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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스쿠버

다이빙 로그 #2 @ 강릉 사천진리 아가짬 포인트: 저체온증 직전까지 경험했던

점심을 먹고 오후에 두번째 다이빙을 했다. 교육도 교육이었지만 그래도 물은 공기보다 좀 더 늦게 반응하니까 오후가 되면 물이 좀 더 따뜻해진다. 바람도 조금 괜찮아진 거 같고 첫번째 다이빙보다는 여러 모로 상황이 더 낫다. 첫번째 다이빙 때 고생을 많이 했기에 두려움이 생길 만도 하겠지만 나는 또 그런 거는 없다. 어서 다시 들어가고 싶다. 그렇게 고생해봤으니 이제는 뭐가 두렵겠냐는 생각에 말이다. 그러나 두번째 다이빙에서는 또 새로운 경험을 했다. 내 동기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나만 고생했지. 첫번째 다이빙 시에 포기했던 동기도 이번 두번째 다이빙에서는 무리없이 소화했는데 말이지. 나는 오픈 워터 코스 개방 구역(바다) 교육 때 4번 입수 모두 다 뭔가 문제가 생기네. 참 다양하게 경험하고 왔다고 생각해야지. 



저체온증 직전까지 경험했다


희한했다. 분명 아까보다 더 나아져야 하는데 왜 난 그리 추웠는지. 게다가 다이빙 포인트 또한 첫번째 다이빙 때 들어갔던 아가짬이란 포인트인데 이번에는 왜 그리 추운지 모르겠다. 참았다. 왜? 내가 추우면 다른 이들도 춥겠거니 했지. 근데 좀 심하게 춥더라고. 희한하대.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더라고. 이번에는 바다에서 이런 저런 교육을 받았다. 첫번째 다이빙 때보다는 좀 상황이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바다 속에 조류가 있어서 가만히 있으면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거린다. 그래도 그런 상황 속에서 또 교육을 받았다. 이런 저런. 오픈 워터 코스에 필요한 교육들. 풀장에서 배웠던 것들 그대로 바닷속에서도 한다.


풀장이야 따뜻하지, 조류 없지, 물 마셔도 뭐 짜지도 않지. 바다랑 너무 다르다. 풀장은 정말 편해. 그래도 풀장에서 연습할 필요가 있긴 하더라고. 바다를 자주 못 나가서가 아니라 중성부력은 풀장에서 연습하기 딱 좋아. 이유는 나중에 얘기해주지. 오픈 워터 다이버가 되고 난 다음에 수영장에서 다이브 마스터 수홍이랑 연습하면서 느낀 바를 말이다. 여튼 교육을 받고 이동하고 교육을 받고 하는데, 나는 동기들 중에서 가장 뒤쪽에 있었다. 강사인 재필이가 선두, 그 다음에 이퀄라이징이 좀 느리다는 동기 준형이 형이 두번째, 동기 형의 버디(다이빙 시에는 버디가 꼭 필요하다. 혼자서 하면 위험하니까. 그래서 다이빙 시에 자기의 파트너를 버디라고 부른다.) 성원이가 세번째, 그 다음에 내 버디인 윤서가 네번째, 그 다음이 나, 그리고 마지막이 다이브 마스터 수홍이.


참다 참다가 너무 추워서 일단 신호는 보냈다. 내 가까이에 있는 다이브 마스터 수홍이한테 춥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수홍이는 나보고 OK 사인을 보냈고.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중에 물어보니 수홍이는 강사인 재필이한테 보고한 후에 조치를 취하려고 했단다. 일단 더 참았다. 그러다 좀 더 지나서 한번 더 수신호를 보냈다. 조금 참기가 힘들어지대~ 그랬더니 다시 OK 사인을 보내더라고. 아무런 반응 없다. ㅠㅠ 또 참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사실 바닥에 내려 앉아서 교육을 받을 때 내 버디랑 같이 이것 저것 하는데, 그 때도 손이 떨렸다. 내 버디는 내가 수전증이 있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단다. 그러다 나중에는 손이 덜덜 떨리고, 몸도 떨리기 시작하더라고. 그리고 생각도 굳어져.


