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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한테 너무 무관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본문

일상/아들

아들한테 너무 무관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風林火山 2017.02.08 06:33

#0
중학생이 되면서 이제 아들에게 내가 가르쳐줘야할 게 있다는 생각을 갖고는 있었다. 뭘 가르치냐? 스스로 세상을 헤쳐가는 법. 그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개척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걸 꼭 이건 이렇게 해야 돼! 뭐 그런 식이 아니라 그걸 자연스레 터득하게끔 하고 싶었던 거다. 공부라는 건 꼭 성적을 올리는 행위가 아니다. 삶 그 자체가 공부니까. 그래서 아들한테도 중학생 때부터는 학교에서 주는 가정통신문 다 아빠한테 갖다 주고, 이제 진강이도 초등학교 때와 같이 하면 안 된다고 얘기를 줄곧 해왔었다. 하나씩 그래도 챙기겠다는 의미였다.

#1
충격적

근데 최근 아들을 지켜보다 보니 다소 충격적이다. 우선 공부를 못 하는 건 알고 있었다. 막연하게나마. 근데 어느 정도냐면, 꼴지다. 사실 꼴지라고 해도 나는 상관없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니까. 다만 너무 책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이해력이 딸려, 책은 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지.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내가 요즈음에나 책을 그리 읽지 않지 그런 사람은 아닌데 말이지. 여튼 좀 자세히 들여다보니 꼴지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한 수준이다. 내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초등학교 때 반에 한 명 정도는 있다. 바보 같은 애가. 근데 그런 애들이 또 순수하잖아. 그런 애가 바로 내 아들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2
2급

사실 이건 블로그에 처음 밝히는 건데, 진강이는 지적 장애 2급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내가 부정했었다. 병원에서도 몇 번 싸우기도 했었고.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얘기하면, 나는 내가 아는 지식 내에서 이런 거 아닌가요? 그걸 그렇게 해석하는 이유가 뭔가요? 식으로 말이다. 귀 뚫리고 입 뚫리면 말은 하게 되어 있고, 말이 조금 늦는다 해서 그게 문제될 건 없다는 식이었다. 조금 뒤쳐지는 거가 문제라고 하는 건 결국 현시점에서 통계적으로 수치화시켜 어떠한 기준을 만들어서 그런 것이지 그 기준에 미달한다 하여 그게 큰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나다. 그렇게 따지면 옛날 사람들 문맹인 거는 죄다 병신이게 뭐 그런 논리였지. 그래서 장애 등급 받아라는 얘기를 계속 거부해왔었다가, 몇 년 전에 결국 받기는 했는데, 3급이 나올 줄 알았더니 2급이 나오더라.

지인들 중에 애들을 키워보거나 교육시켜본 지인들은 진강이를 보고 그게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그게 나 때문에 그렇게 얘기를 하는 거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아는 지적 장애를 가진 애들과는 분명 다른 면이 있고, 일부 능력은 뛰어나기도 하기 때문에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전혀 안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 

#3
무관심?

내가 너무 그런 걸 안이하게 대처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파악해보니 진강이는 학교 수업 시간에 수업 집중하지 않는다. 딴짓하거나 잔다. 자도 선생님이 건드리지 않는 모양이다. 일반 학급에 속하긴 해도 사랑반이라는 특수 학급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인사성은 엄청 밝지. 왕따 당해도 항상 즐겁고. 나 또한 그런 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부분이었다. 어차피 사회 나오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위 아래라는 게 나이로만 생기는 게 아닌 세상인데, 또래들보다 좀 늦는다고 해도 그게 사회에 나와서도 인생에서도 항상 늦는다는 건 아니라 생각해서다.

다만 나는 아들한테 항상 이런 얘기를 했었다. 공부 못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수업 시간에는 수업에 집중해라. 안 그러면 왜 학교를 다니냐. 쉬는 시간에는 신나게 놀고, 수업 시간에는 수업에 집중해라. 그랬었는데 아들 녀석은 그냥 시간 때우는 용도로 활용했던 듯 싶다. 게다가 시험 볼 때도 모르면 모르는 대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시간 때우기다. 그러니 성적이 잘 나올 리가 없다. 다른 애들은 잘 봐야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문제랄 수도 있지만 진강이는 반대로 너무 그런 게 없어서 문제인 셈이다. 게다가 이해력도 딸린다. 또래들과 말하는 걸 비교해보면 확실히 또래들보다는 못하다는 게 느껴진다.

