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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세기의 매치: 체스 위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러시아의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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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575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최근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경기를 하면서 많은 이슈를 낳았으니 그런 거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 재밌게 볼 수 있을 법하다. 나는 바둑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결과만 알면 됐다 하고 마는데, 바둑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그 경기 얼마나 재밌었을까 싶다. <세기의 매치>는 서양의 바둑이라 불리는(물론 바둑에 비해서는 경우의 수가 훨씬 작지만) 체스에 대한 영화다. 게다가 실화.

#1
영화 제목인 세기의 매치는 1972년 미국의 바비 피셔와 러시아(구 소련)의 보리스 스파스키의 대결을 칭한다. 바비 피셔는 미국에서는 최연소 타이틀을 갖고 있는 당시 체스 천재로 주목을 받았고, 당시 체스계의 황제로 군림했던 보리스 스파스키와 월드 챔피언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1970년대 초반이라는 걸 감안하면, 냉전 시대였기에 이 대결은 미국과 소련의 대결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겠지. 그런데 가만 보면 러시아는 챔피언을 황제라고 칭하는 듯 싶다.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를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라고 하듯이 말이다.

#2
개인적으로 이런 대결 그것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아는 가장 유명한 인물이 등장하는 거보다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 등장한다면 더욱더. <러시: 더 라이벌>이 딱 그렇다. 비록 1972년에는 바비 피셔가 보리스 스파스키를 이기지만(아마도 미국 영화다 보니 이 대결을 가장 메인으로 한 게 아닌가 싶다) 영화 말미의 자막에서도 나오듯이 그는 이후 참 안타까운 인생을 산다. 그런 거 보면 어떤 특정 영역에 뛰어나기 보다는 평범하게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들고. 뭐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도 명예와 부를 쥐었지만 일찍 죽잖아. 적당한 명예와 적당한 부에 더 오래 살 수 있는 게 더 낫다고 봐.

#3
한글 제목은 <세기의 매치>지만, 원제는 <Pawn Sacrifice>다. 졸의 희생? 그러니까 작은 걸 희생해서 큰 걸 잡는다? 뭐 그런 의미가 아닌가 싶다. 실제와 얼마나 달랐는지에 대해서 찾아보니 몇몇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실화에 충실했고, TV 인터뷰 장면이나 경기 장면 등은 당시의 영상 자료를 많이 참조한 듯 싶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마지막 한 수가 신의 한 수 뭐 그런 건 아니라고. 나는 체스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몰라. 그렇다카더라.

#4
주인공인 바비 피셔는 토비 맥과이어가 맡았는데, 이 영화 보면 토비 맥과이어 연기 꽤 잘 한다고 느낄 듯.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봤던 토비 맥과이어와는 전혀 다른 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