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확률을 계산하지만, 승부사는 천재의 판단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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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패신저스: SF를 가장한 로맨스

風林火山 2017.03.08 07:30

#0
나의 3,637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7점. 예고편을 보면 뭔가 있을 SF 영화란 생각이 들지만, 보고 나면 로맨스 영화다. 그래서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예고편이 그렇게 보인다는 게지. 

#1
윤리적인 문제

개인적으로는 그리 나쁘게 보지는 않았지만 윤리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그걸 이기적이라고 봐야 할까? 충분히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만 대부분 이런 걸 보고 나면 그건 잘못된 거라고 얘기하기 쉽다. 왜냐면 1인칭, 2인칭 시점이 아니라 3인칭 시점이거든. 3인칭 시점에서는 그렇게 돼. 물론 2인칭 시점에서도 그렇게 평하게 되지. 오직 1인칭 시점에서만 괜찮으니 전체적으로 그렇게 평하기 마련이라 본다.

그러나 내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과연 나는 혼자서 외로움을 이겨내고 지낼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많은 사회 실험에서도 나는 절대 안 그래 하지만 어떤 특정한 상황에 보이면, 자기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그렇게 하는 경우 많거든. 내가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을 때, 나는 어떨까? 나도 주인공과 같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어줍잖게 속내를 바텐더 로봇에게 얘기를 하지는 않았을 거다. 또한 상대에게도 철저히 비밀로 했을 거다. 세상에는 알아서 좋은 게 있는 반면에 몰라서 좋은 것도 있다. 특히 남녀관계에서는. 나는 그런 걸 많이 겪어봐서 그런지 차라리 내가 몰랐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곤 했거든.

내가 워낙 디테일하다 보니 속이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모르는 척 하지만 나는 알고 있거든. 그런 생각으로 상대를 보게 되면 상대의 거짓말이나 거짓 행동이 가끔씩 화나게 만들기도 하지.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일 수 있다는. 

#2
둘만의 삶

어떻게 보면 저렇게 사는 것도 하나의 행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인간이란 동물은 인간 속에 있을 때 인간다울 수 있는 거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잖아. 게다가 인간 속 그러니까 사회라는 경험을 해본 인간 둘이니 또 얘기가 틀리지. 아담과 이브처럼 둘만 존재하는 세상에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다면 얼핏 생각하기에 둘만 행복하게 산다면 그 또한 나쁘진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해. 물론 지루하겠지.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도 어찌보면 지루함의 연속일 수도 있잖아. 그러니 매한가지라고 봐. 

비록 내 인생에 남이 침해를 하여 완전히 뒤바뀐 인생이 되긴 했지만, 영화 속의 그려진 그런 특수한 상황 속에서 상대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게 또 인간이기도 하고,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사랑을 싹틔웠으니 뒤바뀐 인생이라 해서 그게 꼭 나쁘다고 나는 생각치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 삶이 아니라 타인의 선택에 의해 어떤 제한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점 하나가 걸리긴 하지만,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그런 거에 집착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으니 영화 속에 그려진 것처럼 그렇게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근데 한 가지 드는 의문은 왜 애는 안 낳았대? 물론 자기네들이 죽고 나면 애 혼자 남게 되니 그런 거다? 그러면 둘을 낳으면 외롭지는 않잖아. 게다가 자기네들이 죽고 나서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도 깨어나잖아. 나름 잠든 인간들이 깨어날 때를 계산해보고 애들 교육을 잘 시키면 될 문제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3
개인적으로 영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뭔가 있을 SF 영화라는 생각에 큰 기대를 하지만 않는다면.

2 Comments
  • 흠냐리 2017.03.11 04:01 신고 당구 개인큐를 찾다가 여기까지 파도를 타고 왔네요...어지간해선 글을 잘 안남기는 스탈인데...
    기타 가족사등 글을 읽다보니 저랑 비슷한 면이 많아 끄적여 봅니다.
    뚜렷한 소신! 항상 건승하세요...언젠가 소주 한잔 같이 하고 싶은 분이네요~
  • Favicon of http://lsk.pe.kr BlogIcon 風林火山 2017.03.11 04:47 신고 말씀 감사합니다. 여러 고민이 많은 요즈음 사소한 덧글 하나가 힘이 되기도 하는군요. 뚜렷한 소신이라. 요즈음은 제가 제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참 바보스럽고, 한심하고 그러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 정신이 바짝 드네요. 나 그랬던 놈이었는데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말 한 마디에 이럴 수 있다는 게 참. 여튼 고맙습니다.

    제가 술은 잘 못합니다. 당구 개인큐를 찾다 들리셨다니 기회 되면 당구장에서 뵙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요즈음은 사람과 대화하는 게 그리운 때이긴 합니다. 워낙 혼자 있다 보니 말이죠. 기회 만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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