뭐랄까? 왜 눈 많이 내리는 산 속에서 그리 추운데도 졸린 거 있잖아? 그 때 자면 어떻게 돼? 죽지.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추우니까 머리가 잘 안 돌아가더라고. 머리 속에는 '아~ 춥다' 그런 생각만 들고, 몸은 움직이기가 싫고, 또 몸은 떨리고.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바위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가만히 있었다. 움직이기가 싫더라고. 그 때 다이브 마스터인 수홍이가 강사인 재필이한테 갔나 보다. 가서 이거 좀 아닌 거 같다고 수신호를 보냈고 재필이는 수홍이랑 나만 상승하라고 해서 수홍이가 나를 데리고 상승했다. 안전 정지 무시하고 나는 상승했지. 그래도 수심 10m라 다행이지. 깊은 데서 그랬으면 올라오다 안전 정지 안 했으면 더 문제가 됐을 수도.


문제가 뭐였을까?


그렇게 해서 보트에 승선했다. 나 혼자만. 덜덜 떨리더라고.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내 동기들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어떻게 저리 찬 물에서 견딜 수 있지? 그리고 나는 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가보다 여겼다. 그렇게 승선해서 BCD를 벗었다. 그러자 보트에 있는 리조트 사람 왈, "에헤이~ 슈트에 지퍼를 안 잠궜네" 냐하~ 그렇구나~ 니미. 슈트에 지퍼가 뒤쪽에 있는데 목부터해서 엉덩이 위까지 내려온다. 근데 그거 안 잠그고 BCD 차고 들어간 거였다. 웻 슈트는 슈트 속에 물이 순환한다. 그러나 목, 손, 발 부위가 고무로 되어 있어서 한번 들어온 물이 그리 쉽게 빠져 나가지는 않기 때문에 체온이 물을 덥혀서 그나마 괜찮은 편인데, 나는 등에 지퍼가 활짝 열려 있으니 차가운 물이 계속 들어와서 순환했던 거다.


"알몸으로 어떻게 견뎠대?" 물론 과장이겠지. 아무리 지퍼를 잠그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웻 슈트 입은 거랑 알몸인 거랑 같을 순 없으니 말이다. 정말 엄청 참았는데 내 체질이 이상해서 그랬던 게 아니었구나 싶더라고. 그거 보고 지퍼를 채워주는데, 지퍼를 채우니까 얼마나 따뜻하던지. 물 속이 아니라 물 밖에서도 그걸 여실히 느끼겠더라고. 내가 승선하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우리 팀들 다 올라오더라고. 나는 배에서도 덜덜 떨면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지. 보트에 내려서는 바로 샤워실로 가서 따뜻한 물 틀어놓고 한참 동안 있었네 그랴. 그리고 나서 내 버디 윤서한테 그랬지? 나 죽이려고 그랬지? BCD 착용할 때 내 슈트 지퍼 안 잠긴 거 봤을 거 아냐? 그러면서. ㅋㅋ 윤서 무서븐 가시내. 첫번째 다이빙에서는 배에 깔리는 상황(갑작스런 상황이었다)에서 한 손으로 배를 막아내더니. 역시 아줌마는 무서버~



나의 두번째 로그



그래도 오후 시간이었던 지라 바닥 온도는 첫번째 다이빙 때보다 1도 높은 12도를 기록했고, 수심은 첫번째 다이빙과 똑같이 10m다. 아가짬이 깊지가 않은 다이빙 포인트인지라 그렇다. 총 다이빙 시간을 보니 23분 20초. 헐~ 23분 동안 참았다는 얘기네. 뭐 그래도 초반에는 좀 참을 만했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참기 힘들어져서 그렇지. 여튼 두번째 다이빙 때는 뭔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뭔 일이 생기네 그랴. 그래도 또 들어가고 싶더라고. ㅋㅋ 아 그리고 두번째 다이빙 때 나는 처음 백롤 입수(Sitting Back Roll Entry)했다. 앉아서 뒤로 입수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