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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지렁이: 다루는 소재의 묵직함에 비해 결말이 아쉽

風林火山 2017.11.13 17:30

#0
나의 3,757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7점. 다루는 소재는 <도가니>와 같은 사회 고발성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 흥행하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일단 실화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갖게 만드는 뭔가가 부족했다고 보고, 이를 주연 배우들의 이름값으로 메우지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실화가 아니라고 해도 공감하지 못할 얘기는 아니라 생각하고, 우리나라 명배우들 자주 출연하는 영화가 늘어날수록 일률적인 연기 패턴 보이는 걸 싫어하기에 상관없었다만, 결말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1
뭐가 아쉽냐면, 너무 비현실적이다. 사실 힘 없는 이가 복수를 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는 않기에 영화에서처럼 극단적일 수는 있겠지만, 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거가 비현실적이라는 게 아니라(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 과정이 좀 비현실적이라서 그렇다. 오히려 극중 캐릭터 하나를 더 만들어서 복수를 해도 좀 더 다른 방법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 더 낫지 않았나 싶다. 요즈음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말이지. 결국 각본에까지 참여한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지 않나 싶다.

#2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싶기도 하지만 워낙 별의별 사건이 다 벌어지는 세상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만 해도 돌림빵은 심심찮게 듣곤 했지만 그건 소위 막 나가는 애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지 착실한(?) 학생들에게 생기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적어도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집안을 따지지는 않았다. 뭐 우리나라 제 2의 도시 부산이라 하더라도 서울과는 달라서 그런 지 다 사는 게 거기서 거기였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아들이 학교 입학할 때 생각했던 게 그런 거 따지는 부모나 학교라면 내가 한 번 뒤집는다는 생각은 했었더랬지. 일산이라서 그런 지 다들 좋은 선생님과 학부모들이라 다행일 따름. 아. 아들 초등학교 때 교감 선생은 뭐 같긴 하더라. 그래서 한바탕 하긴 했다만. 

그러나 이리 저리 들어보면 서울 일부 지역이나 분당 정도만 해도 그런 거 따지는 경우를 심심찮게 들으니 참 세상 뭐같다는 생각 많이 든다. 그런 걸 보면 <지렁이>가 다루는 얘기가 결코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는 없고, 그렇기에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다고 할 수도 있을 듯.

#3
김정균. 내가 챙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하나인 <불타는 청춘>에 나와서 이거 보는 사람이라면 익숙하리라 보지만 뭐 나 정도 나이 되면 다 아는 배우다. 내 기억하기로 김정균이란 배우가 <지렁이>에서 말고도 뇌성마비 역할을 맡았던 드라마? 영화?가 있었던 걸로 안다. 그래서 그런 지 이번에도 뇌성마비 역할 연기는 잘 하더라. 

나도 끼가 있는 편이라 연기를 전혀 못하지는 않는데, 뇌성마비 연기도 했던 적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 연기 때문에 세계사 선생님은 나를 뇌성마비 장애우로 알고 있었더랬지. 지난 얘기지만 참 그 때는 별의별 또라이 같은 짓 많이 했던 시절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연기는 연극이나 영화에서 하는 연기가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그렇게 연기를 했다는 의미다.

#4
나도 중 고등학교 거치면서 괴롭힘을 당해보기도 하고, 깡패를 만나보기도 했던 터라 그 나이 대에 그런 경험에 처하게 될 때의 심리를 모르는 바 아니다. 또한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좀 놀던 시절도 있었던 지라 그 나이 대에 반대 입장에 있는 아이들의 심리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내 아들이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가질 지 뻔히 알기 때문에 항상 어릴 때부터 혹시라도 그런 일 있으면 아빠한테 얘기하라고 한다. 그럼 아빠가 혼내준다고. 그러니까 아빠가 아들에게 빽 그러니까 괴롭히는 친구들보다 더 쎈 사람이 되면 되는 거거든. 그래야 얘기를 한다. 안 그러면 얘기 자체를 안 하니까.

그런데 내 아들은 조금 따를 당하기는 해도 그런 거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좀 순박하다 해야 하나. 친구들한테 아는 척 하는데, 친구들은 생까고. 그런 걸 본 할머니는 뭐라 하려고 하는데 아들은 놔두라고, 쟤네들은 원래 저렇다고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대하니. 물론 간혹 아들을 이용하는 애들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글쎄 아들은 순박해서 그런 지 그런 생각조차 안 하는 듯 싶다. 여튼 또래들과는 좀 많이 다른 아들이라 중, 고등학교 거치면서 남자라면 겪게 될 일들을 겪지는 않을 듯 싶지만 자식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지렁이>에서 다루는 내용을 보면 참 화가 많이 날 수 밖에.

#5
영화적 재미는 떨어지지만, 분명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런 경험을 현재 진행형으로 하고 있는 애들도 분명 있으리라 본다. 문제는 그런 일이 있어도 부모는 알기 힘든 경우들이 많다는 것. 그러나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게 아이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부모들의 문제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역시나 잘못된 이들은 그 자식들까지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그래서 내가 항상 하는 얘기가 있지 씨가 더러우면 씨를 말려야 된다고. 아마 영화 속 그런 집안의 대부분은 일제 치하에 매국노 행세를 한 이들 많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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