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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싱글라이더: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들

風林火山 2017.05.07 17:30

#0
최근 왓챠로 영화 정리하면서 <싱글라이더> 몇 번째 본 영화인지 카운팅이 안 된다. 평점은 8점. 인간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배우 이병헌이 주연인데 정말 이병헌은 연기 하나 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 수많은 배우들이 뜨고 나서는 연기가 고착화되는 경우를 많이 봤었다. 그런데 이병헌은 안 그래. 이런 게 진정한 메소드 연기라고 본다. 아무리 싫어한다 해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1
영화 도입 부에 시 한 편이 나온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

이게 이 영화의 주제다.

#2
마치 공기처럼 아무리 소중해도 그 소중함을 망각해버리기 쉽듯, 우리네 인생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생각도 많이 변하기 마련이다. 물론 본질 그러니까 타고난 기질이나 이런 게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각이 많이 바뀌면서 그런 기질을 잘 드러내지 않게 되는 거지. 먹고 살기 위해? 아님 꿈을 위해? 일만 쫓아 살다 보면 정작 가족은 뒷전이기 마련.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 즈음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기간이 길든 짧든 말이다. 바로 그걸 아주 잔잔하게 잘 그려내고 있는데 이러면 또 재미가 없을 수 있겠지?

#3
물론 아무리 잔잔한 스토리라도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지. 근데 이 영화 난 이런 영화인 줄 전혀 모르고 봤는데, 좀 특이한 부분이 있긴 하다. 그러나 얘기는 못 하겠어. 왜? 내용적인 부분이라서. 반전이 있는데 전혀 눈치를 난 못 챘거든. 왜냐면 반전이 있는 지조차 몰랐으니까. 그래서 이 영화는 살짝 임팩트가 있긴 해. 적어도 나에겐. 어지간한 반전 영화도 패턴이 많이 보여서 식상해 하는 나인데. 그렇다고 이 반전이 다른 영화에서는 전혀 못 보던 독특한 패턴인 건 아냐. 그러나 전혀 그런 반전이 있을 거라 예상치 못해서 그런 거지. 그런 재미도 있더라~ 뭐 그런.

#4
인생 반 정도(?) 살면서 느낀 바, 가족이 가장 소중하더라. 근데 그 소중한 가족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게 참 아이러니지. 그러나 돈을 무조건 많이 벌려고 하기 보다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 추억을 만드는 시간도 충분히 가져가면서 돈을 버는 게 현명하다 본다. 뭐 일을 할 때 열정을 쏟아부어야 된다 맞는 말이지만 할 때 열정을 쏟아 붓고 거기에만 매달려서 한다고 될 게 안 되게 안 될 게 되고 그러진 않아. 나이 드니까 그런 여유로움(?)을 갖게 되더라고. 물론 이룩해놓은 거 하나 없는 이의 얘기다만. 쩝.

#5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면 포르쉐를 끌고 다니고, 좋은 집에 살며, 와이프와 자식은 외국 유학을 보낸 기러기 아빠다. 뭐 남부러울 거 없겠고만 하는 생각이 들진 모르겠지만 내 세상 살면서 겪어본 바 돈 많다고 고민 없는 거 아니고, 돈 많다고 본인이 돈 많다 생각하는 이 하나 못 봤다. 다 그렇더라. 10만원 짜리 옷이 아니라 1,000만원 짜리 옷 사입다고 사람 머리 속의 고민 거리가 줄어드는 거 아니거든. 쇼핑해서 스트레스 푼다고 해서 그게 액수에 비례해서 스트레스 풀리는 게 아니니까. 물론 물욕이 있는 이라고 하면 물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을 거니 얘기가 틀리겠지. 그런 이들은 내 기준에서는 인간이라기 보다는 좀 동물에 가까운 이들이라 열외.

#6
같은 주제의 영화들 많지만 볼 때마다 항상 반성하게 만드는 거 같네 그려. 뭐 내 스스로는 아무리 잘 한다 해도 사람이라는 게 만족감을 못 느끼는 동물인지라 그렇다고도 생각은 하지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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