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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미 비포 유: 그의 선택에 대한 내 생각

風林火山 2018.06.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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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847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그간 영화를 전혀 안 봤던 건 아니지만, 블로그에 끄적거림이 없었던 건 그냥. 블로그에 끄적거림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고, 이제는 주요 순위에서 밀려 있어서. 그러다 오늘은 여유롭게 주말을 집에서 쉬면서 영화를 보는데 이건 좀 리뷰라도 남겨야겠다 해서 적는다. 영화는 여친이 추천해줬다. 여친은 소설로 읽고 영화를 안 봤고, 나는 소설을 안 보고 영화로 봤다. 나는 소설은 영화로 보지 소설 잘 안 읽어. 스포일러 있으니 영화 내용 알고 싶지 않으면 나가길.

#1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일단 소설이 원작이니까 이해할 만하다. 원래 소설이라는 게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일이지만 흔히 벌어지지 않는 일을 만드는 상상력의 산물이니까. 그게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때론 그런 상상력으로 대리 만족을 하기도 하니 단순히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폄훼하는 게 아니라 허구라는 건 사실이니까 사실을 얘기하는 것일 뿐. 그러나 현실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좀 달라지겠지? 만약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면이란 가정 하에 말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그런 선택을 한 데에만 초점을 맞추면 사실 이해하기 힘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중간 중간에 단초들을 통해 남주인공의 캐릭터를 보면 이해가는 일면이 있다. 내가 보기에 그는 최고였다. 성에서 살 정도로 상당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영화 속에서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는 안 나온다. 단지 가정이 화목하다는 정도만 나오지.), 못 하는 게 없고, 인기도 많았으며, 능력도 뛰어났다. 게다가 잘 생기기까지. 모든 걸 다 가졌다고 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그. 그게 그에게는 너무 컸던 거 같다. 왜? 최고였는데 한 순간에 일반인보다도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전신 마비가 된 직후부터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즉 너무 과거의 완벽했던 자신의 모습에만 집착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 과정이 그려지고 있지는 않다. 2년이란 시간을 짤막짤막한 대사를 통해서 단초를 얻어야 하니까. 그 단초 중에 하나가 전여친이 사고를 당하고 나서 몇 달 간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주인공이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는 건데, 아마 사고 직후에는 본인이 그렇게 된 걸로 인해 예전의 멋진 내가 아님을 알고(현실 인식) 스스로가 쪽팔려서 그랬을 수도 있고, 정말 사랑하는 여자니까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그랬을 수도 있겠지.

여튼 그런 면면들을 보면서 느끼는 거는 이 남주인공 상당히 에고가 강하다는 거다. 에고가 강해도 현실적으로 최고가 아닌 경우는 많지. 그러나 이 남주인공은 최고였거든. 그런 사람이 한 순간에 모든 걸 잃었으니 그 상실감이야 말로 일반인인 내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전신 마비가 된 이후로 사랑을 느끼게 해준 여인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 본다. 본인의 에고가 너무 강해서. 본인은 현재의 본인을 본인이라 생각치 않는 듯 느껴졌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갖게 될 상실감도 중요하지만 본인에게는 본인이 이런 식으로 사랑하고 싶지는 않았던 게지.

이걸 보다가 떠올랐던 게 하얀거탑의 장준혁.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집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 게 가장 인상 깊었었지. 인간적인 매력이 어떻다는 걸 떠나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죽는 건 매한가지고, 죽기 전에 그래도 좋게 가는 게 좋지 않겠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절대. 그런 거 없어.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하는 그런 모습. 그런 게 에고가 강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또 떠올렸던 실존 인물 하나. 바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그의 사망 소식을 뉴스로 접했을 때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왜 그랬는지. 에고가 강한 사람들이 그렇다. 자신은 그렇지 않은데 남들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런 게 아니다. 자신이 지켜왔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그랬던 것도 아니다. 본인의 힘듦 충분히 극복해나갈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거? 지켜보기 쉽지 않았겠지. 그러나 그가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건, 그의 선택으로 인해서 당시의 핍박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라고 본다. 에고가 강한 사람들의 특징이 그렇다.

#2
전 여친의 결혼식에 간 이유

나같으면 전 여친 결혼식에 안 갔을 거 같은데 왜 갔을까?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는데 말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큼 전 여친을 사랑해서가 아닐까 싶다. 즉 자신이 전신 마비니까 어쩔 수 없었고, 하필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을 해서 속을 뒤집어 놓긴 했지만, 나는 이 세상을 떠날 사람이고, 그래도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었기에 축하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걸 보면서 나는 이 남주인공 전 여친을 엄청 사랑했구나 하는 게 느껴지더라고. 

#3
간만의 로맨스물인데 슬픈 로맨스다. 스포일러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 안 본 사람이 이 글을 봤다면 한 번 즈음은 추천해볼만하다 생각. 남주인공도 잘 생겼고, 여주인공은 <왕좌의 게임>에서 용엄마로 유명해진 에밀리아 클라크가 맡았다. 작은 키에 탄탄한 몸매의 그녀. <미 비포 유>에서는 <왕좌의 게임>에서의 배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유명 토크쇼에 나온 에밀리아 클라크를 보면 오히려 성격은 <미 비포 유>에서 맡은 배역이 더 비슷한 듯. 

근데 에밀리아 클라크 뭐 어디서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얼굴 1위로 뽑혔다고 하는데, 그 결과가 나는 이해가 안 가는 게 그게 다 유명세의 영향이라는 거. 어떤 객관적인 잣대를 두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유명세에 따라 등수가 달라진다는 거. 가만히 생각해봐바. 국내 유명한 배우나 탤런트, 가수 중에도 그리 이쁘지 않은데 유명해지면서 이쁘다고 생각되는 그런 이들 꽤 있다. 여자만 아니라 남자도 매한가지. 

그런 건 비단 연예계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어느 분야든지 다 그렇다. 그래서 나는 유명세에 걸맞는 실력을 가진 자 살면서 본 적이 없다. 다들 별의별 얘기로 포장을 했지 실제 만나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 많아. 그래서 나는 유명세 그런 거 잘 믿지도 않거니와 유명하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 없다고 본다. 대부분 유명하면 지가 진짜 뭔가 되는 걸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더라고. 그런 이들은 상종 안 하는 게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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