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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인천상륙작전: 뻥이 좀 쎄다만 볼 만

#0
나의 3,604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7점. 8점을 줄 수도 있었지만 7점으로 준 건, 뭐 보면 알겠지만, 내용에 뻥이 심한 부분이 많아서다. 기록 영화가 아닌 상업 영화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내용 면에 있어서는 사실에 입각하면서 구성 면에 있어서 그 사실을 돋보이도록 만드는 정도 수준에서의 영화를 선호하다 보니 7점 주는 것.

#1
그래도 요즈음에는 우리나라 영화 많이 좋아진 거 같다. 소재도 다양해지고 말이다. 한 때는 한국 영화는 안 본다 했던 나였는데, 이제는 헐리우드 영화보다 오히려 한국 영화가 더 나은 듯 느껴지니 말이다. 헐리우드는 맨 만화에 나오는 얼토당토 않은 히어로들 나오니. 애어른들도 아니고 거기에 열광하는 거 자체가 그만큼 사회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금융 자본주의의 스트레스라고 바꿔 말해도 좋을 듯.

#2
실화를 기반으로 한 게 아니라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만들었다고 하니 실화는 아니었겠거니 하고 보긴 했지만, 내용만 봐도 좀 뻥이 쎄다 싶을 정도라 이게 실화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더라. 그래도 이런 문구 하나(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가 실제 사건을 찾아보게 만드는 거니, 관심 밖의 사건을 관심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이라 이런 영화는 많이 만들어질수록 나는 좋다고 본다. 

헐리우드 히어로물 보고 만화를 뒤적거리는 게 우스운 거지. 거기에 인간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뭔가가 담겨진 것도 아니고 말이지. 물론 배트맨 다크 나이트나 왓치맨은 다르다만. 나머지는 뭐 어린 시절 마징가 Z나 태권 V 수준이니. 그걸 순수하다고 해야할까 철없다고 해야할까 싶다.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나 동물과 구분되는 핵심에는 사고력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거는 쓸 생각을 안 하니 조건 반사하듯 대하는 걸 보면 동물과 다른 게 무어란 말인가.

#3
리암 니슨을 한국 영화에서 본다니. 출연료 얼마 받았는가 했는데, 21억인가 그렇단다. 근데 이 액수가 리암 니슨이 헐리우드에서 주연급 맡을 때의 1/10 정도 수준이라? 음. 역시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해야. 우리나라는 한글이란 참 잘 만든 문자가 있긴 하지만 이걸 쓰는 나라가 별로 없다보니 아무리 좋은 걸 잘 만들어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 글로벌화되기 힘든 경우가 있다. 같은 서비스라도 영어로 만들면 글로벌, 한국어로 만들면 로컬. 이런 면에서 한류는 한국어 사용자를 늘리는 거라 매우 좋은 현상이라 본다. 난 한류가 식지 않길 바란다. 충분히 한국인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민족이라 생각하기에. 물론 요즈음 보면 그렇지도 않다만.

#4
6.25 세대는 아니라 전쟁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머리 속으로만 그릴 수 밖에 없는데,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저런 상황 속이라면 나는 과연 나라를 위해 뭔가를 했을까? 물론 지금의 현실을 놓고 보면 국가라는 게 나에게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다르면 또 얘기가 틀리니. 지금 전쟁 터지면? 나는 참전하고 싶은 생각 없다. 어차피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떠날 사람이라. 윗물이 썩어빠져서 나는 비전 없다 본다.

#5
이범수. 연기는 참 잘 한다. 이범수란 배우를 첨 알게 된 영화가 <아나키스트>였는데, 그 때는 머리가 길었다. 여자들 단발 머리와 같은. 그 때는 참 못 생겼다 생각했더랬는데, 나이가 들수록 나아지는 듯. 나는 그게 더 낫다고 본다. 왜 애들도 어렸을 때는 참 이쁘다가 나이 들면서 못 나는 애가 있으면, 어렸을 때는 못난이였는데 나이 들면서 괜찮아지는 애들도 있잖아. 물론 성형을 한 애들 빼고. 요즈음은 성형을 너무 과하게 해서 싸구려들이 많은 세상이지만. 여튼 연기는 참 잘 하는 거 같다. 이번에는 북한 말이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그건 모든 배우들이 다 그랬던 거고.(개그맨 그 누구지? 걔를 시켰으면 리얼한 북한 사투리가 나왔을 듯.)

#6
그래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은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거다. 어찌보면 내가 우리나라 비전없다 하고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대한민국에 태어났기 때문이니. 가끔씩 다큐를 보는데, 최근에 북한에 대한 다큐를 보면서 음. 참 비참하다. 북한에 태어나지 않은 거 자체가 다행이라는 생각 밖에는. 북한에 태어나면 생존하기 위해(먹고 살기 위해) 싸워야 한다. 정말 불행한 거다.

#7
이제는 영화판도 달라지는 듯. 돈이 되니까 또 자금이 몰려들고, 자금이 몰리는 곳에 사람들도 몰리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천만 관객 시대 이후 내가 이렇게 한국 영화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건 올해가 처음인 듯 싶다. 이제 한국 영화 볼 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