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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해롤드와 모드(1971): 60살 연상의 연인이 남겨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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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774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7점. 일단 이 영화 호불호 갈릴 수 있을 거 같아 8점이 아니라 7점 준다. 상당히 독특한 영화다. 독특하다 못해 정상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다. 그렇다. 주인공 해롤드와 모드 둘 다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한 거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 내가 평점을 좋게 주지 않는다. 그러나 후한 평점은 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래도 결말이 괜찮았기 때문.

#1
해롤드

해롤드란 19살의 소년은 부잣집 아들로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정작 그는 삶이 무료하고 엄마를 놀래키기 위해 자살쇼를 종종 한다.(첫 장면 또한 자살하는 걸로 나온다.) 그러나 하도 그러니 이제 엄마도 그런 거 보며 장난하지 말라고 한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살펴보기라도 해야할텐데, 전혀 동요하지 않는 걸 보면 그런 쇼를 숱하게 한 모양이다.

해롤드의 취미는 장례식장 참석. 그만큼 그는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마치 죽으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즉 삶에 의미 부여를 전혀 못하는 인간이란 얘기다. 남의 장례식장에 참석하면서 본인은 장례차를 끌고 다닌다. 본인이 산 차다. 그걸 본 엄마는 멋진 스포츠카를 사준다. 이거 타고 다니라면서. 근데 그 스포츠카마저 장례차로 개조하는 해롤드. 그런 해롤드에게 엄마는 여자도 소개시켜주지만 매번 첫만남이 끝이다. 소개받은 여자 앞에서 손을 자르거나 하는 쇼를 연출하기 때문.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가 실존할까 싶은. 그런데 이 해롤드란 캐릭터를 연기한 버드 코트란 배우. 상당히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생김새를 갖고 있다. 미간이 넓고 눈은 크며 다소 돌출되어 있다. 얼핏 보면 잘 생겼다 싶은데 성인이 된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 

#2
모드

우연하게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모드란 여성은 곧 있으면 80번째 생일을 맞게 되는 노인네다. 그런데 이 노인네도 아주 이상하다. 길 지나가다가 눈에 띄는 차가 있으면 그냥 타고 간다. 차를 훔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려고 하는 목적지에 차를 타고 가기 위함이다. 경찰이 뭐라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다. 달아난다기 보다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런 모드가 해롤드와 친해지기 시작한다.

#3
60살 연상

60살 연상하면 딱 떠오르는 인물. 지금은 고인이 된 플레이 보이 창립자 휴 헤프너다. 죽을 때 결혼 관계에 있던 여성이랑 나이 차이가 딱 60살이었지. 그러나 보통 돈 많은 나이 든 남자와 젊은 여자의 경우지 <해롤드와 모드>에서처럼 나이 든 여자와 돈 많은 젊은 남자의 경우는 드물다. 없다고 하고 싶지만 사람 사는 세상 또 그런 사례 있을 지도 모르니 그러는 거다. 

19살의 해롤드와 80살의 모드가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해롤드가 모드에게 청혼하기에 이르른 것. 아... 할 말이 없다. 부모 입장에서는 참 답답할 따름이겠거니. 상대인 80살 모드를 탓하기보다 왜 애가 이 모양인지 답답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해롤드와 모드>의 캐릭터는 일반인과는 틀리다. 그래서 그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정신적인 교감이 가능했다. 적어도 해롤드에게는 그런 유일한 존재가 모드였던 것.

#4
모드가 남긴 것

80살의 모드는 80살이 되면 죽으려고 한다. 그런 모드를 바라보면서 죽지 말라고 하는 해롤드. 그렇게 죽음에 관심이 많고 마치 죽으려고 태어난 듯 보이는 해롤드가 80살의 모드를 만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려고 한다. 모드의 죽음이 해롤드의 삶에 기를 불어넣었으니 매우 아이러니하다. 내가 이 때문에 평점을 후하게 주는 거다. 

#5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워낙 캐릭터 자체가 독특한 지라 보는 재미는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어이없는 실소를 터뜨리곤 했는데 그래도 결말이 괜찮아서 꽤 오랜 기억 속에 남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이런 사랑은 어느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잖아? 그런 독특함 만으로도 이 영화는 한 번 봐줄 정도는 되지 않나 싶다.

#6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중 303번째 본 영화
IMDB 선정 최고의 영화 250편 중 179번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