이 모든 게 어떻게 보면 내가 안이하게 대처하니까 진강이도 별 신경 안 쓰고 지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라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중학교 때부터는 신경 써서 챙겨야지 하는 그런 생각(그렇다고 꼭 공부를 아니 성적을 잘 받게 신경 쓰겠다는 게 아니라)을 가졌으니 신경 써야겠다. 

#4
패턴

아들보고 아침에 머리 감고 학교 가라고 한다. 근데 나중에 보면 머리 안 감고 간다. 머리에서 냄새가 나는 데도 귀찮아서 안 감는다. 밥 먹고 나면 이빨 닦아라고 한다. 나중에 닦는다고 하는데 안 닦는다. 지 멋대로다. 오늘 아이폰 6로 핸드폰 교체해주면서 같이 다니는데 머리 안 감은 거 같길래 너 오늘 아침에 머리 안 감았냐고 그랬더니, 어제 감았어 그런다. 얘는 항상 그런 식으로 대답한다. 안 감았다가 아니라 어제 감았다. 제발 감고 다녀라고 했는데 이렇게 얘기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다. 같은 걸 계속 반복만 하는. 그러다 오늘 아이폰 6 셋팅하면서 가르쳐주는데(12시가 넘어서) 입에서 냄새가 나는 거다. 썩은 내가. 요즈음 정말 화를 안 내려고 하는데 순간 돌아버리겠더라. 이빨 안 닦았냐니까 그렇단다. 

내가 화가 나는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나는 괜찮다. 내 자식이니까. 근데 진강이 또래들, 진강이 주변의 사람들은 진강이를 어떻게 볼까 싶은 거다. 공부도 못해, 운동도 못해, 그렇다고 잘 하는 게 하나 있는 것도 아냐. 근데 지저분해. 머리에 비듬 있어, 입에서는 냄새 나. 이거 뭐. 환장할 노릇이다. 뭐랄까 내 학창 시절에 바보라고 불리웠던 애들와 비슷하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걱정 없고, 항상 즐겁지만, 친구는 없고, 좀 지저분하고. 딱 그런 패턴이네. 그래서 물어봤다. 진지하게. 진강이보고 바보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냐고. 있단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걔네들 공부 잘 하는 애냐고. 그렇단다. 음...

#5
적어도 나는 학창 시절에 그러지는 않았다. 공부 잘 해도 밥맛 떨어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는 우리 동네에 바보같은 애가 하나 있었다. 이름도 기억한다. 정정수. 항상 나더라 "승거~ 승거~" 하면서 쫓아다녔던. 왜냐면 내가 잘 해줬거든. 집에 데리고 와서 밥도 먹이고. 좀 지저분하니까 여자애들이 가까이만 와도 저리 가라고 할 때, 나는 내가 대신 니가 저리 가라 하면서 입장을 대변해줬다. 중학교 때도 그런 애가 있었다. 옆에 있으면 좀 냄새가 날 정도로 지저분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지 점심 때 도시락도 못 싸오곤 하는 걸 보고 항상은 아니지만 도시락 두 개 싸서 하나 주곤 했다. 그래서 그런 지 담임이 짝궁시켜주더라. 좀 돌봐란 의미로.

