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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들

아들은 예비 목사

風林火山 2016.09.19 10:00

#0
아들 녀석은 나가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내가 잘 놀아주지 않는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편하지가 않아서 그렇다. 자는 모습을 가끔씩 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정말 미안하단 생각 많이 든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태어나서 시련이라고 생각하는 기간이 총 5번이 있는데, 그 중에 3번은 진강이 태어나고 나서다. 마지막 시련이라 생각한다. 정말로. 물론 인생이라는 게 내 뜻대로 되진 않겠지만, 그간 난 일반적인 기준과는 다른 기준에서 살았던 거 같다.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이젠.

#1
그래서 그런지 아들은 교회를 자주 나간다. 어느 정도냐면.

새벽기도회 있으면, 그 주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새벽기도회 간다. 혼자? 혼자 갈 때도 많다.
수요예배. 항상 참석한다. 그래서 수요일이면, 내가 바래다준다.
일요일은 2부, 3부, 저녁 예배 다 듣는다. 1부는 교회 관계자들 예배라 참석하는 이들이 적은데, 진강이는 셔틀 버스가 없어서 1부는 안 가는 거.

#2
진강이는 낯가림이 없다. 그래서 혼자서도 잘 다닌다. 또래들과는 좀 다른 면이 많다. 사실 또래들과 비교해보면 떨어지는 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어떤 오해냐면, 진강이는 순수하게 한 얘기인데, 그걸 곡해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거.

여튼 그런 진강이지만 교회에서는 인기 좋다. 어른들한테 인사 잘 하지. 예배 참석 잘 하지. 찬양 좋아하지. 교회에서는 진강이 모르면 간첩일 정도다. 그냥 아는 사람만 많은 게 아니다. 그래도 내가 사는 지역 인근에서는 좀 큰 교회에 해당되는데, 당회장 목사님도 진강이는 많이 아껴주실 정도. 항상 진강이 보고 예비 목사님이라 부른단다.

지난 번에는 일요일 저녁 예배 시간에 축도를 진강이 보고 시켰단다. 헐. 축도는 예배 끝부분에서 담당 목사가 하는 건데, 그걸 진강이를 시킨 거다. 그것도 당회장 목사님이 설교하는 단상에 올라가서 말이다. ㅋ 집에서도 그렇지만 목사님 똑같이 따라하거든. 말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말이다. 게다가 쪽도 없어요. 그런 걸 모른다. 그냥 순수해.

#3
그래도 진강이가 다니는 교회는 큰 교회긴 해도 교회라고 적고 사기꾼들 집합소라 읽는 그런 교회는 아닌 듯하다. '대형 교회 목사=사기꾼'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여기는 회계 투명하게 하고 당회장 목사님 인성도 괜찮은 듯. 물론. 나는 직접적으로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이러저러한 단초들을 봤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게지. 만약 여의도 순복음 교회나 그런 데라면 절대 안 보낸다. 가서 배우는 게, 사기꾼 짓이요 아니면 사기꾼에 붙는 버러지 꼴 되기 십상인지라.

#4
상황이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진강이 아빠는? 이란 얘기도 나오기 마련이다. 진강이 어렸을 때는 진강이 데리고 잠깐 다니긴 했지만, 그건 순전히 내가 종교를 믿어서가 아니라 그래도 거기에 좋은 사람 많고 분위기는 좋다는 생각에 진강이를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게 하고 싶어서 그랬던 거였으니.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진강이 나더러 교회 다니자고 그런다. 전도하는 거.

#5
그래도 진강이는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은 듯하여 다행이다. 물론 곧 있으면 사춘기에 접어드는데, 그 때는 어떻게 될 지 모르지. 또래들 중에는 벌써 사춘기 온 애들도 있겠지만 진강이는 느려. 내가 보기에 한 2년 정도 늦는 거 같애.

#6
공부도 못 해, 운동도 못 해.(달리기도 맨날 꼴진데, 나중에 보니까 평발이야. 평발이라고 다 못 달리는 건 아니겠지만 여튼 평발이더라고.) 뭐 하나 잘 하는 거 없는 녀석이지만(내가 뭐 거의 방목하듯이 키워서) 난 별로 걱정 안 한다. 애가 어렸을 때 내가 이런 얘기하면, 다들 그랬다.

"니가 잘도 그러겠다. 애 커봐라."

그러나 진짜 그렇다. 관심이 없다고 할 정도로 방목하듯이 키운다. 다만 진강이가 좀 크면 나는 진강이랑 세계 여행 다닐 생각이다. 얘가 머리가 나쁜 건 아닌데, 공부 머리는 아닌 듯하고,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니까 많은 걸 보고 배우라고 말이다. 언젠가 세계 여행 다니면서 포스팅하는 날이 분명 올 거다. 아직은 진강이가 경험을 하면서 거기서 배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그냥 나가면 좋다 돌아다니면 좋다는 식이라 좀 더 있다 그럴 생각이다.

공부? 나도 공부라면 할 만큼 해본 사람이다. 공부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해야 하는 거다. 지가 하고 싶으면 하겠지. 시키지 않아도 말이다. 다만 공부가 다는 아니지만 넘 무식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무식한 사람 정말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아무리 이뻐도 대화하다 좀 그렇다 싶으면 정나미가 뚝 떨어지더라. 뭔 대화를 하냐고. 그냥 작업성 멘트 밖에 더 되나? 

그럴려면 책도 좀 읽고 그래야 하는데. 쩝. 그래도 뭘 보고 그러는 거는 좋아하니까 다큐나 그런 거 많이 보면 되긴 하겠지만(꼭 뭘 배울 때 암기하거나 그런 걸 공부라고 하지는 않는다.) 지가 좋아하는 것만 보니 문제. 약간 오타쿠 기질이 있다. 지 아빠를 닮았나 보다.

#7
뭐가 되든 되겠지만 글쎄. 목사라. 음. 지가 그 길을 가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닥 내키지는 않은 게 사실인지라. 아직 어리니 뭘 몰라서 그런 거겠지. 이것 저것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뭔가 분명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겠지. 한국 땅에 태어나 여느 아이들과 같이 입시 교육에 찌들어서 살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꼭 한국에 안 살아도 되잖아? 세상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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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 2016.12.14 01:31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lsk.pe.kr BlogIcon 風林火山 2016.12.14 04:51 신고 죄송한 얘기지만 덧글 보고 살짝 웃겼습니다. 한 말씀만 드릴께요. 전 기독교인 아닙니다. 그리고 종교라는 거 자체가 종교라고 명명되어 사람이 틀을 만들어 놓음으로 인해서 이미 종교가 아닌 게 되어 버린 거라 님과 같은 분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마치 군사 독재 시절에 정부의 관리 하에 놓인 언론의 방송만 보고 그게 진실이라 믿는 듯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우려스러워서 하시는 얘기인 건 알겠습니다만, 별 신경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의도만 좋게 해석해서 받아들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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