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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역시 홍상수스럽다

風林火山 2017.10.07 07:30

#0
나의 3,793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4점. 내가 본 홍상수 감독의 5번째 작품. 내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왓챠에서 평점이 꽤 높기 때문. (요즈음은 네이버 평점보다는 왓챠 평점을 주로 본다.) 사람마다 영화 감상은 틀리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평하자면, 제목에서 밝힌 바와 같이 홍상수스럽다. 역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나랑 안 맞아. 

아래에는 스포일러도 있음

#1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봐도 영화가 이해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 그렇지 않다. 다 보고 나서 이거 뭐지? 하면서 생각해보고 정리해봐야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근데 그 얘기하고자 하는 바도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고 영 맘에 안 들어.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좋은 평점의 수작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렇지 않았던 영화라 비추한다.

#2
민정이란 캐릭터(이유영 분)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또라이다. 자신을 아는 이가 자신을 알아보면 "저 아세요?" 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또라이다. 캐릭터 설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이 영화가 판타지는 아니잖아. 게다가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면서 알던 사람을 만나 술 한 잔 하고 남친 집에 와서 술 마시지 말라고 화내고 큰 소리 치는 남친한테 자신은 그런 적 없다고 정색한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 한다. 또라이 맞다.

#3
이 영화에서 핵심은 민정이란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는 건데, 이해를 한다고 해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나는 공감이 안 된다. 한 사람을 알면 얼마나 알까? 항상 만나면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만나라. 뭐 그런 얘기 아니겠어?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서 민정이란 캐릭터를 그렇게 또라이로 만들었던 게지. 근데 말이오. 홍상수 양반. 항상 만날 때 처음 만난 것처럼 만날 수 있는 게 인간이겠소. 우리가 왜 과거를 반성하고 역사를 공부하는 지 당신은 모르는 모양이오.

#4
게다가 이 영화를 보다 보면 홍상수 감독이 처한 상황에 대한 변명(?)을 하는 듯 보이는 면도 다분히 있어서 영 보기가 싫더라고. 이는 마치 공지영 작가가 '즐거운 나의 집'이란 책으로 3번의 이혼을 변명하는 듯 보인 거랑 매한가지라는 거. 영화는 영화로만 봐라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의 생각이 투영이 될 수 밖에 없는 한계성을 또 갖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인지해야만 할 터.

부부가 0촌인 거는 피 한 방울 안 섞이고 헤어지면 남남이기 때문이긴 하지만 자식은 1촌이다. 내막이야 잘 모르지만 나이 자신 양반이 어줍잖은 사랑 타령하면서 자식들까지 내팽개친 거라면 유교 문화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하더라도 지탄받아 마땅한 법이다. 그딴 식으로 살 거 같으면 어느 누구든 결혼 생활하다 바람나면 가정 내팽개치고 새로이 가정을 꾸렸다가 또 바람나면 새로이 가정 꾸려야할 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이 영화 결코 곱게 볼 수는 없을 듯 싶다. 

#5
이 영화 보면서 경험적으로 갖고 있는 나만의 원칙이 하나 떠오른다. 술 좋아하는 여자는 사귀지 않는다는 것. 왜냐면 언젠가 사고 터질 잠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남자를 못 믿어서인데, 그런 걸 얘기해도 남자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술 취하도록 마시는 건 결국 스스로도 뭔가의 일탈을 바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여자 안 만나는 거다. 내 경험상 술 좋아하는 여자치고 안 그런 경우가 드물더라.

물론 여자들끼리 있을 때만 취한다거나, 남자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는 취하면 자리를 떠날 줄 알거나, 남친을 부른다거나, 남친 있는 자리에서만 취하도록 마실 줄 아는 멋을 가진 여자도 더러 있긴 하지만 드물다. 그래서 술 좋아하면 나는 그런 거 일부러 술자리 만들어서 테스트해보기도 한다. 영화 속 민정이란 캐릭터를 보니 떠오르더라고. 항상 나중에 하는 변명이 있긴 하지. 술 때문에.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술 좋아하는 여자는 No. No.

그래서 민정이란 캐릭터를 사랑하는 영수란 캐릭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믿느냐? 아니면 내 주변 지인들의 말을 믿느냐?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과연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정말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인지가 중요한 거 아니겠냐고. 어찌 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믿어줘야 하는 게 맞다고도 생각하겠지만 생각이 짧은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6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고 하면 안 볼 생각이다. 나랑 영 안 맞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방식 또한 역시 홍상수스럽다. 말로 모든 걸 다 풀어내려고 하는 사자 느낌이 강해. 남들이 뭐라 해도 나는 그렇게 봐. 다음 영상 보면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 지 알 듯.

https://www.youtube.com/watch?v=JBwxNZiw7XM

#7
그나저나 김주혁과 이유영은 이 영화에서 만나 열애를 하게 되었다는데. 김주혁. 리스펙! 17살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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