내 학창 시절의 그런 기억을 떠올려보면서 내 아들이 바보 취급 당한다는 생각이 드니 아 돌아버리겠는 거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왕따를 당하는 데도 그런 거에 개의치않고 즐거운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도대체 얘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 그냥 시간 때우려고 사는 거 같다. 어떠한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목표를 갖고 뭔가를 해나간다거나 그런 것도 전혀 없다. 뭐 애들이야 다 그렇지라고 할 지는 몰라도 너무 심하니까 그런 거다. 또한 그게 반에서 1등 해라는 그런 류의 목표를 말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렇게 놔뒀다가는 정말 아들 바보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시켜서라도 할 건 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항상 그렇게 얘기해왔다. 나는 애 공부 시키고 싶은 생각 없다고. 지가 하고 싶으면 알아서 하겠지. 하겠다면 지원하지. 그런 생각이었다. 공부라는 게 시켜서 될 게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을 때 해야 그게 진정한 공부라 생각해서다. 그럴 때 지인들은 애 키워봐라. 그게 그리 되나. 그랬는데 나는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공부를 잘 하는 거랑 성적을 잘 받는 거랑은 틀리다. 무식하게 공부만 해서 성적 잘 받는 거? 나는 그런 거 원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딴 거 하게 하지. 핵심은 그거다. 스스로 하는 거. 그것이 무엇이든.

근데 진강이는 그런 면에서도 바닥이다. 아침에 학교 가는데, 어떤 옷을 입어야할 지 고민한다. 니가 입고 싶은 거 입어 했더니 그런다. 할머니가 골라줘야 한다고. 헐. 내가 왜 이런 걸 늦게 알게 되었냐면 나는 아침 시간에 보통 자고 있기도 하거니와, 중학교 들어가는 시점부터 내가 스스로 세상을 헤쳐가는 법을 가르치려고 생각하다 보니 그 전에는 그냥 알아서 하고 싶은 거 하게 놔두는 식이라서 그랬던 거 같다. 굉장히 수동적이다. 능동적인 건 교회 일이나 놀러가는 일. 그거 때문에 머리를 쓰기는 한다. 거짓말을 해가면서 말이다. 

예를 들어 중학교 배치고사 시험일이 몇일인데, 이 날이 교회 수련회와 겹친다. 진강이는 중학교 선생님한테 집에 일이 있어서 이 날 시험 못 치겠다고 하고 집에는 수련회 몇일부터 가야된다고 했다. 집에는 배치고사 언제라는 걸 얘기하지 않은 거지.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중학교 선생님이 나한테 전화가 와서다. 이때부터 사실 내가 학교에서 주는 가정통신문 그런 거 나한테 가지고 오라고 한 거다. 앞으로는 그런 것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물론 이건 거짓말은 아니지만, 거짓말 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나한테까지. 자신이 뭔가를 하고 싶은 거에 대해서는 그렇다. 잔머리 굴린다. 그래서 진담으로 하는 얘기인데도 내가 못 믿어서 재차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하도 거짓말을 잘 하니까. 부모와 자식 간에 신뢰가 없다는 느낌? 그러나 나는 그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게 그러면서 가르치거든. 진강이가 지난 번에 이런 거짓말을 했으니 이번에는 진짜인데도 아빠가 거짓말처럼 생각하잖아. 그러니까 거짓말은 하면 안 돼. 그렇게 말이다. 문제는 안 고쳐진다는 게 문제지.

#6
어제는 밤에 화를 냈다. 아. 정말 답답하더라. 그리고 애가 자고 있을 때 곰곰히 생각했다. 나는 어떤 일이든 항상 그렇다. 사람 죽는 일 외에는 해결 안 되는 일 없다. 단지 그걸 처리하는 게 귀찮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꼭 해야할 일이라면 하면 되는 거고, 다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 저러한 변화를 주면서 관찰을 해봐야겠다. 나는 그래도 아직까지 믿는 건 이 녀석은 머리가 나빠서가 그런 게 아니다. 너무 노력을 안 하고 안하무인으로 살아서다. 하기 싫은 거에 뭔가 재미를 줄 수 있게 하면서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성취감 같은 거)를 느껴보게 만들고, 그러면서 하면 된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야겠다. 물론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건 그 다음에 가르쳐줘야 하는 거겠지만.

#7
이런 생각도 했다. 돈 많이 벌어둬야겠네 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나 없는 세상에 혼자 세상을 헤쳐나갈 진강이를 생각해서 돈은 많이 벌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나는 원래 20살 되면 목돈 주고 이제 니가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키우려고 했는데, 어떻게 될 지는 모르니 일단은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게지. 그러나 일단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믿는 바대로, 내가 지금껏 보면서 느꼈던 바대로, 하면 된다는 걸 증명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아들 교육 좀 시켜야겠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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