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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마스터: 영화 속 대리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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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633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9점. 언제부턴가 그랬다. 한국 영화가 괜찮아지기 시작했다고. 아마 어느 영화의 리뷰에서 언급했던 거 같은데, 그 전에는 한국 영화는 쳐다보지도 않았었거든. 유치하고 뻔하다 생각해서. 그런데 요즈음에는 오히려 한국 영화가 더 기다려진다. 왜냐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대부분 만화 주인공 등장하는 히어로물이잖아. 

#1
나는 이런 류의 영화 좋아한다. 일단 재밌다. 게다가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다분히 갖고 있다. 어거지로 끼워맞춰보면 이병헌이 맡았던 진회장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모델로 했다고 봐도 될 듯. 현실에서는 그러하지 않으니 영화 속에서라도 이렇게 통쾌한 결말이 나길 바라는 건 나 뿐만은 아닐 거라 본다. 여러 모로 만족. 그래서 후한 평점 9점을 준 거다.

#2
이병헌. 이러 저러한 얘기를 많이 들은 터라 나는 인간적으로는 정말 최하로 평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연기 만큼은 정말 잘 한다. 소름 돋을 정도로.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 할 수 있는지. 그러나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거 하나로 모든 걸 커버하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또 그의 팬이라는 이유로 과실을 두둔하는 거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이다. 연기 잘 하는 거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마스터>에서는 정말 정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을 정도다.

#3
가끔씩 영화보다 보면 명분을 중시하고 정의 구현을 하는 검사가 나오긴 한다. 비단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분명 있으리라. 그러나 진급이 안 되는 등 여러 불이익을 받겠지. 그런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가치를 지켜나간다는 거 쉬운 일 아니다. 나는 절대 안 그럴 거야 라고 해도 100에 99는 그렇게 할 거라 나는 생각한다. 그러는 너는? 글쎄. 나도 장담은 못 하겠다. 조직 속의 개인은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고로 나 같은 사람은 떠나야 한다. 조직에 몸을 담고 굽신거리며 살 수가 없어. 그런 생각을 한다 해도 법대 나와 사법 고시 패스하면 할 수 있는 게, 판사, 검사, 변호사 외에 뭐가 있을까. 물론 사업적 기질이 좋아 사업을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건 쉽지 않아. 왜 내가 지금껏 해온 게 있는데 그걸 다 포기하고 한다? 쉽지 않지. 그럼 때려치우고 나오면 변호사가 된다는 얘긴데, 물론 그 속에서도 성취감을 맛보면서 살 순 있겠지. 허나 드러운 짓거리 일삼아서 소위 말하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들과 비교가 되면 자신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그게 사람이야. 그러면서 잘 극복하면 더 강해지게 되는 거지만 쉽진 않지. 

#4
영화라서 가능하지만 또 영화이기에 그렇게 결말이 나야 되지 않겠냐 싶다. 수많은 차량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죽 서있다가 의원들 체포하러 가는 모습은 정말 실제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일 정도였다. 

#5
2시간 23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짜임새 있게 스토리를 전개시켜서 아마 어지간해서는 재밌다라는 평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6
근데 리뷰 적다가 그 생각이 드네. 세월호 사건의 유병언. 사체가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난 안 믿어. 분명 어딘가 살아서 조용히 지내고 있을 거야. 나는 그렇게 봐. 왜냐면 지금 정권이 누구 손에 있느뇨. 게다가 세월호 사건에는 국정원도 개입이 되어 있잖아. 사실 국정농단 사태 터지면서 아직 반 밖에 안 나왔네 싶었다. 나머지 반이 나오려면 국정원, 이명박까지 가야 한다 봤거든. 근데 그래도 점점 그 쪽으로 가고 있다니 참 세상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지. 난 절대 안 변할 거라 생각했거든. 다만 우려스러운 게 이 때만 그랬다가 또 똑같아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거지. 여튼 영화는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