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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 개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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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583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6점.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했던 영화다.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다.


① DC 코믹스의 히어로물 중에는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있는 영화가 있다.

②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선과 선의 대결이다.


그러나 영화 보고 나서는 정말 개실망했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는 그 순간까지만 좋았던 듯.


#1

내가 마블보다는 DC를 좋아했던 이유는 내 블로그에도 몇 번 얘기했던 거 같은데, 스토리에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있어서다. 단순 히어로물로만 보진 않는다는 것. <왓치맨>, <다크 나이트>가 그랬다. 뭘 생각해볼 수 있느냐? 히어로물은 선과 악이 대립하다 선이 승리하는 결말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왓치맨>과 <다크 나이트>는 다르다. <왓치맨>에서는 모두 다 히어로인데 목표는 같아도 저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다르다. 이 때문에 선끼리 대립을 하고, 이 점에서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생긴다. <다크 나이트>는 선과 악으로 극명하게 나눠진 듯 보이나, 악이 결코 절대악이 아니고 선이라 하여 결코 절대선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물론 그런 양면성을 드러내는 투페이스도 등장하고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생기는 거다. 그러나 마블에는 그런 게 없다. 말초적인 재미만 줄 뿐이다.


#2

말초적인 재미만을 주는 영화는 TV와도 같다. 가끔씩 그런 영화를 보면서 재미난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자체가 의미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영화만 골라보고 말초적인 재미에 익숙해지면 사람이 바보가 된다. TV에서 연예인들이 나와서 먹고 떠드는 걸 재미나게 보는 거나, 아프리카 TV BJ를 보면서 재미나다고 하는 게 다 그런 거와 일맥상통한다. 마블의 영화는 내게는 그런 의미다. 그러나 사람이 항상 밥만 먹고 살 순 없듯이 항상 울림이 있는 영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영화만 볼 수는 없으니 이런 말초적인 재미만 선사하는 영화도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것만 소비하면 사람이 바보가 된다. 요즈음은 TV만이 바보 상자가 아니라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게 여럿 있다.


#3

나는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경우, 원작을 보지 않는다. 나는 오직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의 경우에나 실제는 어땠는지에 대해서 찾아보고 정리하곤 한다. 그래서 <배트맨 대 슈퍼맨>이 원작에 충실한 영화인지 아닌지 모른다. 사실 충실하든 안 하든 나는 원작 그 자체에 관심이 없다. 오직 스토리 그 자체만 관심을 둘 뿐이다. 원작이 어떻다 하여 영화가 어떻다거나 원작을 이해하지 못하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원작 스토리의 묘미를 영화화하면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얘기인데, 그 원작이 만화라면 나는 그런 얘기들조차 그닥 의미있게 보지 않는다. 왜냐면 우리가 어렸을 때, 로봇 태권 V가 쎄? 마징가 Z가 쎄? 하던 수준의 얘기라 그렇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런 얘기들이 참 많다. 앞서 얘기했듯 요즈음은 TV만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게 아니란 게지.


#4

배트맨 대 슈퍼맨. 선의 대결. 왜? 궁금했다. 뭔가 있겠거니 했고. 그래서 기대를 하고 초반에는 즐겼다. 그러나 설득력이 좀 부족한 면도 있고, 극적인 순간에 엄마 이름 때문에 마음을 돌리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었고, 이후 등장하는 원더우먼과 둠스데이는 헛웃음만 나오게 만들었다. 아. 너무 큰 기대를 했나? 개실망했다.


#5

애들 영화였다. 그렇다고 재미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재미는 또 마블보다 떨어져요. 아마도 원작을 읽어본 빠들에게나 이런 장면이 있는데 그게 이런 의미야 하면서 수준 낮은 얘기만 양산될 듯 싶다. 검색을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아마 그런 애들은 이 글에 덧글 달면서 뭐라 하겠지? 분명 그럴 듯.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거 원작 보면 다 이해할 수 있는 걸 뭐 대단한 양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나는 우스울 따름이다.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깔끔하게 정리해서 글로 적은 거라면 몰라도 부분부분 그냥 툭툭 내뱉는 듯한 그런 거는 참... 한심스러울 따름.


#6

저스티스 리그. 기대를 하면 안 될 듯 싶다. 그리고 이번을 통해서 종전에 내가 가졌던 DC의 히어로물은 볼 만한 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버려야겠다. 영화 하나 하나 별개로 봐야할 듯. 요즈음 영화 많이 안 보는데 간만에 영화관에 가서 봤는데 개실망. 잭 스나이더. <왓치맨>을 연출하기도 했기에 기대했는데. 음. 실망 많이 했다. 이후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도 다 연출맡은 거 같은데. 일단 사람들 평을 보고 나서 선택해야할 듯. 


#7

원더우먼 역의 갤 가돗. 음. 섹시하다. <분노의 질주>에서도 그랬듯. 근데 내년에 <원더우먼>이 나온단다. 단독 주연의 히어로물이라 본인은 열연을 할 거라 생각되지만, 나는 안 볼 생각이다. 땡기지가 않아. 


#8

아무래도 주인공이 배트맨과 슈퍼맨이라서 그랬겠지만 벤 애플렉과 헨리 카빌만 괜찮았던 듯. 내가 좋아하는 배우 에이미 애덤스도 눈에 안 들어오고, 렉스 루터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도 눈에 안 들어온다. 이런 거 보면 지금은 고인이 된 히스 레저가 얼마나 조커 역을 잘 했는지가 잘 드러나는 듯. 같은 미친 역이라 해도 이렇게 다르다. 


#9

이 영화의 볼만한 부분은 딱 하나다. 넘사벽의 힘을 가진 슈퍼맨과 인간인 배트맨이 어떻게 싸우게? 이거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보는 것으로 족한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