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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건강

내 생애 첫 건강검진, 위내시경(수면마취) 처음해본다

風林火山 2018.04.30 17:30

#0
나는 아파도 일단 내 몸의 면역력을 최대한 믿고 견디다 안 되면 약을 먹고, 그래도 안 될 때는 주사를 맞는다. 그래서 그런지 어지간해서는 병이 잘 안 난다. 체질적으로 멍도 잘 안 들고(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그렇게 맞았는데도 멀쩡한 거 보고 학교 짱이 나더러 신기하다고 했을 정도), 코피를 흘려본 적도 평생 한 번 밖에 없다. 여친이 얘기하길 혈소판 수치가 높은지 지혈도 엄청 빨리 된다고 신기해 한다. 

#1
그러나 나이가 드니 어쩔 수 없었는지 면역력이 떨어져 최근에는 병원에 다닌다. 내 머리털 나고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녀본 적은 치과 빼고는 처음인 듯. 혹시나 해서 검사를 해봤는데 외부 감염 뭐 그런 게 아니라 바이러스란다. 내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서 바이러스가 활동해서 그런 거라고. 나이 먹긴 먹었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에는 건강 좀 챙긴다. 사실 나는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여친이 간호사라 신경 엄청 쓰고 챙긴다.

#2
건강검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 분명 있기는 하겠지만 아마 그건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해서 받는 경우였을 거다. 내 스스로 챙겨가면서 받아본 적은 없으니. 그러나 이 즈음 되니 매번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을 이제는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나 생각을 하는 것과 행동에 옮기는 건 별개의 문제다. 그래도 여친이 신경 써주더라. 간호사다 보니 이런 쪽은 잘 아니까. 나는 병원 리스트 사진만 찍어서 보냈을 뿐. 알아서 전화하고 예약을 잡고, 내 건강검진 날 올라온단다.

#3
원래는 대장내시경 검사까지 하려고 했었다. 그것까지는 해봐야겠다면서 여친이 그러길래. 근데 바로 예약이 안 되어 일단 건강검진 결과 보고나서 예약하려고 미뤘다. 대장내시경 검사 거 자세 웃긴다던데, 전날 2리터 마시면서 장 청소하는 거 고역이라던데 뭐 그런 얘기 들었다. 원래 이런 데에 전혀 관심없는 나지만 하려고 보니 그런 얘기를 해주대. 그래? 뭐 얼마나 그러길래? 해보지 뭐. 호기심 폭발. 궁금. 올해 내에는 해보겠네.

#4

나는 일산 복음병원에서 건강검진 받았다. 다른 거는 대부분 해봤던 거고(엑스레이 엄청 빨리 찍대? 엑스레이 찍으러 들어가서 1분도 안 되어 나온 듯. ㅋㅋ) 위내시경은 처음 해보는 거다. 다른 검사 다 끝내고 내시경 센터로 갔지. 

처음에는 수면마취 안 하고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해본 사람들이 대부분 수면마취하란다. 얘기를 들어보니 음 어느 정도 감이 온다. 그래 수면마취로 하자. 그랬더니 위내시경을 해본 여친이 그런다. 내시경 잘 들어가라고 뭐 마시는데 본인은 그거 마시고 구역질 나오더라고, 게다가 목 부위 마취한다고 마시는 거 있는데 본인은 그거 안 마신다고. 맛이 이상해서. 나더러 수면마취 하지 말란 소리야 뭐야. 겁 주는 건가? 근데 나는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쓴다. 오히려 더 호기심이 생겨서 해보고 싶어하지. 어차피 당해야할 거라면 빨리 당하는 게 나아. 나는 이미 하기로 한 거에 대해서는 별로 가타부타하지를 않는 스타일인지라.

내시경 센터로 가니 뭐 마시라고 주대. 여친이 옆에서 인상 찌푸린다. 이게 그건가보군. 원샷에 꿀떡 삼켰다. 비릿하다. 뭐랄까? 기름 먹는 느낌? 근데 뭐든 그렇다. 이상하다 생각하면 더 이상한 법. 맛이 좋을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여친이 얘기했던 것처럼 구역질이 날 정도는 아니더라. 그냥 원샷으로 꿀떡 삼켜서 그런 지는 몰라도.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더니(같이 못 들어가게 하더라) 베드 배정 받고 주사 꽂더라. 주사야 매주에 한 번씩 영양주사 맞는다고 맞으니 뭐 익숙하다. 주사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던데 나는 뭐 그런 건 없다. 아플 때 주사를 잘 안 맞는 이유는 일단 약으로 치료해보고 안 되면 주사 맞는다는 내 나름의 단계 때문이다. 보통 의사는 주사 맞고 가라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일단 약 먹어보고 안 되면 그 때 주사 맞겠다고 하고 거부한다. 그러나 맞을 거라면 별로 거리낌은 없어. 

그리고 내가 누운 베드를 어디로 옮기더나 나보고 뭐 마시란다. 이게 목 부위 마취하는 건가 보군 했다. 이 또한 꿀꺽 마셨다. 윽. 이건 좀 맛이 없다. 멋모르고 꿀꺽 마시긴 했는데 목쪽부터 뭔가 느낌이 이상해지기도 하고. 그리고 이제 마취약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말이 끝나자 갑자기 조금 졸리더라. "오~ 약간 졸리네요." 그랬지. 그 말을 한 이후로 기억이 없다. ㅋㅋ 그리고 눈 떠보니 누워있더라. 일어나려고 했는지 좀 정신이 띵 하더라고. 나보고 간호사 오대. 어떠냐고 그러길래 좀 띵 하다고 했더니 좀 더 누워 있으란다. 그리고 나중에 정신 차리고 나갔다.

여친 왈, 더 늦게 들어간 사람들도 다 나왔는데 왜 나는 안 나오나 했단다. 50분? 그 정도 안에 있었던 거 같다. 몰라. 수면마취 처음 해봤는데 나는 좀 마취가 잘 되는 편인 듯. 어지간해서는 약도 안 먹는지라 약도 잘 받는 체질이긴 하다만. 수면마취는 처음해보는데 편하네. 자고 일어나면 끝이고. 

위내시경 검사는 당일 결과를 보여주던데, 보니까 뭐 깨끗하네. 의사도 그리 말하고. 여친이 얘기하기로는 좋은 예, 나쁜 예 할 때 좋은 예로 써도 될 정도로 표본같다고. 나야 뭐 다른 거랑 비교해서 본 적은 없지만 내가 보기에도 깨끗한 거 같더라고. 아마 폐 사진 찍으면 다르겠지만 적어도 위는 괜찮은 듯. 다행.

#5

다 끝나고 나니까 이거 주더라. 밴드 두 통. 건강검진 받은 사람 모두 주는 건지 아님 수면내시경 한 사람만 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이거 다 쓰려면 나는 평생 걸리겠다. ㅋㅋ 

아직 검사 결과 안 나왔는데 아마도 이번 주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에 나오면 대장 내시경 예약할 건데 이거 기대되는군. 얼마나 괴롭길래 그럴까 싶은데. 주변에 물어봐도 다들 괴롭다고 하고 구역질 나온다고 하던데 궁금하다. 다 이유가 있으니 하는 소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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