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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부산행: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 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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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605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하도 주변에서 얘기해서 대략의 줄거리는 알고 봤다. 보통 (내 동생도 그렇던데) 스포일러를 싫어하던데 나는 그런 거 별 상관 안 한다.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 영화 중에 줄거리 비슷한 영화 대부분이다. 물론 반전이 묘미인 스릴러의 경우면 조금 얘기가 틀릴 수도 있겠지만. 여튼 재밌네. 요즈음 한국 영화 괘아네.

#1
개미핥기

최근 터진 이희진 사건 글에도 언급했듯 나는 금융업 종사자를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뭐 그렇게 따지면 오픈 마켓에 과장 광고로 현혹하는 수많은 물건 판매자들도 매한가지긴 하다만. 영화 속에서도 펀드 매니저인 공유를 마동석이 개미핥기라고 한다. 이희진도 개미핥기. 좀 많이 핥았지. 금융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자체가 사실 사기인 걸. 이희진이 때려 죽일 놈이라고 하면, 이 시스템을 만든 저 미국의 금융인들은 삼족을 멸해도 그 죄가 씻기지 않을 정도다. 

그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듯 느껴진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이런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생겨나고 현재까지 왔는지 이해는 하고 금융업에 종사하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그런 시스템 속에 놓인 인간들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일반인들은 별 생각 없이 살잖아. 먹을 수 없는 눈 앞의 당근을 보고 달려나가는 말처럼.

갑자기 떠오르는 곡이 있다. 메탈리카의 'Unforgiven'. 메탈리카 곡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거기에 이런 가사가 있다. 'This fight he cannot win'

#2
이기주의자

배우 김의성이 맡았던 이기적인 인물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고속버스 회사 상무로 나오는데, 사실 영화 속에서는 극단적인 캐릭터로 그리고 있지만, 극한 상황에서 충분히 그런 사람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런 사람의 말에 휘둘리는 주변 사람들. 어디를 가든 그런 이들이 항상 존재한다. 왜? 별 생각 없이 살 거든. 자기만 아니면 되거든. 뭐 죽음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이니 일면 이해할 수도 있다고 본다만, 그런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나는 더 신기.

이런 거와 관련하여 심리 실험들 보면 휩쓸리는 인간들 많더라고. 나는 그 심리 실험들 보면서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는데 말이지. 뭐랄까. 주체성을 가진 인간이라기 보다 남들한테 묻어가려고 하는 인간이 더 많더라는.

#3
좀비

한국에 좀비 영화가 있었나? 딱 떠오르는 영화가 없는 거 보면 못 봤던 거 같은데. 처음 본 한국 좀비 영화인데 괜찮다. 뭐랄까. 한국적인 좀비 영화라 해야 할까? 몇 해 전 나왔던 '감기'보다 나은 듯. 둘 다 재난 영화라는 공통 분모가 있어서 비교하는 거다. 찾아보니 '감기'는 개인 평점 7점이네. 딱 7점과 8점 차이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