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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역린: 좋은 배우들을 잘 배합하지 못한 연출 그래서 재미가 별로


나의 3,354번째 영화. 사극이 영화로 제작되면 꽤 좋은 반응을 얻곤 하는데, <역린>은 여느 사극 영화와는 좀 달랐던 구석이 있는 영화다. 보통의 사극 영화는 진지함 속에서도 다소 유머러스한 장면들도 많은 반면, <역린>은 진지하기만 한데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또한 <역린>은 정유역변이란 실제 사건을 기초로 만들었지만 영화이기에 실제와 다른 부분이 많다고는 해도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들도 보이는 지라(예를 들면, 정조가 푸시업을 하면서 몸을 만드는 거라든지, 마지막에 살수와 정조가 1:1 대결을 하는데 살수의 팔이 정조보다 짧다든지 등) 여느 사극 영화와 같은 좋은 반응은 기대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보니까 감독이 드라마 제작을 하던 출신이라 그런지 TV 속의 막장 드라마와 같은 느낌도 든다. 사고가 나서 죽을 거 같은 사람이 살아나서 사실을 밝히게 되면 사랑하는 사이의 남녀는 오빠 동생이 된다거나 뭐 그런 아줌마들이나 좋아할 삼류 막장 드라마와 같이 살수와 정조의 1:1 대결 중에 정조의 신하였던 상책이 등장하고, 상책이 정조를 살리는 그런 스토리는 정말 TV 속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유치한 결말 아닌가 싶다. 화려한 캐스팅을 하고도 하나의 스토리에 각각의 캐릭터가 녹아들었다기 보다는 각각의 캐릭터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닥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영화. 개인 평점 6점 준다.


정조 역의 현빈


정조역에 현빈이 어울리냐, 현빈의 연기가 어떻느냐는 건 잘 모르겠다. 나쁘지 않던데. 왕 역할이 잘 어울리더라고. 현빈을 탓할 건 없다고 본다. 가장 어이없었던 장면은 푸시업 하던 장면. 아무리 현대적인 해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조선시대 임금이 푸시업하면서 몸을 다듬을 줄이야.


정조가 아꼈던 신하, 상책 역의 정재영

 

 

보통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하면 내가 실제 사건이 어떠했는지 조사하곤 한다. 근데 <역린>은 그럴 가치가 없다. 딱 봐도 이건 아니잖아 하는 부분이 너무 많고, 재미도 기대 이하인지라. <역린>에서 등장하는 상책이란 캐릭터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은 분명 아닐 거다. 말이 안 되잖아. 게다가 정재영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데, 글쎄 <역린>에서 맡았던 상책이란 캐릭터와는 그닥 어울리지 않더라는. 일단 정재영은 자연스런 연기와 더불어 자연스레 욕이 나와줘야 어울리는데. 나는 정재영이란 배우 보면 <아는 여자>가 가장 먼저 떠올라. 그 때의 이미지가 너무 나한테는 강해서 말이다.


살수 을수 역의 조정석


<역린>에서 연기 변신을 한 배우라고 한다면 조정석을 꼽을 수 있겠다.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을 생각해보면 을수 역에 조정석이 잘 매칭이 안 되는데, 그래도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살수같은 느낌은 들지 않더라는. 눈이 너무 커. <스파르타쿠스>에서도 시즌1의 앤디 위필드와 리암 맥킨타이어의 느낌이 많이 다른 게 리암 맥킨타이어의 눈이 크잖아. 눈이 크면 선해보이~ 그러다 보니 살수의 눈빛을 느끼기는 힘들었던 한계가 있었다고 봐.
 

 
광백 역의 조재현


<역린>에서 가장 캐릭터에 걸맞는 연기를 잘했다고 한다면 조재현이 아닐까 싶다. 다른 배우들이 못 했다는 게 아니라 조재현이 상대적으로 잘 한 거고, 캐릭터 소화를 잘 한 게지.


홍국영 역의 박성웅


항상 악역 이미지로 나오더니(눈이 쪽 찢어져서 그런 역이 잘 어울려서 그런 듯) <역린>에서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맡았다. 근데 잘 어울리~ <신세계>에서 맡았던 이중구 역이 너무 잘 어울려서 그 이후로 계속 악역을 맡은 듯 한데, 그 이후에 맡았던 악역은 그닥 어울리지 않더라고. 뭐랄까? 악역이면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봐도 악인이란 느낌이 나야 하는데, 그냥 어거지로 악역을 한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 원래는 선한데 악한 척 한다는 뭐 그런 느낌. <역린>에서는 오히려 선한 캐릭터를 맡아서 그런지 연기가 자연스럽고 잘 어울리더라고.


헤경궁 홍씨 역의 김성령


글쎄. 난 김성령이란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잘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잘 못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뭐랄까. 무난하다? 뭔가 연기자로서 특징있는 캐릭터를 맡아서 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순왕후 역의 한지민

우선 실존 인물들의 나이를 살펴보자.

① 정조(1752~1800): 정순왕후보다 7살 어리다
② 정순왕후(1745~1805)
③ 헤경궁 홍씨(1735~1815): 정순왕후보다 10살 많다


정순왕후 역에 한지민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좀 어울려야 말이지. 정조보다 7살 많은데 <역린>에서 보면 정조보다 나이 어리게 보이고, 한지민이 가진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나름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못되게 구는 연기를 열심히 했지만 뭐랄까 애들 투정하는 양 느껴져서 결코 표독스럽게 느껴지지 않더라고. 좀 미스 매칭이란 느낌이 강했다.


강월혜 역의 정은채

처음 보는 배우다. <역린>에서는 강월혜 역이 잘 어울렸는데 글쎄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해내는 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듯. 나는 배우가 이쁘면 이뻐서 좋다고는 하지만, 연기를 못 하면 배우로서는 악평을 한다. 연기자가 얼굴로 연기하나? 연기를 잘 해야지. 연기를 잘 한다는 건 뭐냐?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동화가 되어야 한다. 그 캐릭터로 분해서 연기를 해야지 자신의 연기를 하면 안 되는 거거든. 무슨 말인지 알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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