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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헤이리 타임캡슐: 말 그대로 타임캡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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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리에 근현대사 박물관이라고 있다. 오래 전에 아들이랑 함께 다녀왔었지. 거기는 돈 내고 볼 만해. 볼 것도 많고 말이지. 그런 데라면 내가 적극 추천한다. 근데 왜 리뷰를 안 적었냐. 그 당시에는 어딜 가나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시절이었거든. 아마 캐논 7D를 들고 다니던 시절로 기억하는데, 엄청 사진 찍어댔지. 사진이 너무 많아서 정리 못해서 못 올린 거였다. 그러나 요즈음은 사진도 잘 안 찍고 아이폰으로 그냥 찍는 경우 많고 그렇게 찍어도 글로 적는 경우도 드물다. 생각이 바뀌었어. 내가 너무 정리벽이 있다 못해 블로그에 글 적으려고 사는 듯 느껴져서 나의 체험에 집중하기로 했지.

분석적인 글이라든지 누구한테 알려주기 위한 글을 쓰는 거라면 내 얼마든지 쓴다. 내가 그런 글 안 쓴다고 해서 그런 글을 못 쓰는 건 아니니까. 그냥 편하게 끄적거리는 거지. 그것도 쓰고 싶으면 쓰고 아님 말고. 여튼 그래서 리뷰는 못했지만 근현대사 박물관은 해이리에 있는 수많은 볼 거리 중에서 빼놓지 않고 보길 바란다. 다른 데는 가성비 떨어져. 그러니까 입장료 내고 들어가면 내가 이거 보려고 입장료 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곳 많아. 돈 벌려고 작정하고 만든 듯한 데도 있는 거 같고. 돈을 버는 행위는 나쁜 게 아니지만 그렇게 영혼 없이 돈만 벌려 하는 이들을 보면 버러지라는 생각이 든다.

#1
타임캡슐

입장권이 얼마더라? 1,000원? 2,000원? 기억이 안 난다. 여튼 뮤지엄 카페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 2층이다. 바로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입구도 있긴 하던데 막아뒀더라고. 그래서 카페를 통해서 표 내고 들어가야한다.

전반적인 느낌? 딱 타임캡슐이야. 뭘 잘 정돈해두었다기 보다는 이것 저것 옛 것들을 그냥 모아다뒀다? 그런 느낌. 말 그대로 타임캡슐이란 얘기. 그래서 볼 게 그리 많지는 않지만 타임캡슐이라잖아. 틀린 말 아니지. 그리고 입장료가 그리 비싼 것도 아니고. 그러나 사실 이 정도면 카페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공개하는게 맞다고 봐. 괜히 잔대가리 굴리지 말고. 이것만 보러 들어오는 거 보다 커피 마시는 게 이문 더 많이 남을 거 같은데 말이지. 그러면 여기는 다른 카페에 비해서 차별화가 있잖아. 커피도 마실 수 있고, 구경도 할 수 있고. 나같으면 그렇게 하겠다.

#2

이거 보니 내가 어렸을 적에 본 영화 스크랩북 만들었던 게 생각나더라. 이런 식이었거든. 내가 본 영화 포스팅할 때 항상 나의 몇 번째 영화라고 표기하다 보니 이걸 평생동안 카운팅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겠지. 그래서 포스팅하면서 예전에 찍어뒀던 스크랩북 올렸거든. 확인해봐바. 

확인은 요기서

2000년도 즈음에는 내가 내 홈페이지 만들어서 DB화를 시켰고, 이후에는 엑셀로 전환했다가 지금은 구글 시트로 전환해서 관리하고 있다.

#3

이거 아는 사람이라면 내 또래라 생각하는데, 내 어릴 적에 있었고 나도 해봤었거든. 특히 뱀주사위놀이. 사실 나 어릴 적에는 이런 거 하기보다는 여름에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오징어 달구지, 겨울에는 구슬 치기를 주로 했었지. 물론 딱지 치기나 딱지 따먹기(뭐랄까 홀짝과 같이 다소 도박성이 가미된)는 기본이고, 고무 캐릭터로 캐릭터 따먹기도 있었지. 내가 가진 고무 캐릭터로 상대 고무 캐릭터를 맞춰서 내 고무 캐릭터가 얼마나 멀리 날라갔냐에 따라 상대편 캐릭터를 따먹는. 그래서 잘 굴러가는 캐릭터가 왔다였지. 내 기억으로 각시탈이 그랬던 거 같다. 캐릭터 모양새가 잘 굴러가게 만들어져서 말이다. 여튼 이거 보니 옛 생각 나더라고.

