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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제너럴(1926): 내가 본 첫 버스터 키튼의 무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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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761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9점. 제목이 그러해서 나는 전쟁 영화인 줄 알았다.(제너럴=장군) 막상 보니 미국의 남북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전쟁 영화는 아니더라. 그럼 제너럴이란 제목은 왜? 기관사인 주인공이 아끼는 기관차 이름이 제너럴이었다는.

#1
무성 영화는 무성 영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배우들의 표정과 행동으로 상황을 이해해야 하지만(가끔씩 소리 없는 자막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해가 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걸 보면 왜 외국인과 대화할 때 바디 랭귀지만 잘 하면 대화가 되는 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물론 깊은 대화는 못 한다고 할 지라도 일상적인 대화에는 별 지장이 없다. 무성 영화를 처음 보는 이들은 왠지 모를 답답함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보다 보면 나름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근데 재밌는 건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면서 무성 영화 전성기 시절의 배우들은 쇠퇴하기 시작하다는 거다. 시대의 변화에 수긍을 못 해서다?(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있다. 1950년작 <선셋 대로>) 찰리 채플린만 하더라도 유성 영화가 있는 걸 보면 나름 시대의 변화를 수긍하지 않았던 건 아닌 듯 싶다. 다만 무성 영화 시절의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더란 게지. 게다가 말을 하게 됨으로써 무성 영화 시절에 보여줬던 표정과 행동에 더 집중을 하지 못해서 무성 영화에서 보여줬던 그들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지 못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2
무성 영화하면 찰리 채플린이 떠오른다. 그런데 <제너럴> 보면서 찰리 채플린과 비슷한 배우가 있다는 걸 알았다. 버스터 키튼.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본 나지만 처음 들어본 배우다. 배우이자 감독. 작은 키에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이는 그를 보면서 당시에는 찰리 채플린과 비슷한 배우들이 여럿 있었던 모양이다.

찰리 채플린은 풍자를 주로 했던 반면(뭐 유명한 영화가 그러했기에 그리 보인다만), 버스터 키튼은 그렇지 않은 듯. <제너럴>만 봐도 남북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는 단지 배경에 지나지 않고 스토리 전개에서 필요한 상황이었을 뿐이다. <제너럴>은 슬랩스틱 로맨틱 코미디? 뭐 이렇게 얘기해야 정확한 장르를 얘기하는 게 아닌가 싶다. 

#3
별 기대 하지 않고 봤는데 상당히 재밌다. 무성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위트와 유머를 맘껏 즐길 수 있었고, 지금껏 찰리 채플린 식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익숙했던 나에게 버스터 키튼 식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영화. 근데 슬랩스틱 코미디가 그러하듯 대부분 비슷하긴 하지만 별 기대 없이 보고 있는데 생각치도 못한 장면에서 코믹하게 그려내니 그런 게 슬랩스틱 코미디의 맛이 아닌가 싶다.

#4
무성 영화에 대해서 아직 접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의 무성 영화를 권한다. 적어도 무성 영화에 대해서 거부 반응은 들지 않을테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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