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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아웃사이더 그만, 이제 메이저로 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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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거 같다. 그러나 이제는 그만하련다. 여러 이유가 있긴 하지만, 확실히 요즈음은 급변하는 만큼 실행 속도가 중요한 듯 싶다. 어릴 적에는 어차피 겪을 거라면 빨리 겪자는 생각에 실행력이 강했는데, 나이가 드니 생각만 많아지는 듯하다. 내 스스로는 보이는 게 많아서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위안삼아 보지만, 최근 스스로에 대해서 많이 돌아보는 시간을 참 오래 가져보니 그것만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물론 내가 에고가 강해서 이런 때가 있다. 내 인생을 보건대, 이런 순간이 오면 2년을 죽 쑤고 지내더라고. 벌써 몇 번이 반복되었는지 되짚어 보니 이번이 4번째였네. 그것만 해도 8년이란 시간이다. 어떻게 보면 8년이란 시간을 허비한 듯 보이나 결코 인생에서 후퇴란 없다. 후퇴한 듯 보일 뿐이지. 근데 이번에는 나이도 나이인만큼 고뇌의 깊이가 좀 남달랐던 거 같다. 나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고 말이지. 

#2
아마도 내 인생 주기 상으로도 그렇고 올해는 뭔가 달라지긴 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때가 됐다는 느낌? 그리고 최근에 바뀐 거 하나라면, 이제는 투자 받아서 제대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사실 최근까지 했던 내 일은 내가 평생 하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어. 사실 그런 거 하려고 내가 태어났나 하는 생각도 강했고 말이지. 그렇게 홈페이지를 만들자고 했던 걸 거부했던 이유도 내가 그런 일 한다는 거 자체가 쪽팔린다는 생각이 강해서였거든.

#3
작년부터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구상해둔 사업 모델이 몇 개 있다. 내가 보기에 이건 글로벌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네, 이건 끽 해봐야 시간차 공격 밖에 안 되네 하는 그런 모델은 애시당초 내가 구상하지를 않는다. 사실 현재 잘 나가는 서비스들 중에 그런 모델 엄청나게 많다. 특히 O2O 모델같은 경우에서 그게 심한 편이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나오질 않는데. 영어권 서비스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만 나는 그렇게 생각치 않아.

#4
그 중에 하나는 구체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적었고, 이제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를 받으려고 한다. 슬슬 움직여야지.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투자자들의 구미에 맞지는 않다. 그래서 많이 만나봐야 하는 거고. 그런 거야 뭐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바니까. 거절당했다고 해서 기 죽을 필요 없다. 주식 투자로 돈 맛을 본 사람이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고, 부동산 투자로 돈 맛을 본 사람이 주식에 투자하지 않듯 VC도 자기 구미에 맞는 아이템이 있기 마련이다.

그게 단순히 구미에 맞냐 안 맞냐의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그네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있기 때문인지라. 여튼 그런 사정을 내가 모르는 게 아니기에 투자받으려고 어떻게 해서든 구색을 갖추고 그네들 구미에 맞는 얘기할 생각 없다. 내가 밑도 끝도 없이 경험 없는 스타트업을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내가 생각한 바대로 충실히 전달하고 거절당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는 거다. 어차피 나랑 맞는 VC를 만나야 하는 거니까.

#5
공교롭게도 구체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적은 거는 국내 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업체에서 내 비즈니스 모델과 비슷한 게 보이네. 아주 최근에 말이지. 나는 작년에 구상해서 만들고 있었던 거였는데, 작년에 멘붕 와서 한동안(좀 오래) 쉬었던 시간이 아깝긴 하다. 그래도 그네들도 그렇게 서비스 준비하기 위해서는 작년에 구상했다는 거 아니겠냐고. 비슷한 시기였던 듯 싶은데, 확실히 똑똑하네. 그래도 그 업체 CEO 똑똑하다 인정하는 사람이니 뭐. 

