연애 편지: 진강이가 방학 하던 날 받은 편지 두 통

風林火山 2014.01.03 17:30
진강이가 다니는 장성초등학교는 2013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방학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그랬나?(그 때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였지) 내 기억에는 그렇게 늦게 방학한 경우는 없었던 거 같은데. 여튼 그 날 진강이 데리러 학교에 내가 갔다. 봐줄 사람이 없어서 데리고 사무실 간다고 말이다. 나중에 진강이가 보여주더라고. 뭘? 편지를. 편지 두 통 받았다고 하면서. 그래서 읽어봤다. 오~ 연애 편지다. 느낌이 팍 오더라고.


진강이가 받은 연애 편지, 첫번째

프라이버시 때문에 실명이 나온 부분은 처리하고 올린다. ^^; 맞춤법 틀린 거 생각치 않고 원문 그대로 올린다.


진강아! 안녕 나 **이야
너를 잊지 못해 편지를 써
너랑 3학년이 되서 너를 잊지 못하겠어
학교에서도 나에게 고마운 충고도 해주고,
어떨땐 같이 놀고 너가 꿈에서도 나왔어
니가 놀때 "이이" 하는 소리 다른사람은
몰라도 나는 너무재미있었어
그리고 그동안 나에게 해준모든 것들 너무 고마워
3-2반에 친구들하면 너가 떠오를거야
재미있는진강이와 친절하신 너의 할머니 잊지 못할거야.
너는 내가 싫고미워도 난너가 재미있고
좋아
. 진강아 그리고 우리가 1학기때 말도
안해서 속상했지. 난 그때일만 생각해도
너에게 너무 미안해.
우리 공부 열심히 잘해서 선생님한테
칭찬많이 받아서 훌륭하고 좋은 대학가서
만나자
! 4학년되도 항상 당당하고
씩씩하게 자기의 이름을 밝히는 사람이
되길 기원할께. 진강아 힘내! 화이팅!!!

번개맨처럼 멋있는 진강이에게
진강이가 생각나는 **이가


우워~ 보면서 나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귀여워서 말이다. 눈에 띄는 표현들 볼드체로 표시해뒀다. 이 정도면 연애 편지 아닌가?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봐바. 아빠보다 낫네. 아빠는 이런 거 받아본 적이 5학년 때인가가 처음이었던 거 같은데. 아니구나. 6학년 때였나? ㅋㅋ 그래서 진강이한테 물었다.

나: 진강아~
진강: 응~
나: **이 이뻐?
진강: 응~
(그러나 나는 진강이 말은 믿지를 못 하겠다. 몇 번 실망한 적이 있어서)
나: 엄마보다 이뻐?
진강: 음... 엄마보단 안 이뻐


궁금하다. 어떤 아이인지. 이쁘고 안 이쁘고를 떠나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나이에 느끼는 그 순수한 감정을 높이 산다. 수줍지만 빼곡히 적어내려간 편지를 읽다 보면, 아직은 멋모르지만 감정을 못 느끼는 건 아닌 인간이기에 진강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잘 드러나 있는 거 같고 말이다.


편지지도 멋있었다. 알레그리아(Alegria)라는 뮤지컬 편지지던데, 나름 편지지도 신경 써서 고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편지지 뒤에는 이렇게 손수 그림을 그렸고.(참고로 진강이가 번개맨을 참 좋아해서 친구들한테 번개애~~~ 파워어~~~ 종종 한다.) 연필로 이거 그릴 때 진강이를 생각하면서 그렸을 거 아니냐고. 근데 진강이는 별 생각이 없다. 편지를 준 그 애를 싫어한다 좋아한다 그런 게 아니라 진강이는 이 세상 사람들 모두를 그냥 인간으로 보는 듯. 아직 뭔가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자신에게 잘 해주면 그냥 좋아하는 순수한 녀석이다.

그래도 낯가림 없이 누구랑 서슴없이 얘기 잘 하고 어른들한테 인사는 정말 정말 잘 한다. 동네에 진강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니까. 나름 고백을 했는데 진강이는 뭐 그런 거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 너무 순수해서 말이다. 그래도 진강이를 좋아해주는 여자애가 있다는 게 참 재밌다. 내가 편지보면서 얼마나 재밌어했는지 모르겠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방식의 고백이라. 너무 순수하고 이뻐 보인다.


진강이가 받은 연애편지, 두번째


이건 사실 엄밀히 얘기하면 내가 보기에는 연애편지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래도 일반적인 친구라고 하면 이렇게 편지를 쓰나? 나름은 좋아하는 감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첫번째 편지를 적은 애보다는 그 정도가 덜한 듯 싶다. 내용을 보면 다소 어른스러운 면도 있는 애 같고.

진강이에게

진강아! 안녕? 나 **이야 진강아. 너가 우리힘들게 했던거 난 용서
해 줄께 그리고 난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오히려 더 즐겁고, 재미있었어
그리고 난 진강이가 날 즐겁게 해 줬던 일들은 내 머리속에 하나하나
남는 추억이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진강아 난 힘들지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나와 다른 생각일수있어, 그러니까 다른 친구들 한테 힘들게
하지 않고 나쁜말 않써줬으면 좋겠어. 알았지? 부탁할께~ 아!
그리고 진강아! 우리 한해동안 같은반이여서 정말즐거웠어
방학 잘 보내고 항상 건강해~ 그리고 간식 고마웠어~

- 진강이의 친구 **이가 -


좀 어른스럽지 않나? 생각하는 거라든지 그런 게 말이다.(근데 곳곳에 보이는 하트는 뭥미? ㅋㅋ) 어린 나이에는 여자애들이 빨리 성숙해지고 정신 연령도 높다잖아~ 여기서는 두 가지 사건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진강이가 친구들을 힘들게 했던 건, 진강이가 다소 집요하다. 그래서 자신에게 잘 해주거나 하면 집착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그 사람하고만 논다. 또 괴롭히는 건 아닌데 애가 뭘 잘 몰라서 자기는 놀이라고 생각하는데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교실 문에 서서 교실 들어가려면 주차권 받고 들어가라는 식이라든지 뭐 그런 거다. 이거 할아버지가 동네 인근 빌딩 주차 관리하시는데 거기서 보고 따라하는 거거든.

그리고 간식은 최근에 어머니께서 진강이 친구들한테 간식 한 번 돌리자고 하셔서 그런 거다. 한동안 진강이 가출 하는 거 때문에 학교에서 비상이었던 적이 있다. 담임 선생님을 비롯하여 교장 선생님까지 특별 관리 대상이었고, 친구들도 진강이한테는 예전과 달리 잘 해줬던.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하자면 기니까 여기서 언급할 순 없고, 그러한 일련의 일들이 잘 풀리게 된 핵심에는 어머니께서 계셨다. 그 과정을 보면서 느낀 건, 말 한 마디가 천냥 빚 갚는다? 여튼 이 편지를 읽을 때는 재밌다는 생각보다는 이러 저러한 일들이 떠오르더라고.

여튼 그래도 진강이 녀석은 나보다 낫네. 한 반에 50명이 넘었던 국민학교 시절을 지낸 아빠는 3학년 때 이런 편지 한 통도 못 받은 걸로 아는데 진강이는 20명이 조금 넘는 학급에서 2명한테서 편지도 받고 말이다. 좋겠네~ 근데 정작 본인은 좋다 안 좋다 그런 감정이 없어. 그냥 진강이한테는 친구가 편지를 줬다는 사실만 기억될 뿐인 듯. 아직 너무 어려. 순수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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