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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영화 용어 정리 Part I. 테이크, 쇼트, 신, 시퀀스, 롱 테이크

영화평을 보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영화 용어들. 영화평을 읽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막상 그 용어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른다고 해서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인생지사 뭐든지 조금 더 알고 나면 그만큼 더 보이는 것들이 있는 법 아니겠는가? 그러나 한꺼번에 정리하면 너무 많은 용어들 때문에 지루할 수 있어 우선 촬영에 관련된 용어 5가지만 정리해본다. 




테이크 Take


영화 촬영 현장이라고 상상해보자. 감독의 "레디~ 액션!"과 함께 촬영은 시작되고, "컷!"과 함께 촬영은 종료된다. 이렇게 카메라 작동 스위치를 한 번 작동해서 촬영한 화면을 테이크(Take)라 한다. 특정 화면을 담아냈다(take)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보통 촬영할 때 보면 NG가 나서 같은 화면을 계속 반복해서 찍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몇 번째 촬영한 것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테이크 1, 테이크 2 식으로 테이크 뒤에 숫자를 붙여서 구분한다. 



쇼트  Shot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두 남녀가 카페에서 앉아서 대화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남자가 말할 때는 남자의 얼굴이 나오고, 여자가 말할 때는 여자의 얼굴이 나오다가 둘이 마주보고 대화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선 남자를 촬영하면서 대사를 말한다. 첫번째 테이크다. 다음으로 여자를 촬영하면서 대사를 말한다. 두번째 테이크다. 마지막으로 둘이 마주보고 대화하는 걸 촬영한다. 세번째 테이크다. 물론 NG가 없다면 말이다. 이제 이 세 개의 테이크를 가져와서 영상으로 만든다.


영상으로 만들 때, 중간에 끊지 않고 촬영한 하나의 연속적인 화면이 쇼트(Shot)가 된다. 여기서는 3개의 쇼트(남자 화면, 여자 화면, 남녀 화면)로 구성된다. 그럼 테이크와 쇼트의 차이는 뭘까? 테이크는 카메라 작동 스위치를 한 번 작동해서 촬영한 화면이기 때문에 영상으로 편집할 때 불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감독의 "레디~ 액션!"과 함께 카메라를 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감독이 "레디~"하는 중에 카메라는 켜놓고 촬영할 준비를 해야 하니 당연히 영상으로 담아낼 때는 불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런 부분을 제거하고 실제 영상에 반영된 것이 쇼트다. 


이 쇼트는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통계적으로 하나의 쇼트는 10~15초 정도고, 보통 한 편의 영화는 900여개의 쇼트로 구성되어 있다.



 Scene


아무리 영화 용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영화를 본 후에 친구들끼리 자주 사용하는 용어 중에 하나가 바로 '장면'이다. "난 그 장면이 인상깊었어" 할 때 '장면' 말이다. 이게 신(Scene)이다. 그러나 좀 더 명확한 구분을 위해서 풀어보자면, 동일한 시간이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사건을 신(Scene)이라 한다. 위의 예로 따지면 3개의 쇼트로 구성된 1개의 신이 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신에는 여러 쇼트가 포함되지만 1개의 쇼트가 1개의 신을 구성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러닝 타임이 90분 정도인 영화의 경우, 120개 정도의 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퀀스 Sequence


시퀀스(Sequence)는 스토리 흐름을 기준으로 나눈 신(Scene)들의 묶음이다. 예를 들어, 첫만남까지, 만남에서 사랑하기까지, 사랑한 후 이별까지, 이별 후 재회까지. 이렇게 말이다. 그래서 신(Scene)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만 시퀀스(Sequence)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어느 누군가가 나는 사랑 전과 후 이렇게 두 개의 시퀀스를 나눴다 하여 그게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기준이 스토리의 흐름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국제시장>에서 흥남철수 시퀀스의 덕수네가 배 타는 신은 정말 안타까웠다.



롱 테이크 Long Take


올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버드맨>은 롱 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하여 촬영상까지 거머쥐었다. 이 때문에 언론에 롱 테이크 기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이제는 친숙한 용어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도대체 길게 찍는 게 뭐 대수라고 그럴까 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앞에서 테이크에 대해서 이해했다면, 롱 테이크(Long Take)는 한 번에 길게 촬영한 화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얼마나 길어야 롱 테이크가 될까? 그 기준은 없다. 다만 <버드맨>을 예로 들면, 120여분의 러닝 타임 영화에 "컷!"은 16번 밖에 없는 롱 테이크였다는 것. 평균 한 쇼트가 7.5분인 셈이다. 대부분의 영화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길다.


① 롱 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하면 어떤 느낌의 영화가 될까? 


마치 연극을 보는 듯,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의 영화가 된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 평가될 수도 있지만 잘 활용하면 영화에 미학적인 요소를 불어넣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롱 테이크 기법의 촬영은 감독이나 배우들에겐 힘들고 집중력이 요구된다. 왜? "컷!" 없이 영화를 찍는다고 상상해보라. 만약 5분 정도 촬영을 했는데 NG가 났다면, 지금까지 촬영한 걸 다시 찍어야 하니까 말이다. 


② 오래 전에는 흔했던 기법


왜냐면 오래 전에는 카메라를 이동하기 힘들어 그냥 고정해서 세워두고 길게 촬영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카메라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점점 쇼트(Shot)가 짧아지고 편집의 묘미가 더해지게 되어 롱 테이크 기법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보통 연극 배우가 영화 배우보다 연기를 더 잘 한다고 얘기를 하는 이유도 "컷!"이 없는 연극에서는 편집이 없기 때문에 연기자들의 연기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의 진도 아리랑 들판 신은 5분 10초 동안의 롱 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되었다. 


- 이 글은 스티코 매거진(http://stiblish.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