그러나 내부 구현이나 비즈니스 로직은 다를 거라고 본다. 이렇게 장담하는 이유는 내가 내 모델이 더 낫다는 걸 피력하려고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이라는 게 생각하는 데에 있어서 경험의 폭만큼 하게 되어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에는 아예 생각조차 못하게 되기 쉽거든. 내 일일이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럴 거라고 봐. 그건 최근 작년부터 내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시키는 과정 중에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이라면 알 거라고 본다. 그리고 모든 건 결과가 증명해주겠지.

#6
작년부터 구상한 사업 아이템이 5개 정도 된다. 사업 아이템 구상이야 얼마든지 하겠지만 나는 사업 아이템 구상할 때, 이거 하면 돈 되겠다 해서 만드는 식은 아니다. 사회적 의미도 고려하고, 수익 모델도 확실해야 하고, 서비스가 잘 되었을 경우,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가 같은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내가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 뭔지, 또한 서비스가 잘 되었을 경우 글로벌하게 커질 수 있는지까지 다 따져본다.

그 중에 투자를 가장 받기 수월한 아이템을 사업계획서로 적은 게 아니다. 비즈니스도 타이밍이 있기 때문에(이 타이밍이라는 게 치고 빠지는 식의 타이밍 말고, 시장의 성숙도에 따라 나올 만한 타이밍이라는 의미에서) 이제는 나와줘야할 거라 생각해서 사업계획서를 적은 건데, 최근에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하고서는 역시 이제 나올 만한 타이밍이 된 게 맞군 하는 생각을 했더랬지.

물론 한동안 내가 그런 사업 구상을 전혀 안 했지. 그냥 먹고 사는 데에 지장이 없으니 거기에 만족하고 살았던 듯 싶기도 하고. 그러나 그렇게 하니까 또 힘들어지는 거고, 힘들어지니 또 머리를 굴리는 거 아니겠냐고. 그래서 위기는 기회라는 말인 거다. 힘들어도 그 또한 즐길 만한 이유는 거기에 있는 거지. 물론 힘든 때는 별의별 생각 다 하게 마련이긴 하지만 그런 순간 잘 견뎌내면 또 뭔가 하게 되어 있어. 결핍이 뭔가를 만들거든.

#6
투자가 쉬울까? 누가 쉽다고 그러든. 결코 쉽지 않다. 내가 경험해본 거 중에서 두 번째로 힘든 일.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3개월 동안 20군데 만나보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면 언젠가 길이 열린다. 너무 맘 편하게 생각하는 건가? 아니 내 경험상 그렇다는 걸 누가 뭐래. 그렇다고 노력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게다가 내가 설득력 있게 뭔가를 얘기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내 사업 아이템이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면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냐고.

자신있다? 아니 자신이 뭔가를 하는 데에 자신이 없으면 그거 하지 말아야지. 왜 하나? 게다가 나처럼 국내 서비스 보잘 것 없다고 떠드는 그런 사람이 이제 똑같은 입장에서 투자받겠다고 한다면 뭔가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냐고. 그렇다고 내가 뭐 인맥이 빠방한 것도 아니고 말이지. 오직 하나. 내가 사업 아이템이 남다르다면 길은 생기게 마련이다는 믿음 하나로 이러는 건데. 남들이 뭐라 하든 난 포기 안 한다. 그리고 해낼 거다. 그건 보면 알 거 아니냐고.

#7
한동안 내 스스로가 참 한심하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살았던 거 같다. 그러나 나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곤 하지. 내공이 있는 사람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뭔가 터뜨리게 되어 있다고. 이건 나를 두고 하는 표현이 아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지는 때가 되면 결과로 나오겠지 하는 생각의 표현이고, 내가 다른 사람을 볼 때 그렇게 본단 얘기. 지금 잘 나가냐 아니냐로 나는 안 본다니까. 물론 나보다 어리면 좀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그건 내가 잘못한 거고.

#8
여튼 이제 아웃사이더로의 삶은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