#4

무슨 모자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사장교들이 이런 모자 안 쓰나? 내 동생이 학사장교 출신이라 그랬던 거 같다. 여튼 모자가 있길래 쓰고서 한 컷. 참 못생겼재. 내 아들이지만. ㅋㅋ 그래도 아들은 나보고 그런다. 아빠는 잘 생겼다고. 잘 생겨서 그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얘는 어느 누구한테나 다 그러는 듯. 내 아들이지만 나랑 달리 여성성이 좀 다분한 게 보여.

#5

말 그대로 타임캡슐이라는 걸 보여주는 흔적. 벽에 붙여 놓은 나무 수저? 주걱? 노끈으로 묶어서 걸어뒀더라. 그래서 뭐 대단한 거 있다는 생각이야 안 하고 들어가겠지만 볼 게 많더라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옛 것들 잡동사니까지 한 데 모아뒀더라는 정도.

#6

그래도 한 켠에 교실처럼 꾸며놓긴 했더라.

#7

삐삐. 캬. 내 고딩 시절에 이게 있어야 가오가 살았지. 당시 제일 많이 쓰던 삐삐가 모토롤라였다. 왼쪽에 있는 건 이후에 나온 거고 가죽으로 싸여진 모토롤라 삐삐. 이거 정말 애들 많이 하고 다녔지. 소위 좀 논다는 애들은 대부분. 근데 나는 똑같은 게 너무 많아 싫었어. 그래서 파나소닉 삐삐를 차고 다녔지. 그리고 당시에는 나 삐삐 있다는 걸 티내기 위해서 삐삐에 있는 줄 달린 집게를 항상 주머니나 허리띠 차는 부위에 집어뒀었지. 대학교 오니 대부분 삐삐를 갖게 됐지만 나는 그 땐 또 핸드폰 들고 다녔거든. 그 당시 유행하던 게 시티폰이었는데 공중전화 부스 가까이서만 터지는. 그게 대학생들에겐 유행이었더랬지. 

내가 처음 들고 다녔던 게 삼성 애니콜 200F였거든. 항상 한 손에 쥐고 다니면 그 때는 뭔가 있어 보였던. ㅋㅋ 못 죽어도 가오. 어린 애들이 그러는 거 난 이해한다니까. 그 때는 그래. 그럴 수 밖에 없고. 그러나 나이 들면 그런 멋이 참 촌스롭고 멋이라는 생각이 안 들게 되는데 그런 걸 얘기한다고 해서 그럼 애들이 듣겠냐고. 나도 그랬는데. 그러다 나이 들면 다 그게 부질없는 거다는 거 자연스레 느끼게 돼. 요즈음 애들은 인스타로 허세 많이 떠는 듯. 시대가 달라져서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 심리 이런 거는 매한가지라고 봐.

#8

저기 다이알 비누 있네. 어렸을 적에는 저 금색 포장지의 다이알 비누 많이 봤던 거 같은데. 

#9
이렇게 얘기는 했지만 뭐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옛 추억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이 없는 건 아냐. 그러나 인근의 근현대사 박물관이 있어서 상대 비교를 했던 거지. 입장료도 고려하고 말이야. 나는 돈이 비싸다 싸다를 떠나 그에 적합한 체험을 해주느냐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 그게 가치거든. 그러나 가치라는 말을 이상하게 해석하는 이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은 비싸면 가치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더라고. 꼭 그런 게 아닌데 말이지. 내가 항상 하는 얘기 있잖아. 코카콜라에 투자하는 걸 가치투자라고 한다니까. 검정 설탕물이 무슨 가치를 만들길래. 그게 이 시대의 변질된 가치야.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가 딱 나오지 않나? 근본이 무엇인지를 잊고 사는 세상인 거 같다. 여튼 여기는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가는 게 좋을 듯. 관람 시간은 5-10분 정도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