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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보이후드: 12년에 걸쳐 만든 아주 특별한 성장 영화

風林火山 2014.12.28 07:30


개인적으로 성장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2014년 한해 개봉된 영화 결산을 하는 글들 중에 항상 언급이 되는 영화라 봤는데, 글쎼 영화 내용은 지극히 단조로워서 재미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남들이 뭐라 하건 재밌지는 않은 걸 우째 재밌다고 하냐고. 그래서 이 영화의 평점은 영화 내용만으로 매겨진 것이라기 보다는 다른 무엇 때문인 듯 싶다. 그 무엇이라는 건 바로 다음이다.



12년동안 매년 조금씩 촬영한 영화



<보이후드>의 주인공 메이슨이다. 배우의 이름은 엘라 콜트레인인데 필모그래피를 보니 <보이후드> 외에는 찍은 게 없다. 여섯 살에 첫 촬영을 시작하여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무려 12년간 1년에 조금씩 조금씩 찍었다는 거. 1년에 15분 분량의 영화만 찍었단다. 이건 정말 대단한 거다. 물론 어느 누가 생각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12년이란 세월을 투자해서 영화 한 편을 만드는 시도를 한 적이 있던가? 그리고 그걸 결과물로 만들어낸 적이 있던가? 없다. 물론 영화들을 보다 보면 신선한 영화가 있긴 하다. 한 영화에 시점을 달리하여 촬영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 영화의 시간을 순방향과 역방향으로 나누어 반복되어 보여줌으로써 마지막에 시간상 중간이 되어 사건이 풀어지게 만들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가 그렇다. 영화 내용은 단조로워서 좀 아쉬운 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12년 동안 매년 감독과 배우들이 만나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건 매우 놀라울 따름이다. 이게 어쩌면 영화 평점을 높인 요인이 아닌가 한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는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본다.



<비포 선라이즈>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보이후드>의 감독은 리처드 링클레이터다. 그의 작품 중에 유명한 영화로는 <비포 선라이즈>가 있다. 이후에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도 만들긴 했지만 난 나머지는 보지 않아서 모른다. ^^; <비포 선라이즈>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기차, 여행, 인연이 아닌가 한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누구나 괜찮은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하는 그런 로맨스는 남자든 여자든 꿈을 꿀 법하지 않나? 그런 로맨스를 현실이 아닌 영화 속에서 충족시켜줬던 영화가 <비포 선라이즈>였기에 아직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영화가 된 것이겠거니. <비포 선라이즈>를 찍으면서 인연을 맺었던 배우 에단 호크가 <보이후드>에서 주인공의 아빠로 나온다. 12년이란 세월 동안 촬영을 하면서 그의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에단 호크는 12년 동안 변한 게 없는 거 같다. 물론 패트리샤 아퀘트도 마찬가지고. 여튼 나는 이런 감독의 시도는 매우 높이 산다. 적어도 영화 내용에는 그닥 감흥이 덜했다 하더라도 12년에 걸쳐서 만들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거니까.



패트리샤 아퀘트가 이렇게 뚱뚱했었나?



<보이후드>에서 엄마 역으로 나온 패트리샤 아퀘트. 12년 전 처음 <보이후드>를 촬영했을 때의 모습부터 뚱뚱하게 나온다. 딱 아줌마 몸매. 좀 놀랬다. 위 사진은 <트루 로맨스>라는 영화에 출연했을 때의 패트리샤 아퀘트의 모습이다. 1993년도작으로 20년이 넘은 영화지만 당시 크리스찬 슬레이터의 팬이었던 나였기에 봤던 영화였는데, 이후에 살이 많이 찐 듯.



애들보다는 부모가 보여준 모습이 더 인상 깊었던 영화


이 영화는 분명 성장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애들이 성장통을 겪는 게 안 보인다. 그러니까 무난하게 성장하는 듯 보인단 말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애들은 이혼 가정에서 엄마와 자라고, 아빠는 이따금씩 찾아와 같이 놀아주곤 한다. 미국 가정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습.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리 안 되는지 참 안타깝다. 살아온 문화의 차이라 본다. 나는 한국 문화 중에 참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정말 싫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꽤 있다는. 우리나라는 이혼하면 남남이 아니라 왠수가 되는 듯. ㅠㅠ 12년이란 세월 동안 엄마는 2번의 이혼을 더 한다.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자, 엄마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데, 그게 따지고 보면 애들은 떠나고 혼자 남아서 그런 거다.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가끔씩 그런 여자를 보곤 한다. 나이 들어서 혼자 사는 여자들 중에 보면 뭐랄까 좀 이해가 안 가는 구석이 있더란 얘기지. 노처녀 히스테리. 이와 비슷한 듯. ^^


그래도 애들이 무난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부모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아들이 대학교 기숙사에 갈 즈음까지 엄마는 두 번의 이혼을 더 하고 홀로 지내고 있고, 아빠는 재혼을 하여 애를 낳았다. 그래도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이라고 같이 모여서 축하해주고(아빠의 재혼 상대자는 자신의 자식도 아닌데 와서 축하해준다)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내가 이혼을 해서 그런 게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럴 수 있는 문화라는 게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이혼율이 급증하는데 그렇게 변해가겠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친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주인공의 누나 사만다 역은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란 배우로 감독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친딸이다. 어렸을 때, 동생 괴롭힌다고 자는 거 베개 던져서 깨우고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Oops, I did it again'을 부르는데 귀엽다. 



예고편



나의 3,438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7점.

2 Comments
  • 친구 2015.08.21 20:13 신고 12년 전이면 언제적인데 근데 별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않고 잔잔하게 흘러가는게 흥미로웠어요 배우들이 쑥쑥 커가는게 신기했음 ;; ㅋㅋ 그렇게 재미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냥 누구네 인생 구경하는 기분으로 잔잔하게 보았네요.. 감독과 배우의 정성과 시간이 너무 값지네요
  • Favicon of http://lsk.pe.kr BlogIcon 風林火山 2015.08.22 23:34 신고 그렇죠? 딱 적절한 표현입니다. 재밌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볼 만했지요. 그래도 이런 노력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상대가 진심인데, 장난 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지요. 진심에는 진심으로 대해야 하듯이 재미는 그리 있다 할 순 없어도 참 대단하다는 얘기는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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