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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견아랑: 20년이 넘어 다시 본 영화 본문

문화/영화

우견아랑: 20년이 넘어 다시 본 영화

風林火山 2017.09.25 07:30

#0
1989년작 <우견아랑>을 처음 본 건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93년이다. 내가 <우견아랑>을 남달리 생각하는 건, 나를 울린 최초의 영화였기 때문. 물론 지금은 영화보면서 잘 운다. 물론 혼자 보니까 그런 거지 다른 사람과 함께라거나 영화관에서 보면 절대 울지 않는다.

#1
24년만이다. 24년만에 다시 본 <우견아랑>. 역시나 슬프다. 엔딩 씬에 나오는 OST는 왜 그리도 구슬프게 들리는지. 24년 전 어렸을 때도 슬프긴 했지만, 나이 든 지금에서 보니 뭐랄까. 감회가 새롭다. 엄마 없이 아들과 함께 사는 아빠. 처지가 같아서일까? 만약 같은 상황이라면, 내 아들은 아마 엄마를 선택할 듯 싶다. 왜냐면 아들은 재미난 거 좋아하니까. 대신 매일 전화하겠지. 보고 싶다고. 지금도 매일 전화하고, 내가 어디에 가 있으면 보고 싶다고 그러는 녀석이니.

#2
내 아들은 엄마를 미워한다. 물론 말이 그렇지 기실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알고 있다. 다만 그 이유가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카톡을 해도 묵묵부답이기 때문에 그렇다. 예전에는 엄마가 밉다고 그러면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고 했지만 요즈음은 그런 소리도 잘 안 한다.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거 같아서 말이다. 나를 보기 싫어하는 거라면 내 충분히 이해해도 자식한테까지 매정한 걸 보면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런데 이번에 <우견아랑>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차라리 그렇게 대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안 보면 몰라도 보면 자꾸 보고 싶어지고 같이 있고 싶어할 거니까. 지금은 나도 전 와이프랑 일체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지만, 일전에 연락하고 지내던 시절에 물어본 적도 있었다. 왜 그러는 건지. 그 때 했던 얘기가 사실 그거였거든. 지금은 이해가 간다. 애도 힘들고, 전 와이프도 힘들어질 거니까 그런 거라는 걸.

그런다 하더라도 아들이 크면 분명 만나기도 하겠지. 애엄마도 다 커서 보자고 했다고 하니. 그러나 과연 그럴 지에 대해서는 그 때 가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지금 그러는 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는 죽으나 사나, 거지처럼 살아도 자식과 부모는 떨어져서 사는 거 아니다는 생각인지라. 무엇이 옳다 그르다는 건 없다. 다만 자신이 믿는 바대로 행할 뿐.

가끔씩 애엄마도 아들 보고 싶을 때가 있겠지. 나야 그래도 항상 자기 전에 아들한테 뽀뽀하고 아들 껴안고 자기라도 하니 그런 생각이 안 들지만. 그런 거 생각해보면 그래도 내가 덜 고통받는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마 안 본 지가 꽤 되었으니 지금 보면 많이 놀랄 듯. 키는 160이 조금 안 되고, 고추에 털도 나고, 얼굴에 여드름도 나고, 손가락, 발가락은 나랑 비슷하거든.

#3
오랜만에 전 와이프 카톡 프로필 확인하니까 그래도 잘 살고 있는 거 같다. 예전부터 항상 하던 얘기가 자기는 원래 독신주의자였다 했는데(그렇다고 남자를 사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결혼은 안 한다는) 계속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잘 살기를 바란다. 적어도 아들을 보게 되었을 때, 힘든 상황 속에서 만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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